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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서로를
배려하는 부부 대화법 “재혼하면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남편 앞에서 방귀를 마음대로 뀔 수 없다는 거예요.” 3년 전 이혼한 후 최근에 재혼한 한 여자 후배의 말이다. 결혼 초부터 남편과의 심한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이혼한 그 후배는 주변의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이 입버릇처럼 염원하던 잘 생긴 남자를 다시 만나 재혼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전보다 이혼이 자유로워졌다고는 하지만 이혼이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와중에 후배는 원하는 재혼 상대를 만난 셈이니 부러워 할만도 했다. 많은 사람들의 시샘과 축복 속에서 재혼한 후배는 어느 날 나에게 혼자만 알고 있으라면서 방귀 이야기를 꺼냈다. “알고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 같아요. 전 남편에게 지금 남편한테 하듯이 잘해주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것 같아요. 남편 앞에서 마음놓고 방귀를 못 뀌는 일이 이렇게 답답한지는 몰랐어요.” 그녀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장난으로 흘러 듣기에는 가슴에 큰 앙금을 남기는 말이었다. 결혼 전에는 누구나 배우자 후보에게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만일 약속이라도 있는 날이면 거울 앞에서 앞으로, 뒤로, 옆으로 보고도 미진해서 다시 본다. 물론 말을 할 때도 혹시 내각 한 말을 오해하지나 않을까를 염려하며 몇 번씩 망설이다가 한다. 그러나 결혼만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갑자기 긴장을 확 풀어 버린다. 그 중에서도 말의 긴장이 가장 먼저 풀려버린다. “아니 다른 집 애들은 공부만 잘 하더구만 엄마가 돼 가지고 뭐했어?” 자녀의 성적이 떨어지면 그것이 다 아내만의 책임이라는 듯 불쑥 내뱉는 남편의 한마디 대문에 아내는 죽고 싶어진다. “내 친구 신랑은 IMF 상관없이 진급만 잘하더구만 …” 때가 때이니만큼 걸핏하면 짜증을 내는 남편에게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아내가 이렇게 한 마디 하면 남편 또한 죽고 싶어질 것이다. “요즘 나하고 외식하는 걸 피하는군요?” “무슨 소리야? 00때도 가고 00때도 갔잖아?” 우리나라 부부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인 가정 카운슬러가 쓴 책에 표현된 부부간의 대화 문제에 대한 예화다. 함께 살다 보면 주고 받는 대화에 배려가 사라진다. 정확하게 말해야 할 일도 생략법으로 말하거나 아내 또는 남편이 당연히 내 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듯 직유나 은유법으로 말한다. 앞의 예에서 미국 부부의 경우 아내는 그 날 밤 남편과 외식을 하고 싶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어이구 외출할 때마다 변변한 옷이 하나 있어야지. 이거 원 나보다 못난 애들도 시집만 잘가서 삐까번쩍 온갖 모양을 내고 나타나는데...” 외출할 때마다 투정을 부리는 아내도 그렇고 “당신 나나 하니까 데리고 살아 주었지. 요리를 잘해? 애교가 있어? 이쁘기나 해? 돈 쓰는 데나 여왕이지. 이불 같은 건 뭣하러 갈아. 네 분위기나 갈아라.” 라고 말하는 남편도 원수같이 느껴질 것이다. MBC의 일일 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 이불을 바꾼 아내에게 남편은 마음껏 모욕한다. 부부들의 문제는 이처럼 불쑥 던지는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나는 대로, 화가 나는 대로, 그리고 짐작이 되는 대로 함부로 말을 해서 배우자의 가슴 할퀴기를 서슴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삭막해지는 것이다. 결혼 초에는 상상도 못하던 아내나 남편 앞에서 방귀뀌기가 자연스러워질 때쯤이면 주고받는 대화의 질서도 엉망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긴 그래요. 대상을 바꾸지 않으면 새삼 태도를 고쳐서 잘해주기가 힘들어요. 사람이 바뀌니가 그 때서야 정신이 번쩍 드는 거지. 바뀌기 전에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방귀 문제를 거론하던 그 후배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런 말도 했다. 그 후배는 누구보다 남편의 외모를 직설적으로 표현해 남편을 모욕해 왔었다. 말이 중요한 이유는 말을 하는 사람은 별 생각 없이 뱉을지라도 상대편 가슴에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고 가슴에 쌓이기 마련이다. 오래 같이 산 부부일수록 배우자에게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골라 들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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