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링과 프랙탈
내가 프랙탈이라는 것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우리 학교에서 연예인 본 횟수만큼이나 없지만, 그래도 조금 주워 들은 걸 가지고, 현재의 생각을 한 번 말해보겠다.
해철님이 MonoCrom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뭐라고 읽으면 좋을지 모르는 사람과 음반을 냈다.
해철님의 앨범은 내게는 그냥 무심히 들어볼 수 있는 앨범은 아닌지라, 처음 들을 때부터 가사집을 펼쳐놓고 들었다.
음.... sampling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녹음한 소리를 되풀이 해서 틀되 부분의 부분을 틀어주는 것. 뭐 완전 생아마추어가 들어보고 나름대로 정리한 sampling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chaos와 fractal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 매료되었던 사람이다. 그게 뭔지도 잘 알지 못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되는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건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여기에서 나비가 퍼덕거리는 것이 지구 반대편에서 비를 오게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마술 같은 과학인가! 프랙탈도 뭔가 계속 되풀이 되지만, 되풀이에 변수를 주면 뭔가의 선상 구조가 생긴다는 어쨌든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처음에 신해철, 아니 monocrom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 정확히는 이 글을 쓰기 전인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를 들을 때까지는, 난 '음... 신해철이 영국까지 가서 한다는 샘플링이 주가 된 음악은, 뭔가 묘미가 빠져있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가사를 되풀이하되, 그것이 입으로 되풀이 하면서 생기는 변수는 가지지 않은 똑같은 반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우리의 monocrom을 내가 평가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건 가당치도 않으니깐..
123456789를 듣고나서, 2345678을 듣고, 12345를 듣고, 34567을 듣는다는 것도 새로운 변수를 가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보니깐, 그렇게 하나의 음악이 완성된다면 그것도 참 새로운 시도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샘플링 음악에 대한 내 생각이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한 앨범의 모든 곡을 하나의 모체 노래로 그야말로 샘플링만 바꿔서 전혀 새로운 장단과 노랫말과(이건 어려운가?-어쨌든), 완성된 음악으로 만들면 어떻까 하는 생각. 그러면서, 무슨 single cut앨범같은 건 절대 아닌 그런 앨범...
음... 오늘 또 나는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팬의 도리를 다 하기 위해 해철님께 편지를 써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