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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페레스트로이카"와 지구촌 세상"

Korea Foundation Newsletter Vol.8, No.2 (March/April 1999)


내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인과 일하고 한국을 방문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올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도움으로 한 번 더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예전 나의 체험과는 너무 많이 달라진 것들에 대해 다른 이들과 내 생각을 나누고 싶다. 1980년대말, 러시아 (구 소련연방)의 급속한 개혁의 물결 속에 살았던 나로서는 최근의 한국의 변화를 '한국의 페레스트로이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처음 서울을 찾은 것은 오랜 시간 가다려왔던 한국과 소련연방 간의 외교관계가 막 수립되었던 1991년의 일이었다. 그때 한국인들은 비록 전통적으로 친절하고 공손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대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워 보였다.

심지어 한국을 여행하기 위한 학생비자를 받는데도 '북방 공산주의 국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리스트에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도 포함되어 있었다)로의 '귀한 각서'에 서명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포국제곡항에 도착해서 나는 입국관리소 직원들이 긴장하는 것을 목격했고, 관리소장에게 "소련입니다!"라고 보고하는 목소리에서 특이한 여운을 느꼈다. 그때도 그랬고 그 뒤로도 안기부의 은밀한 감시가 내 한국인 친구들을 놀라게 했지만, 나는 항상 그러한 모든 것들이 구 소련에도 일부 책임이 있는 냉전의 잔재 때문이라고 믿었다.

공산주의 교사자들이나 간첩을 신고하면 거금을 제공한다는 지하철의 요란한 포스터 처럼 그러한 조치들도 마음을 심란하게 해주긴 마찬가지였다.

물론, 북한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고 북한의 적대적 분위기 때문에 외국인 방문객을 놀라게 하거나 또는 질리게 할 수도 있는 특수한, 때로는 지나친 경비 태세가 필요하였을 것이다. 1991년말까지도 김포국제공항은 포위된 요새 같았고, 적지 않은 외국인들은 특정 정부기관의 확인이 없으면 서울 외곽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주한외국대사관 중에 한 곳은 완전히 무장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지만 나는 그 나라가 그런 보호를 받아 마땅한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아시아국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외국인에게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예를 들면, 일본과 중국은 많은 유럽, 아시아 국가들에 대하여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일본은 아직도 러시아 여권 소지자들이 방문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나라이고,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듯 낡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집착이나 편견은 지역 내 국제관계에서 여러 가지로 해악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개개인은 기회를 갖지 못함으로써 심한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 한국의 상황은 줄곧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볼수 있는가? 한국은 외국인 방문객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비자 발급도 눈에 띄게 쉬워졌다. 그리고 북방 공산주의 국가들의 명단은 오직 한 나라 (北韓)만을 남기고 대폭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가능해지도록 표방된 '햇볕정책'의 성과로 지금은 북한마저도 일종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북한 영공을 가로질러 서울로 날아올 수도 있고, 남한의 사업가들과 문화예술단체들이 공식적으로 평양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요즘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2002월드컵 공동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이 우리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을 좀더 매력적인 곳으로 보이게 하는 '한국의 페레스토로이카'의 두드러진 현상이 아닐까?

최근 한국은 IMF와 내부적 경제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햇볕정책'은 예전의 팽팽했던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모든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운영 관련법규, 입국절차, 학문연구기회 등에서도 외국인 투자자, 관광객, 학생 및 학자들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말로 한국에서의 생활은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생활비도 적당하다.한국의 시장은 매우 활발하며 산업은 발전되어 있다. 한국인들은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고, 또한 한국을 알고자 하는 외국인 학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관용정책의 선언으로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또한 냉전에  의해 분단된 이 아시아의 나라는 21세기 국제 관계에서도 훌륭한 표상이 되고 있다.국가 간의 관계는 과거의 감정에 연연해하지 않고 진정한 세계화에 기초해야 한다. 나는 1990년대 한국 페레스트로이카의 진정한 성과는 새로운 세계에서 충분히 발현되리라 확신한다.

레오니드 페트로프 (러시아) 호주국립대 한국사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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