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인생은
끝없는 여정
이 최후의 비밀을 찾아내려면 별들 사이의 얼마나 많은 길을 따라 나가야
할 것인가!
여행이 험난하고 끝이 없으며 때로는 불가능하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여행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대상(역주;隊商, 주로 사막을 떼지어 다니는 행상의
무리)과 합류했노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여행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고 싶은 모든 것과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단 한 번뿐인
생애에 다 볼 수는 없다.
-로렌 아이설리의 '끝없는 여행'중에서-
인생이란 끝없는 여행이며, 우리에게는 제각기 여행해 나갈 단 하나의
인생만이 놓여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인생길을 걷다가 분명하지 않은 인생길을 접하게 되더라도 방황하지
말고 다른 길로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기에
그 길은 반복될 수 없는 인생길인 것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에
여행은 막바지로 접어든다. 그래서 결국 끝에 섰을 때 여행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단순히 모호하고 혼란스런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그리고
희미한 백일몽처럼 절반은 잊혀지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우리의 유일한 여행을 해 나갈 것이다.
내가 걸어온 인생 항로는 뜻깊은 것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경이감을
맛보았고, 청년기에는 고통스럽긴 했지만 창조의 기쁨을 만끽했으며,
장년기에는 내 인생의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모람있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은 나에게 가장 큰 기쁘이었으며, 거기에서 실행 가능하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수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미국의 모든 주와 전세계를 두루 돌아보면서 나이 지긋한 학자뿐만
아니라 어린이들과도 지식과 지혜를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거기에서 나는 차이가 두렷한 여러 문화를 접해 보았고 먼 열대 지방의
농부들을 비롯하여 복잡한 도시 문명 속에서 세파에 물든 기회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모든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무더위기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 오후, 버스를 타고 인도 남부 지방을
여행하던 도중 한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빛 바랜 사리(역주;인도 여성이
가슴과 허리를 감아 머리를 덮어 씌우거나 어깨 너머로 늘어뜨리는 기다란
천)를 몸에 걸쳤으며, 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똑바른 자세로 당당하게
걷고 있었다. 그녀는 크고 무거운 물단지를 머리에 이고 있었고, 주위는
온통 사막이었다. 그녀는 해가 지는 방향으로 물을 이어 나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잠시 쉬기 위해 멈춰 섰을 때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를
가슴 속에 새겼다.
네팔에서 나는 어느 소박하고 이 빠진 늙은 농부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문 적이 있었다. 그의 집은 초가로 된 오두막이었는데 그곳엔 그의
식구와 모든 가축들이 함께 기거하고 있었고, 농기구도 놓여 있었다.
대화는 손짓이나 몸짓, 미소, 시선, 접촉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는
미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어느 서양인과도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었으며, 자동차를 타본 적도 없었다. 그는 역사에 관한 어떤
것도 들어 본 적이 없었고, 그의 촌락 생활 이외에는 정치나 그 밖의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록 저녁 동안이었지만
따뜻하게 맺어졌던 것이다. 작별할 시간이 되었을 때에 우린 아마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란 생각을 하며 마을 모퉁이가지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눈물을 흘렀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함께 있다.
혼잡한 토오쿄오에서 습기찬 스모그가 자욱한 어느날 오후, 한 젊은
사업가가 나에게 길을 안내해 주었다. 그는 쉴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수 마일 걸어서 내가 찾던 곳까지 나를 안내해 주었던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 있으면서 우리는 거의 한 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우리는 걸국 인사만 하고 작별했으며, 그는 바삐 자기 갈 곳으로 갔다.
그러자 나의 마음 한구석은 텅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어떤 10대 소년이 나의 강의가 끝나자 기쁨에 찬
눈및으로 내게 달려와서는 자기의 고민을 내가 해결해 주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가 번민한 이유는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햇다. 우리는 서로 공감할 수 있었기에 따스한 포옹을
했다. 나는 아직도 그 소년을 생각하고 있다.
내가 가르쳤던 한 유치원 어린이가 한 번은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 때 구내 간이 식당에서 쟁반에 음식을 담고 있었다. 꼬마가,
"식사하세요?"
라고 물었다. 내가 요란스럽게 웃자 꼬마는 몹시 기뻐하였다. 우리는
서로의 즐거움을 마음에 새겨두었다. 종종 그 일을 다시 생각할 때면
그 때의 기쁨이 떠오르곤 한다.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이런 짧은 순간에도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인도의 여인이 되며, 네팔의 농부이고, 일본인 사업가, 뉴욕의 학생,
그리고 유치원 어린이가 된다. 우리는 인격체라는 동일한 존재로서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결합될 수 없을 때에도 마음만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을지라도 손짓 몸짓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비록 차이는 있었지만 내가 만난 그 사람들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신의
끝없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놀랄 만한 과학 문명 속에서
생활했고, 어떤 사람은 신비한 원시 세계에서 생을 영위했다. 물질적
풍요를 향유하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도 볼품 없고 절망적인 빈곤 속에서
지내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높은 수준의 정식 교육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경험으로만 삶을 영위해 나갔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인간으로서 공존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
누구나 생존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었고, 삶을 경혐하려 하였으며, 사랑하고,
또 사랑받으려 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고독을 극복하려 하였고, 자신과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좀더 안락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였으며, 그들의
세계와 그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것이다. 또한
그들 역시 죽음이라는 단 하나의 보편적 공통성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자의든 타의든 각 개개인은 스스로 향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즉,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누구나 같은 종착역에
다다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성공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들은 인간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였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하고 만다.
각 개인은 전체 인간의 역사이며, 또한 전체는 인간의 삶에 의하여 기록될
유일한 역사의 부분이다. 왜냐하면 각 개인과 그들의 세계에서는 과거보다
미래가 휠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 순간마다
세계를 창조하고, 또 재창조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인간임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다소 복잡해지고 문명화되거나 혹은 세분화되엇다고 해서
우리들 중 어느 사람이 덜 인간적인가? 그들이 걸어 온 길은 나의 길만큼
정당했을까? 모든 사상은 같은 결론에 다다르며, 모든 길은 한 곳을
향한다고 전제한 공자의 말이 과연 옳았을까?
수 세기 동안 위대한 종교 지도자와 철학자, 과학자, 그리고 교육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하여 끊임없이
인간을 연구하고 사색해 왔다.
아브라함 마슬로우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과정을 추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와 같은 의문점
자체도 중요하게 여기고 인간적으로 답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는 인격의 보편성과 경험의 공통성, 자아 실현을 위한 시도, 그리고
존재 욕구와 결핍 욕구 등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그는 일생 동안 우리의
'독특한 내적 생활'을 인간의 실체로 보는 여러 가지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일생 동안 어떤 사람들은 왜 현재의 자기 모습으로 될
수 있었으며, 또 어떤 사람은 그렇데 될 수 없었는지에 대해 깊이 연구해
왔다.
그는 이렇게 언급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사회 중의 하나인 인간 사회에서도, 단지
소수만이 동일성과 자아, 완전한 인격체, 그리고 자아 실현 등의 단계에
다다르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큰 모순이다. 우리는 인격체를 완전히
발전시키려는 욕망을 가진 존재이다. 이러한 발전은 왜 각 개인에게
어려운 것일까?"
다음에는 보편적인 인격체에 대하여 언급할 것이며, 우리의 인격체를
인도해 온 윤리적 원리에 대해 역사적으로 조명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에서 완전한 인격체로 사는 것이 어떠한 일을 가져올는지
알아보고, 끝으로 가능한 한 죽기 전에 완전하게 자신과 자신의 삶을
경험하고자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궁극적인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할 것이다.
그러면 위대한 종교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가 그의 자서전 속에서 우리에게
경고한 다음과 같은 사실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아 실현이란 삶의 제 4 단계, 즉 산냐타(역주;체념의 시기)에
있어서만 가능하다고 하는 미신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하기 위한 준비를 삶의 마지막 단계에까지 미루는 사람은 결코
자아를 실현하지 못할 것이며, 지구상의 부담스러운 짐밖에 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제 2 의 가엾은 유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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