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법
참다운 사랑의 힘은 태산보다도 강하다. 그러므로 그 힘은 어떠한 힘을
가지고 않는 황금일지라고 함부로 무너뜨리지 못한다.
대화는
말을 주고받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가 할말이 있을 때 '정확하게'
하고, 상대방이 말할 때 '잘' 들어줄수 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간의 바람직한 대화일 것이다. 그리 어려운 일 같지는 않은데 실상을
보면 대화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의 말을 '정확하게' 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일까?
이제부터 바람직한 대화를 '말하기'와 '듣기'의 양 측면으로
나누어 알아보자.
1. 정확하게 말하기
정확하게
말한다는 것을 어떻게 하는 것인가? 첫째, 상대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흧분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이요, 둘째,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이야기할 때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말하는
사람은 감정의 폭발을 억제할 수 있는 자제력과 함께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또한 가능한 한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먼저 첫번째 원칙에
대해 알아보자. '상대방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객관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사람 됨됨이나 성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현재 행동이나 상태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상대방이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철수 씨는 왜 그렇게 신용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철수 씨, 삼십분이나 늦게 왔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한 번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해서 곧 신용없는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상대방의 한 번 행동을 보고 그의 인간적 특성을
언급하면 그것은 객관성이 없는 그릇된 판단이기가 쉽다.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동이나 상태만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그러려면 언어습관에 있어서 '너는 게으름뱅이다'와 같이
사람의 본질을 규정짓는 '너는 .....아다' 표현( 당신, 왜 그렇게
무식해? 참 못됐다! 성실한 사람이구나! 등 )은 가능한 한 줄이고 '너는
늦게 왔다'와 같은 '너는 ......한다.' 표현( 또 TV 보고 있구나,
낙서하고 있어?
책 읽고 있어요? 등 )을 써 버릇해야 한다. 상대방이
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더라도 "당신은 왜 그모양이에요?"
"아이 지저분한 사람!" 이 아니라 "당신 또 코
후비고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화가 났으면 화가 났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마음에 있는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것을 곧 '진실된'이며 그래야만 사랑하는 사람간에 마음의 교류가
바르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진실된과 솔직함'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덕목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 기쁨이나 분노를 숨기거나 상대방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 것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예를
들어 남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화가 났을 경우를 보더라도
"나는 지금 영희 씨 때문에 화가 많이 났어"라고 말하기보다는
"영희, 너 어찌 그 모양이야"라고 하지 않는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올바르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너'가 아니라
'나'가 우어가 되는 말을 해야 한다. "철수 씨,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무척 서운하네요"이여야 하고, "영희 씨는 참
착하군요" 대신에 "영희 씨가 일을 도와주니 내가 기분이
매우 좋아요"라고 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르고 솔직한 표현이다.
이제 말하기의 원칙을 정리해보자.
* 자신의 권위나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방 앞에서 보다 더 솔직해지려는 용기를 갖는다.
* '밥 먹자' '이제 집에 가자'와 같은 일상적이고 무미건조한
이야기만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때그때 기분이나 감정도 말로
전달한다.
* 얼굴표정이나 목소리와 일치되는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을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한다.
*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흥분을 자제하고 상대방을 모욕하는 지나친 언사는 삼간다.
* 상대방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의 됨됨이나 성품을 규정하는 '너는
.....이다'라는 표형을 피하고 '너는 ...........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전달할 때는 '너는'이 아니라 '나는'으로
시작하는 말을 사용한다.
* 어렵고 추상적인 말로 막연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쉽고 명확한 말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대화를 끝내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상대방의 의견을 다시 들어본다.
2. 잘 듣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상황이나 생각, 감정
등을 전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해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설령
충고나 조언을 바란다고 말할지라도 그보다는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며 충고나 조언은 항상 그 다음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당연히 그의 처지와 심정을 그와 같이 느끼려는 자세일 것이다.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의 속마음까지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 그의 삶 전체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에게
따뜻한 관심믈 가지면 그에 관해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섣불리 끼여들지는 않게 된다. 자신의 말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한 얼마 동안의 판단중지가 요구된다. 판단받고, 평가받고,
심판받는 것, 그것은 당신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긴장되고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성급하게 판단하기를 잘한다. 그것은
당신이 잘못한 것이라느니, 그때는 제가 옳았다느니,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그런 것이 바로
상투적인 조언과 충고, 즉 잔소리일 것이며, 그럴 때 상대방은 하던
말을 중단하고 마음의 문까지도 닫게 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듣는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잘 듣기의 모든 것이다.
그런 이번에는 사족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끔씩
사용하면 대화를 더욱 원활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한 가지 색다른 방법을
소개하도록 하자., 이것은 '적극적인 경청방법'이라 하는데,
딱딱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연습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일명
'앵무새 놀이'라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다음의 지시를 충실히
따라주기 바란다.
적극적 경청연습 : 앵무새 놀이
(1)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가까이 마주앉는다.
(2) 한 사람이
최근 자기에게 있었던 일, 혹은 자기가 지금 생각하거나 느끼고 있는
것, 원하거나 걱정하고 있는 것 등에 관해서 한번에 한 마디씩 잘라서
이야기한다.
예) "나는 어제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았어요"
" 너무 속상해서 방에 가서 혼자 울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철이 없을까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졌다."
"앞으로는 좀더 어른스러워져야겠습니다."
(3)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의 한마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반복한다.
예) "당신은 어제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았군요?"
"너무 속상해서 방에 가서 혼자 울었다고요?"
"나는 왜 이렇게 철이 없을까 생각하니 자기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졌군요?"
' "앞으로는 좀더
어른스러워져야겠다고 생각하셨다는 말씀이군요?"
(4)
오 분간 계속한 후 이번에는 서로 역할을 바꾸어서 연습한다.
(5)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상대방의 말을 한마디씩 그대로 반복하기'를
충분히 연습했으면, 이번에는 한마디 말하고 한마디 따라하기가 아니라,
마디수를 늘려서, 말하는 사람은 두서너 마디를 한번에 이야기하고 듣는
사람은 상대방이 한 말과 내용은 같되 표현만 약간 다르게 하여 대화를
좀더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듣는 사람의 주관적인
평가나 판단이 개입되게 해서는 결코 안된다. 이것도 역할을 서로
바꾸어가며 오 분씩 연습한다.
예) "당신은 어제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아 몹시 속이 상하셨었군요?"
"자신이
철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 속이 상하고, 그래서 앞으로는 좀더 어른스러워져야지
하고 결심하셨던 모양이군요?"
(6) 마지막으로 이 놀이를
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서로 이야기한다.
이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이 놀이를 할 때는 진지한 표정과
태도로 성실하게 임해야지, 만약 그렇지 못하고 장난스럽게 하면, 그것은
두 사람 서로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만 주게 되니 그러려면 차라리 안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이 놀이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에 나의 관심을 집중하는 것을 배우는 것인데,
그것은 웃고 까불면서 장난처럼 하면 계속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약 계속하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실밍하고 워망하는 마음만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놀이를 성실하게 한 사람들은 그 반대로
자기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준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경험을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해 두사람의 대화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상대방의 말을 되받아 반영, 요약 정리하여 둘
수 있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서로의 관계를 더욱 더 바랍직하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적극적 경청법을 잘 배워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에 활용하괒 하는 사람은 한 가지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이 방법을 너무 자주 남용하면
오히려 상대방 이야기의 호흡을 끊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자 하는 사람은 앞에서 이미
언급했던 대로 '잘 듣기의 기본은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임을 먼저 명심하여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하되, 상황을 현명하게 판단하여 적절한 때, 가끔씩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반복하여 되돌려줌으로써 그의 이야기를 더욱 조장하고 촉진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듣기의 원칙을 정리해보자.
* 상대방의 속마음까지 이해하려는 자세로, 그에 관한 넓고 싶은
관심을 갖는다.
* 충분한 시간을 내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대화에 임한다.
* 대화중 눈으로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몸도 그쪽으로 약간 기울인다.
*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나의 말은 자제하여 상대방이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침묵이 잘 듣기의 기본임을 명심한다.
* 고개를 끄덕이거나 '응' '그래' 등의 간단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말을 듣고 있음을 전달한다.
*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상대방의 말만으로는 그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이 안되거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사항이 있을 때는, 상대방이 말을
중단한 틈을 타서 짧게 질문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말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넓고 정확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하므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꼭 필요하지도 않은 질문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끊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치 신문받는 느낌을 갖게 하여 대화를 중단하게 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자제하여야 한다.
* 말을 들으면서 상황에 따라 가끔씩 상대방이
한 말을 똑같은 말이나 비슷한 표현으로 되받아주어 지금 열심히 말을
듣고 있음을 전달하는 동시에, 상대방도 자신이 한 말을 다시 한 번
들어봄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확인하고 정리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것도 너무 자주 하지는 않도록 한다.
* 가능하다면 듣는 사람이 조언하기보다는 상대방 스스로가 판단하여
해결하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대화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제 끝으로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아보고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은 바람직한 대화란 화가 나더라도 꾹 참으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틀린 것은 물론, 위험하기까지 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속으로는
화가 났는데도 억지로 웃으려 하다 보면 웃음이 나오기는커녕, 얼굴이
일그러져서 이상한 표정을 짓게 될 뿐이다. 그러다 보면 말로
전달하는 내용과 얼굴표정이 전하는 내용이 서로 불일치하게 되어 상대방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상대로부터 신뢰도 잃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에 있어서도 최선의 정책은 역시 정직이다.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이 어떤 것이든 그것을 숨기거나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화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화가
나면 화가 난 대로, 짜증이 나면 짜증이 난 대로, 그런 감정이 담긴
표정과 목소리로 말하되, 단 표현양식만은 앞에서 설명한 말하기의 원칙에
충실히 맞추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주의할 점은 이 대화의
원리는 단순히 말하고 듣는 기법이 아니라 '인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할 것이가'에 관한 하나의 관점이고 철학이라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대화의 원리를 단지 입으로 습득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런식으로 대화하는 사람의 마음자세는 어떤 것인지' 헤아려 그런
마음가짐을 닮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이 원칙은 단지 사람을 교활하게 하는 데만 기여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로 지적할 것은 이
대화의 원리는 그것이 필요한 상황과 시점에서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하지,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우리의 인간관계와 언어생활에 혼란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원리는 명백하게 '생각'보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 적합 한 방법이다.
그러니까 나의 기분을 전달할
때나 상대방의 감정을 전달받을 때는 이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좋지만,
만약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고, 서로의 '의견'이나 '정보'같은
지적인 내용이라면 그때는 이런 대화방법이 꼭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럴 령우라도 대화에 임하는 기본적 마음자세야 다름이 있을 수
없겠지만, 대화의 실제적인 면에는 다른 특징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점들을 분석, 파악하여 그럴 때는 그에 맞는 새로운 대화양식을 모색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때는 역시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구체적이면서 논리적으로 가능한 짧게'하고 , 남의 의견을 들을
때는 선입관이나 편견이 없는 허심탄회한 마음과 상대방의 말허리를
자르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것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의 다 한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여러분 자신이 이러저런 주의사항을 염두에
두면서 여기서 배운 대화의 워리를 실천으로 옮기는 일뿐이다.
필자의 그간 교육경험으로 보면 이 대화의 원리를 배운 사람 중에서도
그것을 완전히 습득하여 일상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여기서 제시한 대부분의
원칙들이 현재 우리의 언어습관과 너무 달라서 막상 배운대로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말문이 막히거나 왠지 어색한 기분이 되기 대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어려움을 이기고 한두 번 해본 사람이라도 갑자기 달라진
태도를 의아하게 여긴 상대방이 “철수 씨, 갑자기 왜그러는 거야, 전과
다르게”라고 말하면 공연히 당황하여 더이상 계속하지 못하였던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그런 식으로 했더니 상대방이
나를 너무 만만하게 봐서 자기 멋대로만 하더라”고 하면서 이 원리의
문제점을 공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한번도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나의 뜻을 더 잘 따르게 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것은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뿐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원칙은 상대방을 부드럽게 통제하는 고등전략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하여 서로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이끌어가자는 생활의 철학이며, 또한 그 실천지침인 것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이 원칙을 적용하면 초기에는 분명히 상대방이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하려는 듯한 의외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그런 기간이 지나고 나면 상대방도 달라질 것이고
서로의 관계도 더 발전하게 될 것이다. 두 사람 모두가 자기자신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은 물론, 상대방에 대해서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되어 두사람의 관계가 한층 더 성숙해지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대화의 원리를 충실히 몸에 익히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오랜 시간 동안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습관을 개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기는 해도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니, 기왕 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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