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사랑은 서로의 베개를 바꾸어 베는 것
컴퓨터 회사의 이사인 나는, 고객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느라고
출장을 자주 다닙니다. 혼자 출장을 다니므로 위험한 일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나는 미혼인데다 꽤 매력적이니까요. 출장을 자주 다니기 시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따져 본 후, 핸드백과 우산으로 치한을
공격하는 법을 호신술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나는 남자들의 접근을 상냥하게 받아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로워졌고, 어느덧 내 쪽에서 짝을
찾게 되었습니다.
나는 뉴욕에 있는 한 호텔에 자주 묵습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는 그
호텔에 묵을 때마다 아주 매력적인 남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완전히 반해서, 정말이지 그와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를 보면 심장이
마구 뛰었습니다. 우리는 로비에서 자주 마주쳤고, 호텔 식당에서 제각기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를 보면 볼수록,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지배인에게 그의 이름과 객실 호수를 묻거나, 아니면
그와 한 엘리베이터에 타기 위해 노력해 볼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를 그런 여자로 기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먼 발치에서 그와 상상속의 연애를 즐겼습니다.
올 3월에도 그는 그 호텔에 있었습니다. 목요일 아침에 우리는 호텔
식당의 서로 다른 식탁에 앉아 제각기 아침을 먹었습니다. 내 가슴은
다시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고, 줄곧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문만 내려다볼 뿐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짐을 꾸리고
있을 때, 종업원이 오더니 너무 걱정되는 일이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전날 한 남자가 자기 침실의 베개를 갖고 그녀에게 왔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자기 베개를 내 침실의 베개와 바꾸어 달라며, 우리는 연인
사이인데 다투었고, 그래서 그저 내 베개 위에서 자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며 2백달러를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나아질 것
같다면서 말입니다. 종업원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는 바로 그 사람,
베일 속의 숭배자였습니다.
돈이 아쉬웠던 종업원은 그렇게 해 보았자 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에게 내 베개를 가져다주고 그의 베개에 새 덮개를 씌워 내 침대에
놓았답니다. 하지만 혹시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며, 그에게는 비밀을 지켜 달라고
하면서 그의 베개를 가져다 준 대가로 그녀에게 2백달러를 주었습니다.
그 후 나는 그를 보지 못했고,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접근하지 않은 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그의 베개를 베고 잤고, 정말이지 향긋한 냄새가 났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그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 사람도 나만큼 행복한 꿈을
꾸었길 바랍니다. [로버트 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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