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6. 완전한 인격체가 되기 위한 성장의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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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 완전한 인격체가 되기 위한 성장의 단계

처음 갓난 아기일 때 응아 응아 울고 젖을 토해 내누나.
다음 괜히 투덜거리는 어린 학창 시절엔, 책가방을 들고
밝고 신선한 얼굴로, 달팽이처럼 느물거리며 억지로 학교로 향하누나.
이제 다음 사랑을 알게 될 적,
용광로처럼 한숨 내쉬며, 애절한 가락으로 애인의 눈썹을 노래한다.
다음 이제 군인 시절,
생경한 맹세에 둘러싸여, 또한 구렛나룻의 음유 시인 같고,
열정적인 명예심과, 갑작스럽고 성급한 말싸움 속에서, 물방울같이
허무한 명성을 추구하누나. 대포의 아가리 속에서조차.
그리고 이제 분별력이 생길 즈음,
아랫배는 상당히 나오고, 줄이 서 있는 좋은 바지를 입고,
엄격한 두 눈에, 수염은 단정히 다듬어지고, 격언들과 시사성 있는
지식들을 충분히 알고, 또한 그의 역할을 해내누나.
여섯 번째 시절엔 변하여,
갸날퍼지고, 집 안에만 머무는 늙은 광대로 되어 가누나.
안경은 코에 걸치고 옆구리엔 주머니가 불룩하고,
젊은 시절의 양말은 너무 크구나.
그의 쪼그라진 정강이에는, 그리고 그의 굵은 목소리는,
다시 어린애 같은 가늘고 높은 소리로 변하여, 피리 소리 같이,
휘휘하는 소리가 되어 버렸구나.
마지막 시절이란,
이런 알 수 없는 우연에 가득 찬 발자취를 끝내는 것이니,
두 번째로 맞는 어린 시절이요, 다만 망각이려니,
이도 눈도 없고 게다가 맛도 없으며 무엇 하나 있는 것이 없이.

- 세익스피어의 『당신 뜻대로 하세요』중에서 -

세익스피어의 『당신 뜻대로 하세요』에 나타난 삶의 단계에 관하여 쟈케스가 밝힌 견해는 다소 독설과 악의에 차 있지만, 그의 매혹적이며 풍자적인 성격과는 아주 잘 어울린다. 물론 우리는 그의 말 속에 적지 않은 진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의 단계를 조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다른 방법도 있다.

생리학자는 신체적 성숙과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심리학자는 인성의 발달을 통해서, 그리고 신경학자는 운동 신경의 기능을 통하여 연구를 해 나갈 것이다.

이번에는, 완전한 인격체에 도달하는 데에 성장과 잠재력이 개입되고 있는 단계들을 중심으로 우리 자신을 해부해 보기로 한다. 완전한 인격체로의 성장은 뚜렷하고 일관성 있는 다섯 가지의 단계로 나누어진다. 이들 단계는 본질적으로 계급 제도와 일맥 상통한다. 즉, 각 단계는 전개상으로 보아서 다음 단계에 명확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각 단계는 본질적으로 자주적이고 완전하고 특색이 있으며, 전 단계와는 독립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각 단계는 자체로서 실현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그 단계를 완전히 실현시켜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자면, 성숙한 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완전히 실현된 어린 시절을 거쳐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각 단계의 특성은 여러 가지 반응과 행위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것들은 다소간 모든 인간에게 일관성 있게 나타나기도 하며, 그 특정한 단계를 실현시키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작용하기도 한다. 더욱이 이런 반응과 행위는 다음 단계로 순조롭게 넘어 가는 것을 용이하게 해 준다.

다시 말해서 각 단계는 계속적으로 성장하도록 자연적으로 계획되어 있다. 우리가 삶의 발전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어떤 서광이 비쳐 오는 것을 체험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한층 높은 통찰력을 갖게 해 준다.

이렇게 도달한 새로운 단계에서 우리는 신선한 미지의 세계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리게 되고, 여기에서 생겨난 복합적이고도 난해한 사실에 동하되도록 자극받는다. 이렇게 새롭게 나타난 사실들은 삶의 각 단계에서 우리가 더욱 완숙하고 고상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도와 줄 것이다.

우선, 우리가 체험하는 이와 같은 서광이나 일시적인 변화는 일반적으로 무시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대상은 실재(實在)의 일부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본 것이 일단 의식 세계로 들어오면 계속 새로운 통찰력이 생겨나고 일종의 갈망이 일어나서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절하며 결국엔 그렇게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때 우리는 새로운 단계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그것을 완전히 익힘으로써 결국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좋은 예로 갓난 아기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들 수 있다.

그 아기를 테드라고 하자. 갓 태어났을 때의 테드는 언어가 무엇인지 모른다. 아니 언어가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그 아이는 소음으로 가득 찬 환경 속에서 태어난다.

그의 첫 번째 본능적인 언어 작용은 알아듣지 못할 말로 종알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그 아이가 종알거리는 것이 사고와 의사 전달이라는 복잡한 언어 기능을 나타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보통 생후 6개월 정도가 되면 갓난 아기는 어느 정도 종알거리는 것에 숙달이 되어, 자기가 내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는 자기가 내는 소리를 듣고 곧 알아채린다. 그것이 어느 정도 계속되면 그 후 호기심이 생기게 되어 그것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제 '에콜라리아(echolalia)'라는 제2의 언어 발달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에콜라리아 단계에서 수 개월이 지나면, 말을 알아듣게 되는 성숙기에 접어든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그는 적절한 언어 발달 순서에 따라, 단어, 어형, 그리고 단순하고 복잡한 구문들을 배우게 되며 차차 숙달되어 간다. 이렇게 해서 갓난 아이는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더 높은 수준의 언어는 일생 동안 계속 습득하게 된다. 그는 또한 3∼4세 이전에 언어를 세련되게 숙달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점차 새로운 어휘와 난해한 문장,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 그리고 사고 방법도 습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동력에 비교할 수 있다. 우리가 삶을 관망해 볼 때, 그것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는 자연스런 과정이다. 그러나 좀더 자세하게 관찰해 본다면, 겉보기엔 순조롭게 지속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평탄한 인생이 아니고 오히려 충격적이고 극단적이다. 우리는 유아기에는 자신을 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며 삶을 시작한다.

소년기에는 신비스러운 주위 환경 속에서 서툰 몸부림을 치며, 광막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소외감을 파헤쳐 보려고 한다.

사춘기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분신인 양 똑같은 모습을 하느냐, 혹은 하나의 새로운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운명을 자기 나름대로 창조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로 고심한다.

후자의 결정을 내리고는 희망 찬 성년기에 접어든다.

그리고 이제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아와 변화무쌍한 세계 속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절충해야만 한다. 눈에 띄는 자아에 대하여 조그마한 확신을 가지고 우리는 친교와 부부 관계를 맺을 준비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의미심장한 관계를 형성하여 고독을 탈피해야 할 필요도 느낀다. 마침내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아의 일부를 포기하는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그렇게 하려고 결심을 한다.

이제 종국엔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삶에 종지부를 찍기 이전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렇게 해서 완전한 인격체로 형성하는 데까지의 주된 단계는 유아기, 소년기, 청년기, 성숙기, 친분기, 그리고 노년기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숙의 각 단계는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며 다른 단계와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완전한 인격체에 도달하도록 미리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삶이란 항상 능동적이고도 변화무쌍한 진행 과정인 것이다. 삶이란 현재와 미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신의 연속적인 창조 과정이다.

생물학에서는 이와 유사한 현상을 후성설(역주; 後成設, epigenesis, 생물의 발생은 점차적인 분화에 의한다는 설)이라고 한다.

이것은 처음에는 세분화되었던 어떤 개체가 점차 변형되고 분화되는 과정을 말한다. 에릭 린네버그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성숙의 특징은 발달 과정이 연속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여러 발달 과정의 성장체는 어떤 특정한 투입을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이것은 스스로 새로운 상태로 분해하고 재합성하는 것이다. 그 생명체는 새로운 상태 속에서 새로운 투입에 민감하게 되며, 이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더 높은 상태로 전환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계속적으로 다른 투입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것이 발생학적 발전설이며, 어떤 행동의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고 신체의 형성이라는 면에서도 관찰이 가능하다. 성숙의 모든 단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 단계는 특정 방향으로 변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환경으로부터의 어떤 요인이 필요하게 된다.

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이 이론을 이용하여 유아기에서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인성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주요 갈등과 그 해소에 대하여 연구해 왔다.

그는 인성의 발달에 대하여 후성설을 채택했다. 그는 인성 발달에는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방식으로 여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 냈다. 그리고,

"모든 부분이 다 작동하여 전체의 기능을 형성하게 될 때까지 각 부분은 특별한 성장의 시기를 거친다."

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부분이 또한 발달 단계에서 자아의 특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에릭슨은 또 모든 단계가 초기의 어떤 형태로써 존재하지만, 각 단계마다 상호 연관된 일련의 성장 시기를 거쳐서 스스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앞에서 말한 바 있는 아브라함 마슬로우는 이 분야의 개척자로서, 인간의 자아 실현과 인간 성장에 있어서 완전한 기능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그는 인간의 일생 동안 나타나게 되는 어떤 추진력에 대하여 연구하였는데, 그는 그 추진력이야말로 인간으로 하여금 완전한 기능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다고 느꼈다. 그는 어떤 강한 힘이 일생 동안 작용해 인간을 인격체, 더 나아가서는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촉진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더욱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계율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떡갈나무에 도토리가 열리게 하고, 호랑이는 더욱 호랑이답고, 말은 더욱 말답게 되는 자연의 이치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인격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누가 강제로 시키거나 가르쳐서 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영향을 주는 것은 환경의 역할이다. 그러나 환경이 모든 인간에게 잠재력과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즉, 어릴 때는 팔 다리가 덜 생장한 상태에 있는 것처럼 잠재력과 능력도 덜 완성되고 덜 성숙된 상태로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창조력, 자발성, 자아, 성실, 자비, 사랑, 진리 탐구 등은 인간의 팔 다리나 두뇌, 눈 등과 마찬가지로 덜 완성된 잠재력이다.

마슬로우는 점차 인간의 잠재력과 완전한 인간으로의 발전 등의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연구 대상은 대개 이미 삶의 모든 단계를 거치고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이든 사람들이었다. 그는 인간이 종국적으로 바라는 것은 자아 실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자신의 인간성을 통렬히 자각한 사람들에 대하여 관찰하거나 연구하다 보면 거기에서 확실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마슬로우가 말한 종류의 사람들을 알고 있다. 즉, 그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관용, 건전성, 자발성, 주체성, 객관적 사고력, 창조력, 사랑, 민주적인 사고 방식 등을 지니고 있다.

나는 삶의 각 단계마다 충실한 것이 진정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항상 그 순간이 완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아를 꾸준히 닦아 나갈 때 가능하다. 세상 모든 것이 모두가 서로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듯 삶도 각 순간마다 다른 의미와 목적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 경험한 사랑은 성인이 되어 경험하는 사랑과는 전혀 다르며 관련도 거의 없다. 순간순간은 독립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성실, 덕성, 책임감 등으로 순간순간을 견지해야 하겠다.

삶의 각 단계는 각각 독특한 의미의 필요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삶의 각 단계마다 놓여 있는 의미를 깨닫게 될 때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완전한 기능을 갖춘 성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세분해서 무엇이 완전한 기능을 하는 아이와, 청소년, 성인, 애인, 그리고 노인으로 만들어 주는지가 의문점으로 제기된다.
이 질문에 대해서 토론해 보기로 하자. [레오 버스카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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