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도시 the City of London

the Golden City - the City of London

2. 황금의 도시, 그 역사의 흔적들

the City of London

지리적으로 보았을때 the City of London은 남동쪽으로는 템즈강 강둑, Aldgate와 Bishopsgate를 경계로, 북쪽으로는 Aldersgate와 Moorgate까지, 서쪽으로는 the Law Courts, Fleet Street, Hatton Garden을 잇는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라인 안쪽의 지역을 가르킨다. 그러나 the City of London(the City라고 일반적으로 불리우는)은 이 조그마한 지역을 가리키기보다는 영국 금융의 중심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옳다. The Bank of England를 필두로 각종 은행, 증권회사, 투자회사, 증권거래소, 외국환 거래소 등등,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화려했던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영광이 여전히 꿈틀대는 세계 무역, 금융의 중심지이며 여전히 영국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확고한 세계제일의 금융센터이다. 파운드화(Sterling)의 탄생과 부침을 모두 목격하였던 이곳, the Bank of England의 탄생, 영국의 영광과 좌절이 곳곳에 점철되어 있는 이곳, 그 발자취를 쫓아보자.

Lombard 거리의 사람들

일부학자들은 Celtic Britain 시대에 세워졌던 작은 성채로 둘러싸인 이 지역이 Lyn-din이라고 처음 불리워지기 시작했다고들 하나, 기록상으로는 A.D. 43년, 로마군이 이곳까지 진주하여 로마식 도시를 건설하고 Londinium이라고 불렀다는 것이 정설이다. 로마군은 이곳을 자신들의 보급로로, 또 영국에서 나는 양모, 가죽, 천 등을 로마로 보내는 기지로 사용했었다. 로마의 쇠망과 함께 이 지역도 차차 버려지기 시작했다. 쇠락해가던 이 지역이 다시 본격적인 상업 중심지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1세기 정복왕 윌리엄(William the Conqueror)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때부터 런던은 유럽지역과 동방지역으로까지 활발한 무역활동을 벌이기 시작하였고 각종 물품의 거래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이처럼 활발했던 상거래와 무역의 흔적들은 지금까지 많은 런던 거리 이름에 반영되고 있다. Bread Street, Milk Street, Fish Street Hill, Cornhill, Lime Street, Eastcheap, Cheapside 등 당시의 시장(싸다!는 의미와 함께)을 반영하는 이 이름은 11세기부터 불리워오던 것이다. 정복왕 윌리엄은 영국에 석조 성채와 성당 등 많은 건물을 지은 것으로 유명한대, 이 건설의 이면에는 엄청난 부채가 있었고 이 돈은 당시 런던에 자리를 잡고 있던 유태인 고리대금업자들을 통해 나온 것이었다. (Jewry Street나 the City의 Old Jewry 지역의 이름이 이들 유태인 고리대금업자들의 번성함을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다.) 13세기 말엽, 유태인 고리대금업자들에 대한 대규모 탄압이 지난 후, 이들 유태인 상인들의 사업(주로 고리대금업)은 the Lombards라고 불리우는 이탈리아 상인들(주로 Genoa, Venice, Florence 등지에서 올라온)에 의해 점유되었다. Lombard Street에 그 이름을 제공해준 이들은 주요 사채업자, 은행가들이 되었고 이들이 바로 런던 금융산업, 즉 the City의 터전을 닦은 창업자들이었다.

the Bank of England의 탄생

다소간 원시적이었던 사채업에 불과했던 런던의 금융산업은 Cheapside에 금시장이 들어서면서 다소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금시장에 진출한 상인들이 금의 유통에 금에 대한 권리를 명시한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담보 대출을 통해 이자를 챙기는 근대적인 은행업무가 시작된 것은 차알스 1세와 2세를 거치면서부터라고 보아야한다. 의회에서 돈을 받기가 불가능해진 차알스 1세는 당시 the City 상인들의 돈 이십만파운드를 빌렸었고(뺏겼다라는 말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갚겠다"라는 약속외에 상인들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차알스 2세는 군자금으로 쓰기 위해 일백삼십만파운드를 빌렸었다. 물론 차알스 2세는 이자와 원금을 어떤 방식으로 갚겠다고 증서를 썼으나 이후 18년 동안 이 돈은 전혀 회수되지 않았고 이 두번에 걸친 왕에 대한 대부는 런던 상인들을 파산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러한 왕의 런던 상인들에 대한 상거래 및 금융거래 질서 파괴행위는 상인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상인들은 보다 장구한 자신의 사업에 대한 안전대책을 도모하게 되었다. 차알스 2세가 처형되고 오렌지공 윌리엄과 메리 여왕이 즉위한 후, 9년전쟁(1688-97)이 발발하자 왕은 다시 상인들에게 일백이십만파운드 대출을 요구하였다. 상인들은 대출을 해주는 대신, 왕의 금융업에 대한 개입, 말하자면 불법무도한 대출요구를 규제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금융업을 보호할 수 있는 왕의 약속을 요구하였고 결국 이것이 the Bank of England의 탄생을 낳게 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왕과 정부의 불합리한 대출요구를 막는 방패막이었던 셈이다. 1694년 the Bank of England를 설립하는 의회의 법안이 왕의 재가를 얻자 마자 상인들은 the Bank of England를 설립하는데 필요한 자본금 일백이십만파운드를 십이일만에 모았다. 작게는 이십오파운드에서부터 크게는 일만파운드에 이르기까지 총 일천오백이십명의 상인이 출자한 이 은행은 업무를 관장할 기구(Court of Directors)를 선출하였고 결국 Sir John Houblon(오십파운드 지폐의 뒷면의 인물이 바로 이사람이다.)이 초대 은행장(Governor)이 되었고, 17명의 직원과 2명의 문지기(이 중 한명의 이름이 오십파운드 지폐 뒷면, 초대은행장의 초상과 함께 찍혀 있다.)으로 the Bank of England는 역사의 바다로 그 출발신호를 고고히 울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시초는 암스테르담 은행이었지만 당시의 런던의 무역입지상의 중요성이나 영국내의 금융산업의 중요성으로 보았을때 the Bank of England야말로 사실상의 중앙은행의 시작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Pound화, 그 뒷 이야기들

이전에 발행되던 필사 은행권이 부분 인쇄된 은행권으로 바뀌어 발행되기 시작했고 1707년 스코틀랜드와의 병합이 이루어지게 되자 1708년 스코틀랜드에 있는 은행을 포함한 6개 은행 이외에는 은행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은행권의 유통에 질서가 잡히기 시작하였다. 1724년에는 the Bank of England와 Henry Portal (Whitchurch, Hampshire에 있는)공장 사이에 은행권에 사용하는 종이 제작 및 구매 계약이 성사되었다. 이 Henry Portal 공장은 지금까지 약 250년 가까이 계속해서 지폐에 사용되는 종이를 공급하고 있다고 하니, 그 회사 사주의 입장에서는 지폐가 종이로 보이던가, 종이가 지폐로 보이던가 둘 중 하나일 듯하다.
원래 Cheapside의 Mercer's Hall이라는 곳에 세들어 있던 the Bank of England는 1724년 Threadneedle Street에 토지를 매입, 현재의 은행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10여년에 걸친 공사끝에 최초의 근대식 은행건물이 완공되었고 1797년, 인기 시사만화가였던 James Grillray가 처음으로 자신의 만화에서 the Bank of England의 별명을 "the Old Lady of Threadneedle Street"로 만들면서 the Bank of England는 처녀때부터 노파의 오명을 덮어쓰기 시작했다. 200여년이 지난 오늘에야 건물의 연수로나 역사로나 걸맞는 이름인 듯 하지만 말이다. 전회에는 영국의 화폐 수출이야기를 잠시 다루었는데 사실 화폐 수입의 원조는 영국이었다. 1797년, 유통되던 소액면가의 동전이 모자라자 the Bank of England는 스페인의 은화를 대규모로 수입, 유통시킨적이 있었다. 스페인왕의 초상이 각인되어있던 이 동전을 사용하기 위해 은행은 스페인 왕의 목 위에 조오지 3세의 초상을 다시 찍는 고육지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 말년에 정신병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던 조오지 3세는 동전 위에서조차 그리 편치 못했던 듯 하다.
전회에 언급하였던 Chief Cashier의 서명이 처음 은행권에 등장한 것은 Bank Holiday가 정해지기 1년전인 1870년이었다. 설립당시, the Bank of England의 3개 조직은 the First Cashier(후에 Chief Cashier로 개칭), the First Accountant(후에 Chief Accountant로 개칭), the Secretary and Solicitor에 의해 관리되던 3개의 조직이었다. 이중 일반적인 은행업무와 은행권 발행을 책임지고 있었던 이가 Chief Cashier이고 이것이 파운드화에 그의 서명이 들어가게 된 이유였다. 물론 이 조직 구성은, 1980년 대대적인 행정개편으로 바뀌게 되었고 은행권 발행의 책임은 Operation and Services 부서의 중간 책임자인 Chief of Banking Department가 맡게 되었지만 여전히 파운드화에는 전통적으로 써 오던 Chief Cashier의 직책이 사용되고 있다.

거래는 다방에서

the Bank of England는 결국 정부의 불합리한 개입을 막기위해 마련된 상업금융인들의 제도적 장치였다. 이들 상업금융인들이 바로 the City 역사의 다른 한축을 구성하는 주인공들이다. 17세기말, 동인도 회사가 커피를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커다란 유행상품이 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커피하우스들이 the City에 생기기 시작하였고 이 커피하우스들은 the City 상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기 시작했다. 한잔 커피위로 수십만파운드 어치의 상품, 수백만파운드 가치의 보험 계약이 이루어졌다. 이들 커피하우스 중의 하나가 바로 Lloyd's. 각종 선박의 등급을 분류하고 전세계 운항되는 선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Lloyd's Register Book을 발행하는 Lloyd's Register의 탄생은 바로 이 "다방"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 또 다른 커피하우스에서는 주식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바로 증권거래소의 원시적 형태였던 셈이다. 지금도 Lloyd's Register나 증권거래소의 messenger는 waiter라고 불리운다. 수백만파운드 가치를 가진 각종 서류, 정보를 전달하여도 여전히 waiter인 셈이다.

황금의 도시, 마이더스의 도시

Sterling, the Bank of England, the Merchant Banking, 그리고……. 이 숨막히는 듯한 금융산업의 흥망성쇠를 그 역사로 간직한 황금의 도시 the City. 전세계 금융시장을 신경세포처럼 연결하고 있는 수퍼 컴퓨터가 수백년된 낡은 건물 한켠에서 돌아가고 있는 the City. 21세기 영국을 다시한번 황금의 제국으로 바꾸어 놓을 마이더스는 어쩌면 바로 이곳에서 그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