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세상 바깥 식당에서 점심 한 그릇씩 먹고

성류굴 속으로 들어가려고 줄지어 서 있는 동안

산서고등학교 2학년 1반 담임인 나는 외설스럽게도

子宮 속으로 들어가는 길,

그 축축한 입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굴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비좁아

허리를 낮추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성류굴

 

세월의 주름이 膣壁을 이룬

그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내리면서

조국이여, 나는 오만하게도

너와의 불륜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대낮에는 왜 성욕을 숨겨야 하는가

나는 아이들이 식판 들고 줄 서 있을 때

왜 상다리가 무너지게 차린 밥상을 받아야 하는가

나는 왜 나에 대한 분노가 한줌도 없는가

 

세상 속으로 들어갈수록

세상은 어두워지고

세상 밖으로 나가자니

세상의 햇살이 무서워진다

 

삶이란

수학여행처럼 신나고 쓸쓸한 것이냐

조국이여,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나는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수심이 삼십 미터나 된다는 그 아찔한

동굴의 연못 속을 존재의 심연이라 생각하고

거기에다 시의 사다리를 가만히 놓아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