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브리지 奇人笑叢 V.

(Oxbridge, Odds and Annecdotes.)

최초의 College, Peterhouse

Cambridge에서 가장 오래된 College는 Peterhouse이다. 그렇지만 이 곳 사람들은 Peterhouse College 라고 부르지 않고 그저
Peterhouse라고만 부른다. 왜 그럴까 궁금하여 이런 저런 관계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별 신통한 대답은 없다. 그저 그렇게
불러왔으니까 그렇다는 대답외에는.... Peterhouse는 1284년에 Bishop of Ely였던 Hugh de Balsham에 의해 설립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의 Peterhouse의 구성원은 학장(Master라고 불리우는)과 14명의 '능력있는 그러나 무척이나 가난한) 학자들이 다였다고 한다. 당시의
Peterhouse에는 학문적 능률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규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여러명의 학자들이 같은 방을 사용해야 하고 어떤 여성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빨래를 하는 하녀들까지 출입이 금지되어 학자들은 자신들의 빨래를 직접 해야만 했는데 학문적
능률을 올리는 외에도 가난한 학교의 재정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더 짙다. Peterhouse는 훌륭한 과학자를
많이 배출한 것으로 명성이 높은데 게중에는 물의 밀도와 지구의 무게를 최초로 측정한 Henry Cavendish, 제트 엔진을 발명한 Sir Frank
Whittle, 물위를 떠 다니는 배, hovercraft를 발명한 Sir Christopher Cockerell, 최초의 기계식 컴퓨터를 발명한 Charles Babbage 등이
유명하단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가 수천만 파운드를 캠브리지에 투자한데에 역사적 연원이 있었다고나 할까... 그 유명한 과학자들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골프공의 비거리로 물리법칙을 설명하려고 했던 Tait 교수. 골프공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물리적 법칙으로 증명하려고 했던 Tait 교수는 며칠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이론을 부인해야만 했다. 괴력을 가진 아들, Freddie Tait가 엄청난
장타를 때려 자신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것. 요즘처럼 골프로 엄청난 돈이라도 벌수 있었다면야 얘기는 달라졌겠지만 이 괴력을 가진
아들 때문에 학문적 경력에 오점을 남긴 이 교수의 입장은 무척이나 곤란했으리라 생각된다.

과학자를 많이 배출한 학교때문인지 Peterhouse는 캠브리지에서 가장 먼저 전기를 사용한 학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전기가
화력발전이어서 주변의 세탁소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재가 주변 세탁업자들이 널어놓은 옷들을
새까맣게 만들어 버렸던 것. 어떤 기술의 발전이던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이 Peterhouse는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던 19세기에 이미 배웠던 것.

Peterhouse에는 다른 College에 비해 기행을 일삼던 학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얼굴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꽤 많이
있단다. 그 중의 하나가 성경역사에 관한 시험을 치루어야 했던 한 학생의 임기응변이 백미. 시험관이 학생에게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들중
주요 선지자를 구별하여 대답하라고 요구했단다. 한참을 고민하던 학생이 화를 내면서 말했단다.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들이 모두 하나님의
일을 하였는데 누구는 주요하고 누구는 주요하지 않다는 것은 하나님께 불경스러운 일입니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Hobson's choice, St Catharine's College

Peterhouse의 빈곤에 필적할 만한 적수는 St Catharine's College였다고 한다. 바퀴에 묶여 순교한 알렉산드리아의 Catharine의 이름을 딴
이 학교는 1473년 한명의 학장과 3명의 학자를 구성원으로 Katharine Hall 로 출발하였다. 목적은 철학과 신학의 연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얼마 되지 않는 기부금을 기탁한 이들의 영혼을 위해 매일 기도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Katharine Hall이 St. Catharine's College로
정식명칭을 가지게 된 것은 1860년. 처음 100년간은 학생들도 없이 오직 기부금만으로 운영되던 이 학교의 가난은 전 영국에 소문이 날
정도여서 세금을 걷는 정부관리들이 오히려 기부를 하고 갈 정도였다고. 1575년에 Cambridge의 College들이 마을 주민들과 화재시 진화와
관련된 소방협정을 맺게 되었는데 마을 주민들은 St Catharine을 제외한 모든 다른 College는 4개의 물통을 제공하되 St Catharine은 2개만
제공하면 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단다. 가난한 이 college의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 이곳 향토사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St Catharine을 얘기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람은 Thomas Hobson. 학생도 교수도 아닌 그저 말 대여업자였던 그가 바로
"Hobson's choice"라는 단어의 주인공. Thomas Hobson은 현재 St Catharine의 학교교회가 있던 자리에서 말 대여업을 하고 있었는데
손님의 지위고하, 부의 정도를 불문하고 가장 문에서 가까운 말을 가져가게 했던 것이다. 손님이 말을 선택한다던가 하는 일은 그의
가게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즉 손님에게는 Hobson이 문 가까이 세워둔 말을 빌리던가 아니면 그냥 걸아가던가 두가지의 선택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업방식이 소문이 나 a choice of taking the thing offered or nothing (The Concise Oxford Dictionary) 라는
말로 굳어진 것. 가난 때문에 기부되는 것을 가릴 여유가 없어 항상 Hobson's choice를 가지고 있었던 St Catharine College의 교회 자리에
이 Hobson의 마굿간이 있었다는 것도 그리 우연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Hobson's choice보다 심각한 선택의 문제는 1861년, 학장 선거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Robinson과 Jameson이라는 두 사람이
경합했던 1861년의 선거는 어떤 선거보다도 치열해서 1차 투표결과 후보자 2사람의 표를 제외하고 동점이 나왔단다. 이런 경우 각 후보는
서로 상대방을 투표해서 동점을 만들어 다시 재선거를 하는 것이 관례였단다. Jameson은 관례에 맞게 Robinson에게 투표하였는데
투표함을 열어보니 Robinson의 표가 2표 더 많았던 것. 당시의 규정상 성직자의 경우, 학장만이 결혼을 할 수 있었는데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하기 위해 Robinson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었던 것이다. 투표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 특히 관례를 지켰던 Jameson은 결코
Robinson을 용서하지 않았지만 투표 결과야 어찌하지 못했던지 Robinson은 장수하여 거의 50년이나 학장자리를 지켰다고 하니 양 후보
모두에게 심각한 선택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Clare College, 미국 독립의 산실?!

Cambridge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College는 Clare College, 하지만 1326년 Richard de Badew에 의해 설립될 당시의 이름은 University
Hall. 설립 당시에 학장용과 방문객용으로 의자가 두 개 밖에 없을정도로 가난했던 이 College는 1338년 Lady Elizabeth de Clare라는
미망인의 엄청난 기부금을 받으면서 이름을 Clare Hall로 바꾸었다. Lady Elizabeth de Clare는 미처 28도 되기 전에 3명의 남편을 묻어야
했다는데 지금 Clare College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는 문장에 금색 눈물은 3명의 남편을 묻어야 했던 이 미망인의 불행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 부자였던 남편을 묻었기 때문에 거부가 되었고 그래서 거액의 기부를 하여 Clare College의 부흥을 이룬 것을 생각하면
미망인의 불행을 기리는 것인지 학교의 행운을 기리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상징 모양 중의 황금색 눈물이 이 모든 것을 표현하는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하다.

Clare College가 배출한 인물들 중 결코 빼 놓지 말아야 할 인물이 있다면 바로 Charles Townshend와 Earl Cornwallis. 알고 보면 이들이
미국 독립의 산파였고 바고 Clare College가 미국 독립의 산실이었다는 것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Charles Townshend는 미국
독립운동의 촉발제가 되었던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나도록 세금을 매긴 재무장관이었고 Earl Cornwallis는 1781년 Yorktown에서 미국
독립군들에게 투항하여 미국 독립운동의 끝맺음을 한 장본인.

Clare College는 영국에서 캠 강을 가로지르는 가장 오래된 다리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흑사병이 퍼져 있는 마을을 피해 학생들과
교수들을 이동시키려는 목적으로 지어진 이 다리는 1638년 Thomas Grumbold라는 이에 의해 설계되었는데 당시 기준으로 설계비가 너무
야박한 수준이었나 보다. Thomas Grumbold는 다리난간에 놓는 공모양의 돌 중 한 부분이 부족하게 끔 디자인을 함으로써 영원히
미완성이라는 평을 받게하는 것으로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였단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미완성의 다리를 완성하려는 후학들의
노력 때문에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빠져있는 한 부분을 각종의 재료(깡통, 자갈 등 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채워넣기
때문이다. 보트를 타고 캠브리지 관광을 하려면 반드시 이 다리를 지나야 한다는데 이 채워져 있느 재료들이 심심찮게 보트 위로
떨어진다고 한다. 실지로 관광객이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는데 하필이면 그 보트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이 미국인들이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Clare Col.lege에 떠 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