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 제1단계: 완전한 기능을 하는 유아와 아동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독자적인 삶을 추구하는 아들이며 딸인 것.
아이들은 그대들의 몸을 빌어 태어났을 뿐 그대들의 분신은 아닌
것.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의
소유는 아닌 것.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으나 그대들의 사고까지
심어 줄 수는 없다.
왜?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는 있으나 영혼의 집은 줄
수 없을지니.
왜?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들의 꿈 속에서조차 가 볼 수 없는 미래의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대들이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되 아이들은 그대들과 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왜? 삶이란 결코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 칼힐 지브란의 『예언자』중에서 -
인간의 성장기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훨씬 길다.
그 오랜 동안 인간은 무력하고 의존적인 상태로 지낸다. 즉,
유아와 아동은 자연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노예 상태이다. 그들은
외부의 도움속에서 길러짐으로써 그 속에서 세상을 알고 자신의 존재도
파악한다. 그들은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 의존적 상태에
있기 때문에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모든 도움을 받는다. 즉,
음식과 온정, 교육, 그리고 청각적, 시각적, 언어적 자극 등을 그들의
부모나 그들이 태어난 특정 사회로부터 받는다.
따라서 데이비드 노턴이 말하는 '책임 있는 권위자'가 유아와 아동 단계에선
기본적인 필수 요건이다. 그는 이것을 전문가적 견지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유년기의 의존은 단시 일시적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권위자의 규범적 자질도 일시적이어야 한다. 또한 권위자는 신뢰받고
있으므로 신뢰받을 가치가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또 교권(敎權)은
확실한 기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서 확실한 교권 설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유년기의 의존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그 권위자
또한 일시적이어야만 하며, 처음부터 언젠가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예상해야 한다."
유아와 아동의 실현을 위한 주된 요건은 그들 스스로가 아니라 책임
있는 권위자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그 권위자는
아이들의 기본적인 신체적 정신적 요구, 그리고 학습 욕구를 인식하고
이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들 권위자는 당분간만이라도 아이들의
삶에 대하여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 시기가 아이들의 의존 시기이기 때문이다.
유아와 아동은 신선하고 열정적으로 삶에 접근하고 있지만 자율이 없으며,
그럴 수단도 없다. 그들은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고 그것과 상호
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상징 체계, 즉 언어나 유치한 몸짓 같은
것이 필요하게 된다. 그 리고 이런 것들은 그들이 주위의 산만한 환경의
어떤 구조적 체계를 알아내도록 도와 준다. 여기서 주목할 일은
어린이들이 받아들이는 별개의 상징은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이미 이해가
된 것이며, 다른 사람들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 뜻을
기억한다. 아이들은 그 권위자들로부터 낱말들을 배우며, 그 의미를
감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의
사고 방식이나 세상에 관한 느낌까지도 그 권위자들로부터 배운다. 또한
그 권위자들은 자신의 환희, 기쁨, 그리고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을 그들에게
가르칠 뿐만 아니라, 무심코 자신의 생활 방식, 공포, 편견, 조바심,
그리고 좌절까지도 가르치게 된다. 이 점에 있어서 잘못된 것은
없다. 그것은 사회적 문화적 관습과 관례를 계승하기 위한 자연적인
수단이며, 이는 계속적인 삶과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삶의 모든 단계에서 궁극적으로 자율을 얻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될 주요 기능의 하나는 일반적인 낱말들의 의미를 정확히 규정짓도록
하는 것이며,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어린 아이들이 스스로 규정한 상징화된
세계와 우리 자신의 세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아기나 유년기가 반드시 수동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또한 자발적으로 행동하며, 구별하고, 동화하며, 적응한다.
그들은 삶의 다른 단계에서 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끊임없이
발견하고 배우고 있다.
그 신비를 찾아내는 열쇠는 그 아이의 감수성에 있다. 만약에 그 신비를
찾는 일이 방해를 받는다면, 아이는 좌절감 속에서 울어 버릴 것이다.
아이는 본질적으로 경험하고, 조직하고, 증명하며, 확인하고 싶어한다.
아이들이 완전한 기능을 소유한 독특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이미 아이들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유년기에는
아직 인격이 없다. 아이들은 전적으로 잠재 덩어리이다. 기본적
표현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라도,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신의 감수성과 환경에 따라
그들의 독특한 자아는 형성되어 간다.
이 때 아이들을 실현시키는 일은 책임 있는 권위자의 임무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그러므로 이 권위자는 그 아이의 요구를
이해하여야 하며, 그 아이의 가치를 존중해 주고, 점차 나타나는 아이의
자아를 살펴보면서 자신은 능동적이며 신중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조정하려 노력할 때, 권위자는
그 아이의 자발적인 활동, 의식, 가치 평가, 그리고 계속되는 학습 과정을
인정하여야 한다. 이 때 아이의 행동 과정에 있어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아이가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든지 어떤 아픔도 못 느끼게
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아이가 삶이란 장미 꽃밭이 아니고 신비한 물건도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시기가 바로 이 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옆에 있어 주는 것이다.
유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하고 실현될 수 있는 독립된 단계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하여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가치 있게 해 주는
교훈을 얻게 되는 과정의 단계이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우리는 유년기의 알고자 하는 것과 탐구하고자 하는 갈망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유년기의 경이감과 모험심,
신뢰감, 자발성, 그리고 환상 등을 어느 정도 지니고 싶어 할 것이다.
또한 삶에 대한 낙관적이고 천진난만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채, 우리는 청소년이나 성인에게는 필요치 않은 유아기적 사고 방식을
버리고 싶어할 것이다. [레오 버스카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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