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브리지 奇人笑叢 IV.

(Oxbridge, Odds and Annecdotes.)

지난 호에 소개했던 옥스퍼드 대학생들의 조롱끼 섞인 노래(학문적인 평가에서 캠브릿지 학생들이 옥스퍼드 학생들보다 못하다는
내용의)가 유행하지 못했던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대학, 6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을 학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노래하는 것은 정신병자들의 감금이 일상화되어 있던 빅토리아 시대에는 무척이나 위험스런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유로운 공기를 숨쉬며 부르는 마지막 노래가 될 수도 있었으므로....

영국판 삽교, Cam 강의 다리, Cambridge

캠브릿지, 영국 최고 명문 중의 하나, 뛰어난 연구업적, 아름다운 경관... 그저 제목만 열거해도 숨이 막힐 정도의 이 대학의 시작은 13세기
경, 그러니까 옥스퍼드보다 약 1세기가 늦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도시 자체의 형성은 A.D. 4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Colchester로부터
Lincoln까지 가는 길의 중요한 거점으로 생각되었던 이곳에 로마인들은 강에 다리를 놓고 주변 경계가 용이한 현재의 Castle Hill에
캠프(Durolipons 라고 불리웠던 것으로 추정되는)를 설치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캠브릿지의 모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로마인들이
떠난 이후에 북독일 지방으로부터 Angles, Saxons 그리고 Jutes라고 불리우는 부족들이 캠브리지로 왔으나 로마인들이 이룩했던 것만큼의
큰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던 듯 하다. 7세기 말경, 일단의 Benedict파 순례수도사(Ely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는)들이 로마인들의
건물유적속에서 대리석 관을 발견하고 그 관에 자신들의 수도원 창립자였던 St. Etheldreda를 장사지낸 일이 역사에 기록되어있지만
도시의 부흥은 8세기 말, Danes족속의 Offa 대왕(Offa the Great)이 로마인들이 지었던 다리를 다시 복구하면서부터이다. 이 시기의
Cambridge는 Grantacaestir (Granta(강의 다른 이름)에 있는 성채) 또는 Grantabrycge(brycge는 다리를 뜻하는 가장 오래된 영어단어 중의
하나)라고 불리웠단다. 이는 이 도시가 '다리'의 존재로 인해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영국판 '삽교'라고나
할까....

이 캠브릿지 그러니까 Grantabrycge는 Edgar 왕(956-75) 시절에 상업 중심지로서 가장 부흥하던 시기를 갖게 된다. 고대 화폐를 찍어내던
guild가 형성되었고 영국 북동지역의 상업 중심지가 되었던 것이다. 1010년에 한때 바이킹의 침입을 받아 황폐화되었지만 이미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던 캠브릿지는 곧 Saxons족에 의해 상업도시로서 복구되었다.

이 시기 캠브릿지는 캠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의 Peas Hill, Market Hill 지역과 Castle Hill 지역 두 곳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곳이
상업 중심지로 급격히 발전하고 있었다는 것은 12세기에 지어졌던 많은 교회건물들이 증명해준다. St Radegund's Priory (Jesus College의
전신), St. Jones Hospital(후에 St. Jones College), Round Church라고 알려져 있는 the Church of the Holy Sepulchre 등이 지금도 그
시절의 융성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렇듯 융성했던 캠브릿지 경제는 13세기에 그 기반을 조성하고 17세기 경에는 영국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되었던 Stourbridge Fair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8월에서부터 9월까지 열렸던 이 시장은 18세기까지는 대학의 존재보다 더 유명하였으나 안타깝게도 1934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캠브릿지 동쪽 Stourbridge Common에서 열렸던 이 시장의 흔적은 지금도 Garlic Row니 Cheddars
Lane이니 하는 거리 이름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렇듯 고대 도시로서 발전하고 있던 캠브릿지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13세기, 대학이 형성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시련의 역사, Gowner와 Towner간의 전투

엄청난 연구업적을 가진 캠브릿지 대학이지만 자신의 역사 기록에 있어서만큼은 그리 뛰어난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 16세기경,
캠브릿지 대학의 역사학자들은 옥스퍼드의 원조 주장을 뒤집기 위해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스페인의 왕자 Cantaber(Prince Cantaber --
캠브릿지 출신 학위 소지자들을 Cantab이라고 부르는 것의 배경에는 라틴어 어원 외에도 이 치열한 역사공방이 자리하고 있었다)를 대학의
설립자로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원조 논쟁에 너무나 몰입했던 역사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Prince Cantab은 4321년(지구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된 해) 영국 왕의 딸과 결혼하여 캠강에 자신의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무척이나 현명한 왕자로서
엄청난 재물과 함,께 철학의 본고장 아테네에서 철학자들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천문학자들을 데리고 와서 이 곳에 정착하였고 이것이
대학의 시초였다는 것이다. 도저히 우리의 역사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 역사학자들의 '전설적' 주장은 지금도 캠브릿지 학생들 사이에서
한 정설로 주장되고 있다는데........

하지만 대학 기원의 역사적 사실은 이 Prince Cantaber의 도착 광경과는 좀 거리가 먼 것이었다. 1209년 일군의 옥스퍼드 학자들이
옥스퍼드에서 주민들과의 분쟁을 피해 캠브리지로 도착하였다. 이들이 왜 캠브릿지를 자신들의 피난처로 선택하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마도 이미 상당수의 학자들이 캠브릿지에 있는 여러 교회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이들과의 교분이 큰 역할을 하였으리라
추정되고 있었다. 옥스퍼드에서 온 학자들에게 가장 커다란 문제는 바로 이 지역의 상인들이었다. 숙소와 식사에 대해 매우 정당한
가격(소비자 용어로 "바가지")을 받아내려고 했던 상인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했고 이미 옥스퍼드에서
상인들과의 일련의 전투경험을 갖고 있던 이들 학자들의 선택은 무척이나 당연한 것이었다. "University"

1231년 헨리 3세는 대학 도시의 상인들은 학자들에게 할인가격을 적용하라는 칙령을 내리고 되었고 이것이 캠브릿지 상인들이 처음 맛본
University의 힘이었다. 옥스퍼드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을사람들과 학생들간의 마찰이 점점 심화되었고 결국 1261년 마을사람들은
남쪽지역 학생들과 북쪽지역학생들의 싸움에 관여하게 되어 16명의 마을사람들만 교수형에 처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캠브릿지가 정식으로 왕으로부터 Royal Charter를 받게 되자 시장은 대학의 권위에 복종한다는 선서를 하게 되었고 1년에 한번씩 대학의
권위를 상징하는 행사를 갖게 되었다. "The Black Ceremony"라고 불리운 이 행사는 두고 두고 캠브릿지 주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캠브릿지 학자들의 위대한 업적은 아마도 무척이나 험난했던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룩되었다는데서 더욱 칭송받아야 할 것 같다. 1349년
엄청난 전염병이 돌았고 수 많은 학자들과 주민들이 희생되었다. 전염병은 1361년과 1369년에 다시 엄청난 희생자를 낳았다. 연구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은 전염병 뿐만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땅을 소유하고 있던 대학의 놓은 지세로 인한 1381년의 농민 봉기는 학자들을
적으로 규정하였고 대학의 Royal Chater가 불태워지고 수 많은 학자들이 시장에서 죽임을 당하였다. 다시 왕이 이 마을주민과 학자들
사이의 전투에 개입하게 되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권력은 항상 부자들의 편이었다. 왕의 마을 주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되었고 이
피를 기반으로 대학은 다시 권위를 회복하였다.

초창기의 역사가 이처럼 피로 얼룩져 있었다면 그 이후의 역사는 위트와 유머, 로맨스로 가득차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옥스퍼드와
마찬가지로 컬리지 시스템으로 되어있는 Cambridge 역시 컬리지 간의 경쟁을 씨줄로 각 컬리지의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날줄로 한
한폭의 비단같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투쟁의 역사보다는 화해의 역사를, 눈물과 고통의 이야기보다는 웃음과 환희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