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브리지 奇人笑叢 II.

(Oxbridge, Odds and Annecdotes.)

진짜 참 정말 원조?

옥스포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collegiate system이다. 그리 많지 않은 대학교(Cambridge
University, University of London도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 채택하고 있는 이 형태는 미국식 대학 구성에 익숙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현재 39개의 독립적인 대학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University는 마치 느슨한 연방제와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39개의 독립적인 대학(college)이 University of Oxford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 독립적인 대학은 완전히 독립된 운영 주체를
가지고 있다. 옥스포드의 학부학생이 되려고 하는 학생들은 전공 과목을 보는 시험에서 합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원하는 대학(college)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소위 일류 대학의 일류 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한국 입시생들의 주요 관심사라면, 옥스포드에서는 어떤 college에
입학하는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나 할까? 전통의 명문, 오랜 역사와 많은 재산을 가진 college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혜택들 즉 연줄과
많은 장학금, 훌륭한 시설을 생각해보면, 전통을 가진 부자 college가 모든 입시생들의 선망이 되는 college일 것은 不問可知. 일반적으로
토니 블레어가 졸업한 St. Johns College가 최고의 명문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어떤 college는 역사가 오래되었고 어떤 college는 엄청난
부자이고 하는 여러가지 기준에서 보면 어느 한 college가 최고의 대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최고"를 정하기 어려운 상황은 입학한
학생들의 경쟁심을 자극하여 왔고 이것이 바로 대외적으로는 옥스포드 대학교의 이야기로 알려진 온갖 화제의 산실이 되었던 것이다.

소위 일류 college라고 알려져 있는 대학의 입학생들이 최초로 마주치는 경쟁의 소재는 바로 "누가 처음이냐"라는 "원조"의 문제. "원조"
논쟁하면 그저 술자리 농담으로나 생각하는 우리에게 "원조" 논쟁과 밀접한 소재로 여겨지는 족발, 갈비, 냉면과는 아무 상관없는 "대학"이
이 논쟁에 무척 심각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유치하게 보일 지도 모르나 이들이 벌이는 논쟁의 양상은 자못 심각하다.

King Alfred, University College, 그리고 시인 Shelley

"원조 College"임을 가장 열심히 내세우는 college는 일반적으로 'Univ'라고 알려져 있는 University College.(독자들은 University라는
이름에 현혹되지 말기를. 이는 그저 '개똥이' '쇠똥이'와 같은 이름에 불과하니까. 누구도 한양대학교 앞에 있는 '대사관'이라는 Cafe를 정말
어느나라의 '대사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테니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까?). University College의 주장은 그들의 college가 A.D. 872년
알프레드 대왕에 의해 세워졌다는 것. 이들의 주장은 '시조' 논쟁의 강력한 경쟁자인 Balliol College와 Merton College에 의해서 번번히
비판되어왔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실이야 어쨌건 University College 학생들에게 알프레드 대왕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인물임에
틀림없는 듯 하다. 18세기부터 내려오는 마지막 구두 시험에 얽힌 이야기는 시조 논쟁에 얽힌 이야기 중 백미일 듯 한다. 어렵게 어렵게
모든 과정을 이수한 어떤 학생의 마지막 구두 시험은 공교롭게도 그 학생이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히브리어와 역사였단다. 시험관이
학생에게 묻는다. 시험관: "'해골이 있는 장소'가 히브리어로 무엇이지?" 학생: (머뭇거리며 힘없는 목소리로) ".... 혹시 골고다 아닌가요?"
시험관: " 흠, 맞았어. 그럼 역사 문제로 넘어가서, 누가 University College의 창시자이지?" 학생이 자신있게 외친다. "알프레드". 학생은
뛰어난 역사 지식(?)을 인정받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단다. 1727년 왕실 재판에서 왕이 직접 King Alfred가 University
College의 설립자라고 공식적으로 인준을 할 정도였다니 위에 언급한 학생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농담만은 아닐법도 하다. 하여간 지금도 이
이야기는 시험 기간동안 긴장을 풀려는 University College 학부 학생들의 맥주 안주로 쓰이고 있다니 역사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 수상 Clement Attlee가 학생으로, Harold Wilson이 교원으로 이 학교에 있었으나 그리 특별한 화제를 만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University College 학생은,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서 한번 쯤 보았을법한 "To a Skylark"의 낭만주의 시인 Percy Bysshe
Shelley. 자신을 괴롭히는 교수를 골탕먹이기 위해 교수 소유의 엄청난 고가의 카페트에 염산을 뿌리고, 자신의 방문 손잡이에 전기를
통하게 하여 감전을 시키는 등 사고뭉치의 대학생활을 하던 Shelley가 마침내는 마을사람들의 소요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실험을
감행하였다. "환생"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그가 지나가던 여인의 팔에 안겨있던 생후 1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빼앗아 모들린
다리(Magdalen Bridge) 위에서 아기가 "환생"하였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했던 것. 여인의 비명소리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거센 물살 위로 아이를 내려뜨린 채 그 아이에게 "환생"하였음을 자백시키려는 Shelley의 주변으로 감히 접근하지는 못하였다. 금방이라도
아기를 삼켜버릴 듯한 물 위로 아기를 들어올린 Shelley는 계속해서 아기에게 전생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라고 위협하고 있었고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누구였던가, "어머니는 여자보다 강하다"라고 말했던 이가. 애기의 어머니가 지금도
마을사람들에게 솔로몬의 지혜로 지칭되는 기지를 발휘했다.

"애기가 어떻게 말을 하겠어요, 이제 생후 1개월밖에 되지 않은 애기가!" 설득조의 어머니의 힐난에 Shelley가 엄숙하게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않지.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전생 내내 사용했던 말을 잊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쟎아!"

무엇이 말이 되지 않는 것인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어쨋거나 전생 이야기하기를 강하게 거부한(?) 아기는 어머니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왔고
학교에서 퇴학당한 Shelley는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다.

작은 성채 Merton College

University College가 알프레드 대왕을 끌어들여 장충동 족발집 '원조'논쟁에 버금가는 논쟁을 이끌어 왔다면 Merton College는 제법
사료에 근거한 학문적 원조 논쟁의 승리자라 할 수 있다. 최초의 Cambridge college인 Peterhouse를 만들었던 Walter de Merton이 이
college의 설립자. 스스로가 gentleman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학생들에게 모든 면에서 신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학교의 校訓으로
정했다고 한다. 학교사에 의하면 1487년, Hugo Shakespeare 라는 학생이 학교측으로부터 이름을 바꾸도록 명령받았다고 하는데 이유는 그
이름이 신사의 이름으로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약 200년이 지난 후 Merton college도 이 강한 신사의 원칙을 포기한 듯한데 최초의
William Shakespeare 문고가 설치된 도서관이 바로 Merton college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잠시 다루었지만 1354년에 발생한 옥스포드 주민(Towner)과 학생(Gowner)의 전투는 단순히 동네 패 싸움 정도가 아니었다.
옥스포드 대학의 Chancellor가 살해 당하고 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살해당했으며 주검은 머리가죽이 벗기웠단다. 모든 대학들이 Cambridge
등지로 도망을 갔지만 유일하게 한 대학, Merton College만이 옥스포드에 남아 있었다. 이유는 이 대학만이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을
은신시킬 수 있는 시설을 갖고 있었던 것. 성채와 같은 벽과 건물을 갖고 있었던 덕에 왕당파와 공화주의자간의 Civil War 때에는 왕비를
은신시키는 장소로도 이용되었다. 건물의 특성 탓인지 Merton College에는 특히 전쟁에 얽힌 일화들이 많다. 우선 1차대전. 당시 Merton
college의 교수(옥스포드와 캠브리지의 교수는 don이라고 불리운다.)였던 H.W.Garrod의 이야기. 1914년, 길을 한가롭게 거닐던 Garrod
교수에게 한 여인이 다가와서 다그치며 말했단다. "모든 사람들이 인류의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가롭게
거닐수 있어요? 이 문명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되지 않겠어요?" Garrod 교수가 점잖게 대답했다. "부인, 내가 바로 모든 사람들이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문명이요!" 아니라고 하기에는 don이라는 위치가 너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그 don에게 생명줄을 맡기고
있는 옥스포드 학생들에게는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영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수송부대 일화 한토막. 옥스포드에서 아빙던이라는 외곽으로 가고 있던 미군 수송부대의 인솔
트럭이 길을 물어보았는데 하필이면 Merton의 don에게였다. 평소 자전거로 아빙던의 집까지 다닌 이 don이 아는 길이라고는 구절양장
같은 골목길 뿐. 친절하게 가장 빠른 골목길을 가르쳐 준 이 don, 애국심에서였던지 다른 수송부대에게도 평소 익숙한 골목길을 가르쳐
주었던 것. Merton college 바로 옆 Oriel Square에서 두 수송부대의 트럭이 마주쳤고 이 트럭들이 다시 대로로 나가는데 하루 종일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근처 King Edward Street의 가게 주인들의 농담 중의 하나이다.

피의 순환을 발견한 William Harvey가 Merton의 don이었니 피의 순환에 대해서는 모든 don들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었으리라 예상할 수
있으나 차량의 순환에는 그리 정통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작가 T.S Eliot, Winston Churchill의 아버지 Lord Randolph Churchill이
Merton이 자랑하는 졸업생들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