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브리지 奇人笑叢 VI.(마지막회)

(Oxbridge, Odds and Annecdotes.)


화려한 역사, Trinity College

시인 바이런(Byron),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최초로 원자의 구조를 밝힌 과학자 러더포드(Lord Rutherford), 차알스
황태자(the Prince of Wales, Charles), "Winnie the Pooh"의 작가 A.A. Milne의 모교, 2명의 왕과 6명의 수상, 인도의 초대 수상 네루,
28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학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교수로 재직했었고 마침내 작년에는 학장, 아마탸 센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은 학교, 이 화려한 역사의 소유자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부자 학교인 Trinity College, Cambridge이다.

이 영예로운 역사의 시작은 헨리 8세의 변심(혹은 참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종교개혁 이후 카톨릭세력을 박해하면서 그는 수 많은
교회와 수도원을 파괴하였고 이는 바로 학문연구, 교육의 기능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말년의 헨리 8세가 왜 돌연히 학교를 짓겠다고
결심하였는지 알려진 바 없으나, 1546년 죽기 정확히 5주전, 그는 "The College of the Holy and Undivided Trinity"를 설립하였다. Trinity
College 가 가장 부자 학교가 되기를 원했던 그는 그가 몰수한 수많은 카톨릭 교회, 수도원의 재산을 이 학교에 기증하였고 이러한 그의
기부로 인해 지금도 학교의 학장 임명권한은 왕실이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학교의 재산이 학문적 명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닌지라 17세기에 트리니티 컬리지는 쇠락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바로 차알스 2세,
제임스 2세가 임명한 자격없는 학장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비록 아이작 뉴턴이 1661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기울어가는
학교의 명성을 그나마 올려놓았지만 "the Fellows drank too much and the students read too little"의 조롱은 17세기 18세기 내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쇠락하는 학교를 다시 정상의 위치를 올려놓은 이가 바로 William Whevell. 가족과 친구로부터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지만 학생들에게는
타도의 대상이었던 이 학자는 학문 연구를 진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한 인물이었다. 젊은 시절 그의 경쟁상대는 Jacob. 언제나 책상에 앉아
연구에 몰두하는 그에게도 휴식은 필요한지라, Jacob이 사냥 복장으로 말을 타고 나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휴식"을
취하곤 하였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집념에도 수석의 영예는 Jacob의 것이었다고 한다. 졸업 후 William이 Jacob이 비결을 물었다. Jacob이
웃으면서 대답했다고 한다. "글세, 자네는 여기서 공부가 잘 되는 것 같던데, 나는 가끔 정신이 집중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 그래서 가끔
딴 마을에 가서 공부를 하였지. 사냥복장을 하고 말이야..."

교수와 학생의 음주를 금지하고 엄격한 규율을 제정한 이 학장 덕에 트리니티의 학문적 명성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마지막 금남지역, Magdalene College

Magdalene("모들린"이라고 읽는다는 것은 옥스퍼드 편에서 밝힌바 있다.) College는 1428년 Abbot of Crowland에 의해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에는 "Monks' Hostel"이라고 불리운 이 학교는 이름 그대로 캠브리지에서 공부하는 젊은 수도사들의 기숙사의 역할을 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었다. 교칙의 제 1 조는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학생들보다 술집을 덜 자주 가야 한다."the students of this College are to visit
taverns less often than other students".

이러한 훌륭하고도 실질적인 교칙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재산 상태는 그리 개선되지 않았던 것 같다. 3명의 학교 운영자(Henry, 2nd Duke
of Buckingham, 그의 아들 Edward, 3rd Duke of Buckingham, 그리고 Duke of Norfolk)가 모두 반역죄로 사형을 당하는 혼란 속에서 많은
학자들과 학생들이 이 학교를 떠났다고 한다. 이들 학교를 떠난 이들 중의 한사람이 바로 Harvard 대학교 설립자인 Henry Dunster 였다.
Magdalene College의 두 번째 높은 직위인 President를 버리고 미국으로 간 Henry의 꿈은 역시 학장 즉 Master가 되는 것이었으리라.
신천지 미국에서 대학을 설립하였으니 당연히 Master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만 그의 꿈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왜냐하면 Harvard
대학의 최고직은 President라고 불리웠으므로....

권투경기의 룰을 만든 the Marquess of Queensbury, 1928년 1932년 Olympic 육상 메달리스트인 Lord Burghley(영화 "Chariots of
Fire|"의 주인공)를 배출한 이 학교는 캠브리지에서 가장 늦게 여학생의 입학을 허락한 학교로 더욱 유명하다. 1988년, 마침내 여학생의
입학이 허가되자, 남학생들은 팔에 검정 완장을 두르고 운구행렬을 만들어 전통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한다. 당시에 가장 유행했던
논쟁거리가 "교육에서의 남녀 평등과 문명의 파괴와의 관계"였다고.... . 여자대학교의 출현에 대한 위안스카이(리홍장)의 유명한 코멘트
"여자가 너무 많아..."는 차라리 진보적인듯 하다.

Eton 과 King's College, 그리고 그 학생들

매년 크리스마스만 되면 세계 120여개국 이상으로 생중계되어 울려퍼지는 King's College의 성가대의 성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 준다. 크롬웰 통치 시기를 제외하고 수백년간 계속된 이 아름다운 목소리의 산실, King's College의 시작은 14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헨리 6세는 자신이 18세되던 해에 Windsor에 그 유명한 Eton College를 설립하고 그 이듬해 King's College의 전신인 "College
of Saint Nicholas"를 캠브릿지에 만들었다. 학생들은 항상 깨끗하게 면도하여야 하고, 수위들은 수염을 기를 수 없다는 등 당시로서도
특이한 교칙들이 제정되었는데 무엇보다도 특이했던 교칙은 "Eton college 출신이 아니면 어떠한 뛰어난 학생도 입학할 수 없다"는
규정이었다. 엄청난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교칙은 1871년까지 지속되었는데, 오늘날 킹스 컬리지 소년 성가대원들의 복장이 전통적인
Eton college 교복인 이유는 바로 이 오랜 교칙의 영향 때문이다.

4개의 뾰족탑이 정사각의 꼭지점을 이루고 있는 특이한 형태(John Ruskin의 표현에 따르면 "테이블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의 학교
건물은 크롬웰 시기, 불순한 건물(청교도 정신에 어긋나는)의 대표격인 건물이었다. 크롬웰의 심복, 파괴의 화신으로 불리우던 Dowsing이
캠브릿지에 조사차 나오자 King's College는 곧 불에 타 재만 남을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한다. 하지만 Dowsing은 이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에 손도 대지 않고 떠났는데 후일 발견된 학교 장부의 차변 항목 "Dowsing에게 6실링" 이 그 이유라는 설이 무성하다. 이 역사적 뇌물
수수에 박수를....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지만, 이들중 가장 "보석처럼 빛나는"(아니 가장 보석과 연관되어 보이는) 인물은 역시 John
Greenhall. 1579년 3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 이 친구는 후일 보석 전문 털이 노상 강도를 체포되어 교수형을 당하고 말았단다.
학교에 온 Eton 졸업생들 중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도망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고 학교의 선생들 중에도 돈을 빌려 갚지 않고 딴
대학으로 도망간 이들이 자주 있었다고 하니 학교의 도덕 교육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으나 맹인 교수 Sanderson의 일화는 우리의
의구심을 씻어준다. 영국 초대 수상, Horace Walpole이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맹인 교수 Sanderson이 그에게 말했단다. "우리가 자네에게
학비를 받는다면 사기가 될게야. 왜냐하면 자네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내가 가르쳐 주는 어떤 것도 제대로 배울 수 없는 둔재이기
때문이지" 잠시 고민하던 Horace가 환한 얼굴로 방을 나갔단다. 졸업때까지 둔재로서 즐거운 학창 생활을 보내야겠다는 신념에 찬 얼굴로
말이다. 뇌물 수수, 노상강도와 습관적 채무불이행자를 배출한 이 학교의 "도덕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교육의 존재"에 강한 의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근대경제학의 주춧돌을 놓은 Keynes가 이 학교에서 공부하였으니 "교육의 존재" 또한 누가 감히 의심하겠는가?

연재를 잠시 중단하며(?)-- 옥스퍼드와 캠브릿지

옥스퍼드와 캠브릿지가 세계적인 명문(최소한 세계적인 관광지)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단지 오래되었기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낸 학생들과 교수들의 치열한 하루 하루가 수백년 된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들 학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역사를 온몸으로 호흡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결국 이들, 배우고 연구하는 이들의 일상생활의 이야기들이 응축되어
오늘날의 옥스브릿지를 만들었고 또 미래의 옥스브릿지를 만들어 간다면 그들의 기인 소총은 계속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살짝 엿 본
이 옥스브릿지 기인소총 마무리 역시 "잠시 중단"이 어울릴 듯하다. THREE CHEERS FOR OXBRIDGE, HIP, HIP, Hurray!, HIP, HIP,
Hur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