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화약고, 북아일랜드 : 어제와 오늘(상)

( Northern Ireland, the Past, Present and the Future( I ) )


이제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 학부모가 된 독자들이라면 기억하겠지만 예전에, 그러니까 국민학교가 초등학교가 되기 한참전까지만해도
두 학생이 하나의 책상을 함께 사용했었다. 물론 사물함처럼 꾸며진 서랍의 경계로 인해 두사람의 사용공간은 명확했지만 왜 그랬는지 책상
위에는 경계를 표시하는 줄들이 깊게 골을 파 놓고 있었다. 한뼘이나 짝꿍의 책상을 침범한 경계선, 제법 공정하게 그어진, 그러나 도구
사용의 미숙으로 분쟁의 소지를 남겨 둔 곡선 등 숱한 선들이 그 책상을 그쳐간 학생들의 상호관계를 반영하고 있었다.

선을 넘어왔느니 넘어가지 않았느니하는, 선을 둘러싼 국민학교 꼬맹이들의 분쟁이래야 서로 멱살잡이 주먹질이 가장 심한 형태였을테니
이를 장난으로 부른다치더라도 실지로 이런일이 다 큰 어른들 사이에 그것도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더 이상 장난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디 이런 장난 아닌 장난 같은 일이 벌어지는 나라가 있단 말인가?

있다. 그것도 이런 유아적인 장난이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나라 영국에서 말이다.

북아일랜드의 중소도시인 Portadown의 Drumcree 교회로 향한 거리에서의 행진이 7월 4일 별 사고 없이 끝나자 영국의 모든 언론들은
앞으로 있을 Unionist와 Nationalist, 그리고 영국 정부, 북아일랜드 정부간의 평화회담의 청신호로 평가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재산을 파괴했던 북아일랜드 분쟁에 종지부를 찍으리라 예상되는 이 평화회담의 전망을 밝게 만든 올해의 Drumcree행진은
무엇이며 이 행진에 참가했던 Orangemen은 또 누구인가?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북아일랜드 분쟁은 과연 무엇이길래 전 영국을 테러의
공포속에 떨게 하고 있는가?

발단은 12세기에

북아일랜드 분쟁의 역사는 1170년 노르만족의 침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노르만족의 잉글랜드 침입이 있은지 약 100여년이 지난후
헨리 2세는 아일랜드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Pale이라고 알려진 지금의 더블린을 위시한 작은 지역을 정복하였고 그후
약 400여년간 이 지역에는 잉글랜드의 행정제도와 관습등이 전래되었다. 그 후 이곳을 발판으로 나머지 아일랜드 지역을 침략하려는
잉글랜드의 시도가 계속되었으나 16세기까지 이러한 잉글랜드의 시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결국 퀸 엘리자베쓰(Queen Elizabeth)
치세말에 잉글랜드는 울스터(Ulster)지역을 제외한 아일랜드 전역을 정복하는데 성공하여 울스터를 제외한 전 아일랜드가 영국의 통치하에
놓이게 되었다. Hugh O'Neill이란 부족장이 통치하고 있던 Ulster도 곧 영국의 통치하에 놓이게 되자 아일랜드의 지도자들은 유럽으로
망명하게 되고 그들의 땅은 몰수되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로부터 온 관료들과 이주민들에게 헐값에 팔려졌다. the Plantation of
Ulster라고 불리운 농장지역의 형성을 가져 온 이러한 "적산불하"의 결과, 1703년, 원주민이던 카톨릭 아일랜드인이 소유한 토지는 전체
토지의 5 %에 불과하게 되었고 새로 만들어진 타운에서 생활수단을 빼앗긴 이들 아일랜드인들은 산악지역으로 ?겨나게 되었다. the
Plantation of Ulster의 형성은 새로운 커뮤너티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주민들은 원주민인 아일랜드인과는 달리 영어를
사용하였고 다른 삶의 방식, 다른 경작 방식, 다른 소작제도를 들여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들 이주민들의 종교였다. 거의 모든
아일랜드인들이 로만 카톨릭인것과는 달리 이들 이주민의 종교는 개신교였던 것이다. 결국 이 Plantation 형성 50여년 동안 현재의
북아일랜드 분쟁의 전체적인 틀이 거의 짜여졌던 것이다. 한 지역에 두 적대적인 집단, 즉 빼앗긴 자들과 빼앗긴 자들로부터의 보복을 항상
걱정하며 사는 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살게 되었던 것이다. 이들 두 적대적인 집단은 종교, 문화, 그리고 지역적으로 서로 독립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이들은 행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책상을 쓰는 짝꿍처럼 어딘가에는 지속적으로
중간에 줄을 그어야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Ulster 사람들

이렇게 the Plantation of Ulster가 형성된 이후 약 200여년 동안 이들 두 집단은 서로의 차별성을 공고히 시켜나갔다. 잦은 폭동은
더블린에 있는 식민정부를 통해 통치하고 있던 영국정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1801년 아일랜드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영국정부는 아일랜드에 있던 의회와 정부를 해산하고 영국정부가 직접 통치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Act of Union). 완전한 합병이 된
것이다. 19세기는 이 union(영국의 지배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는)을 깨뜨리기 위한 아일랜드인들의 저항의 세기였다. 1840년대의 the
Repeal movement를 비롯하여 1870년대의 the Home Rule movement 등이 대표적인 의회를 통한 비폭력운동이었다면 the Fenians와 the
Irish Republican Brotherhood 등은 무장항쟁을 통해 영국의 식민통치를 종식시키자는 급진독립운동이었다. 20세기 초, 계속된
저항운동으로 인해 아일랜드의 독립이 현실화되는가 하였으나 1차대전의 발발로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1916년 1차대전중에
대규모의 무장항쟁을 전개한 IRA(Irish Republic Army)와 그 외곽정치단체인 Sinn Fein의 지도자들이 대규모로 검거되어 처형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부터 IRA와 Sinn Fein은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중심세력이 되었고 1918년 이루어진 선거에서 Sinn Fein이 이전의
보수세력을 꺾고 승리하면서 의회를 장악하게 되었다. 결국 1920년 아일랜드는 감격적인 독립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으나 그것은 살을 에는
아픔과 함께 찾아온 기쁨이었다. 원래 아일랜드 영토였던 Ulster 지역(북아일랜드)이 영국땅으로 귀속되는 것을 대가로 한 독립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Ulster지역의 영국령으로의 귀속은 이 지역에 살고 있던 많은 이주민들 때문이었다. 이미 1880년대부터 이들 이주민들은 언젠가
있을 지 모를 아일랜드의 독립에 대해 걱정해왔고 만약 아일랜드가 독립할 경우 Ulster지역은 아일랜드 문제와 독립적으로 다루어져 결국
영국령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지로 인구분산을 보면 대규모의 이주정책으로 인해 Ulster지역에는 이주민인 잉글랜드인,
스코틀랜드인, 웨일즈인들이 더 많이 살고 있었고 이들은 모두 Ulster가 영국령으로 남기를 바랬다. 일본식민통치하에 부산에 많이 살고
있던 일본인들이 조선이 독립될 경우 부산은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따로 다루어져 일본땅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고나 할까?
결국 이들 이주민들이 바라던대로 1920년 Government of Ireland Act는 Ulster지역을 영국령으로 인정하였고 이것이 영국이 세기말까지
화약고로 갖고 있는 북아일랜드인 것이다.

북아일랜드 그리고 테러의 시작

새로 영국연방의 일원이 된 북아일랜드는 양원제도의 의회제도를 근간으로 벨파스트에 자치정부를 수립하였고 이 정부는 치안, 교육 등의
권한등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북아일랜드정부의 수립은 통일된 아일랜드 공화국을 염원하는 아일랜드인들에게는 조국의 땅이 여전히
침략자의 발아래 놓여져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이주민들에게는 적절한 방어기제가 없이는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곧 IRA의 테러가 시작되었고 영국정부의 비상조치가 실시되었다. 경찰은
거의 모두 개신교 이주민들로 구성되었고 선거구는 이주민들(unionist)에게 유리하게 변형되었다. 경제, 사회, 정치 모든 영역에서
소수(초기에 약 33%, 최근에는 약 40%로 증가)인 원주민들에게 불리한 제도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무상중등교육
등과 같은 영국정부의 복지제도의 결과 카톨릭 원주민 중류층이 형성되게 되었고 이러한 중류층이 1960년대 시민운동의 중추세력을
이루게 된다.

1950년대에 이르러, 이들 카톨릭 중류층은 아일랜드로의 귀속운동보다는 영국령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원주민들의 평등권을
향상시키기위한 시민운동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1967년 북아일랜드 시민권협회(the Northern Ireland Civil Rights Association)이
형성되게 되었고 이들은 주택분배, 고용에서의 차별의 철폐, 계엄령해제 등을 요구하며 시민운동을 벌이게 되었다. 거리시위, 연좌,
언론매체 이용 등 비폭력운동을 주도하던 이들과 이주민들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하자 이러한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영국정부는 군을
투입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IRA가 다시 힘을 얻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성과없는 시민운동, 자극적인 군의 투입, 모든 면에서 IRA가 가장
유력한 저항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비폭력시민운동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IRA의 테러가 연이었고 테러가
1972년부터 본격화되면서 폭력사태가 증가되었고 분쟁은 IRA와 영국정규군 사이의 전투로 혹은 unionist 무장폭력단체(loyalist
paramilitaries라고 불리우는)와 IRA의 테러형태로 번져나갔고 1972년도에는 총 468명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1971년 실험적으로
도입되었던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1년이 못되어 막을 내리게 되었고 다시 영국의 중앙 정부가 직접 통치를 하게 되었다. 이 영국정부의
직접통치가 nationalists(원주민의 후예, 카톨릭, 경제적으로 중하층)와 unionists(이주민의 후예, 개신교도, 경제적으로 중상층)들의 각종
분파들 사이의 분쟁과 함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이들 양대 집단들의 분파들과 이들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