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각의 시작인 만화...

내 자각의 시작인 만화...

최초는 물론 국민학교때 였다. 소년 중앙이니, 뭐니...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런 만화 잡지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중1 때 였다.

<비운의 공녀 아도라>라고 지금은 작가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술탄이라는 꽤나 어려운 말을 처음으로 접했고, 그 그림도 꽤나 예쁘장했고, 그렇지만 어쩐지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였던 것 같다. 이것 저것 아무 뜻도 모르고, 별 감흥도 없이 만화를 가끔 접하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내가 꽤 늦은 사춘기를 맞이해서가 아닐까 싶다. 그리 감수성이 예민했던 것 같지도 않았고, 가요라는 것에도 해철님의 노래와 부활의 노래 외에는 관심도 없었으니깐....

아마도 짝을 잘 만났기 때문이지 싶다. 고등학교 들어가 처음 내 짝이 된 성아라는 애였다. 나름대로 만화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애였고, 걔랑 만화를 하나 둘 같이 보면서, 만화란 이렇게도 놀라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 세계의 끝도 없는 시작을 나는 밟기 시작했던 거다.

처음에는 순정으로 시작해서, 대학에 들어오면서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다. 그리고는 나름대로의 철학도 가지게 되었고, 아마 지금 내가 나의 전공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 또 거기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나, 나 자신에 대한 확신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 거기에는 어느 정도 만화가 일조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 터무니 없는 상상의 세계를 엿보고 온 뒤 나는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냐며 스스로 용기를 너무 키워와서일테지...

그렇다고 만화가 내게 준 것이 그것 만이라면 나는 예전에 만화를 끊었을 것이다. 아직도 현실감이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기는 하지만, 또 현실에 대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힘들어 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뭐 어떠랴. 나는 힘들게 보냈던 만큼 내 삶의 많은 부분을 기억하게 될텐데

아직도 난 정말 멋진 스토리 하나 정도는 써 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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