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인간성에
대하여
오늘날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혐오하고 싶은 것은 자아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일찌기 기원전 6세기경에 박애주의 철학자인 공자는 이렇게 탄식했다.
왜 세상은 스스로 고민을 만들어 내는가? 모든 길은 한 곳에 이른다.
모든 사상은 똑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왜 세상은 스스로 고민을 만들어
내는가?
우리가 일상 생활을 계속 영위함에 따라, 이 인간적인 질문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끊임없이 와 닿는다. 몹시 환멸적인 느낌은 우리가 수천 년을
지내 오면서 어떤 결론에 좀더 접근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우리는 자신과 서로를 기만하고 파괴시켜 왔다. 더구나 우리는 넘쳐
흐르는 환희와 정신적 경이감을 잃어 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인간이 모든 사물을 구성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자기 중심주의와 편협성을 타파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잠재 상태인 것이다. 우리의 현재 상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존재라고 하는 것은 마치 복잡한 금수단(金繡緞)과 같아서 우리가 숭고한
전체를 경험하려고만 한다면 어느 것이든지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어느 누구의 삶도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우리들 중 누구에게만 책임이 더 막중하거나
가벼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각자는 전체 속의 중추부(中樞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완전한 기능을 갖고 살아감으로써 우리 인생의 실현이라는 책임을
떠맡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현되지 못했던 그 동안의 역사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며, 그 금수단의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는 한 가닥의
희망마저도 상실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끊임없이 근심하게
될 것이며, 공자의 질문은 영원히 미궁 속을 헤매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인간성을 찬미하려는 빈약한 시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충실하고 능동적으로만
산다면, 인간의 상태야말로 진실로 미(美)와 힘과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제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아마도
이 간략한 언급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볼 것이며, 모호하고 불완전하게
보여서 실망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나의 의도가
제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더 쉽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나는 모욕적일 정도로 단순한 문체를 사용했다고 비난받을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솔직히 이 작품은 나의 개인적 편견과 감정, 가치관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나아가 이 작품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인류에 대한 나의 사랑, 존경, 믿음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흥분과
희망을 묘사하고자 노력했다. 이 글은 자아 발견, 자기 존중, 자기 발전,
자아 실현 등의 과정에 놓인 사람을 위한 하나의 출발이자 도전으로
쓰여졌다. 이는 단지 바람결에 뿌려지는 한 알의 작고 여린 씨앗이 되고자
한다. 그 씨앗이 어느 곳에 떨어져 어떻게 자라느냐가 이 시도의 성패를
좌우한다. 로렌 아이설리는 세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다른 별(星)로 줄을 걸 수만 있다면, 한 마리 거미조차도 가만히
드러누워 죽기를 거부하는 곳이다."[레오 버스카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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