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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범죄 행위는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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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드 페트로프(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북한 마약 운반선 봉수호의 선장 및 3명의 선원에 대한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주 최고법원의 최근 무죄 판결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놀랍다. 북한이 국제 무대에서 불법 행위를 지원하고 있다는 지배적인 견해는 오스트레일리아인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 2(에이드리안 부조, 발비나 황, 조 베르뮤데)가 행한 증언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이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의 최고 지도부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도 여성 7인과 남성 6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봉수호 선장 송만선, 정치 지도원 최동송, 1등 항해사 리만진, 1등 기관사 리주천에 대해 무죄를 판결하고 3년간의 구금 상태에서 그들을 석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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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경찰(AFP)가 수사와 재판 중에 수집해 제시한 증거들 모두는 북한에 불리한 것이었다. 16천만 호주 달러에 상당하는 헤로인 125kg은 봉수호에서 해안으로 옮겨졌다. 시드니 근해에서 오스트레일아 해군에 의한 극적인 나포로 막을 내린 4일간의 봉수호 추적극은 북한 선원이 불법 화물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혔을 뿐이다. 그럼에도 봉수호 선원들은 일차 공판 후 전원 석방됐고, 선장과 다른 3명의 간부 선원마저 최근 무죄 판명 난 것이다. 배심원들은 왜 각종 증거와 전문가들 견해를 무시하고 마약선의 선원들을 풀어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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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수호 재판은 119일간 진행되며 1백명 이상의 증인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놀랍게도 봉수호 재판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이 마약 거래로 가혹한 처벌을 받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의 유사한 재판들과 동시에 진행됐다. 법원은 마약 소지 혐의가 불분명한 몇몇 재판에서조차 오스트레일리아인 3명에게 사형을,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 20년형을 선고했다. 이들 이슬람 국가들은 탐욕스럽고 무책임한 피고들을 처벌해 미래의 범법자들에게 엄중한 교훈을 주고자했던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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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최고 법원은 법치주의 원칙, 즉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을 내렸다. 헤로인이 봉수호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로 옮겨진 사실(봉수호는 호주 경찰 출동에 놀랐을 것이다), 해군의 긴급 나포에서 도망치려했던 사실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원을 동남아 마약 밀수 조직에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선원들은 불법 화물 선적 사실에 대한 사전 인지를 거듭 부인했다. 반대로 북한 배와 선원을 빌렸던(멜버른에 1백만 호주 달러 어치 BMW 운반 목적 추정) 말레이시아 회사 소속 에이전트 4명은 불법 마약 수입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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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같은 결과로 과연 북한이 마약 거래, 위조 및 기타 다른 범죄 행위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깨끗이 씻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빅토리아주 최고 법원의 이번 판결은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그렇지 않음이 증명될 때까지는 선의의 해석(the benefit of the doubt)이 주어져야 함을 보여주었다. 이런 뜻에서, 한국 주재 러시아 대사 글렙 이바셴트소프가 미국에 대해 북한의 위조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으라고 제안한 사실은 북한이 범죄 국가라는 폭넓은 인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새로운 시도로 이해된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북한의 위조 달러 주요 유통처의 하나라는 미국 관리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아바센트소프는 북한의 화폐 위조에 대해 러시아는 아무런 실질적인 증거 또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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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외교관, 선원, 기업가들이 마약 거래, 위조 달러의 판매, 금지 품목의 밀수 등으로 현행범으로 붙잡힌 경우는 꽤 있다. 지난해 이같은 사건을 종합분석한려는 시도가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국제안보협력센터에서 행해진 바 있다. 시나 체스넛은 ¡®소프라노 국가? 북한의 범죄 행위 연루와 국제 안보상의 함의¡¯라는 논문에서, 북한 정권의 범죄 차원의 범죄 행위는 ¡®주로 재정적 생존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시 말해, 수십 년에 걸친 정치경제적 고립, 경제적 재난에 지칠대로 지친 북한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범죄 행위에 나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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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스넛은 또 국가의 국민에 대한 통제력 약화 조짐이 거의 없는 북한적 상황에서, 관리 그리고 국민이 개별적으로 개인의 부를 위해 범죄 행위를 추구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통제는 아마도 북한 지도부가 통제하고 있으며, 북한 정부는 각종 기관에 범죄 활동을 진행하도록 일정한 재량권을 주었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국가는 이데올로기적 동기가 됐든 재정적 생존의 필요성이 됐든, 교묘하게 마약 거래 및 (화폐) 위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중 후자의 이유는 신뢰성이 있어 보인다. 독자적인 핵 프로그램 추진권을 둘러싼 현재의 미국북한간 논쟁은 북한을 전력 및 연료, 산업 생산, 그리고 궁극적으로 외화의 부족 사태로 내몰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마약, 담배은행권비아그라 등의 위조는 심각한 예산 부족을 매우는 데 훌륭한 보장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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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북한의 최고 지도부가 합법불법 수입을 통한 외화벌이를 책임진 당 중앙 위원회의 특수 부서(39호실로 알려짐)를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는지, 또 특수 부서가 다른 국가 기관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마찬가지로 위험천만 모험을 벌이는 장본인들은 수도 평양의 무역 회사 총수일 수도, 지방의 범죄 집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모종의 불법 행위를 하도록 강제되는 북한의 일반 국민들은 그같은 임무의 중대한 의미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거나 이를 거부할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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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에 대한 전통적인 충성심과 엄격한 집단적 복종 태도는 북한 사회를 봉합시켰던 주요 원리이다. 북한의 항일 유격대가 실천했던 무자비한 식민 통치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은 북한에 ¡®계산된 모험주의¡¯라는 족적을 남겼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분위기 또한 북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도전에 응전할 때 두려움을 모르는 ¡®요새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1990년대의 ¡®대기근¡¯ 기간과 이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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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980년대 중반 이래 북한의 사업가들과 만나거나 협력하면서 그들의 태도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놀랄만한 세대간 격차를 목격할 수 있었다. 1990년대에 소련과 중국이라는 예전의 공산주의 동맹국들로부터 ¡®배반¡¯당하면서 북한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돈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같은 깨달음이 부패의 만연과 범죄의 증가를 초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또 북한에 많은 기회를 열어주었고 곧 붕괴되리라는 예상으로부터 북한을 효과적으로 탈출케 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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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봉수선박회사 이사인 전학범씨와 두 번에 걸쳐 만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2003년 악명 높았던 마약 밀수 사건 발생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를 자주 찾았던 사람이다. 40대 초반의 전씨는 ¡®신세대¡¯ 북한 기업 관료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는 영어가 유창하고 개방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어떤 사업 제안도 환영하며, 그리고 ¡®경애하는 지도자¡¯를 찬양했다. 내게 많은 북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는 구호를 들려준 인물도 전씨였다. ¡°사상을 내버려 두고, 사업 합시다¡±. 그가 들려준 말이다.

  결론적으로,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국가 경제를 위해 투자를 유치하고 경화를 벌어들이려는 열렬한 희망이 한데 뒤엉킨 문화는 현재 북한 체제의 구조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이 문화는 북한의 이미지를 더 악화시키며 곧잘 이데올로기적 광신주의와 국가 주도의 음모로 오해될 수 있다.

  달리 말해 북한은 변화하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세계화는 북한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다른 신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경험 미숙에 시달리고 실수하기도 쉽다. 경제 원리와 국제 무역의 룰에 대한 빈약한 지식은 기업 활동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수입 창출을 위한 합법적인 통로로부터 북한을 차단시키면 불법 행위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북한을 회복시키고 ¡®강성 대국¡¯이 되도록 도와야하지 않을까.

 

*필자 약력-러시아 페테르스부르크주립대 졸업(1994).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 박사(2003). 현재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 아세아태평양대학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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