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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대학가 동성애 클럽 "무조건 우리를 비난하는 것은 지성인의 태도가 아니다" 대학가에 동성애 클럽이 등장했다. 연세대 '컴투게더'에 이어 서울대 '마음 001'이 공식 결성된 데 이어 곧 고려대에서도 발족될 예정이라고 한다. 동성애 인권 보호 차원의 대학간 연대 모임도 추진되고 있다. 연세대 '컴투게더'는 지난 3월말에 조직되었으며 현재 25명 정도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투게더'는 지난 3월 27일 '연제춘추'에 게이, 레즈비언 모임을 조직하기 위해 알림 광고를 내면서 그 존재가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 대학 신문에 그 같은 광고가 났다는 사실은 대학의 개방적인 속성을 반영한 것이었으나 독자들의 반응은 이분화되어 나타났다. 대체로 다수의 격렬한 '증오'와 소수의 소극적인 '지지'를 보였던 모양이다. '컴투게더'의 대표 간사인 서동진씨(29. 사회학과 석사 과정)는 독자들의 반응을 '악몽'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마음 001' 회보에 쓴 체험기에서 서동진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례 없는 가족주의의 황금기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또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과 대상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나는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적 태도에 관한 이 나라의 많은 이들이 그만큼의 극단적인 증오와 멸절주의를 보이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온갖 협박과 욕설을 들어야 했다며 '활동개시'의 어려움을 증언하고 있다. "나는 많은 정체불명의 발신자들로부터 전갈을 받았다. 물론 그들은 연세학우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내 삐삐를 통해 밤낮으로 전해주었던 그 험악한 욕설과 증오. 그리고 거의 모든 전갈에서 들려오던 날 죽이고 말겠다는 협박, 그리고 내 삐삐 화면에 찍혀 나오던 '181818' 따위의 숫자들을 나는 이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내게 악몽이었듯이, 나 또한 그들에게 악몽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컴투게더'를 결성한 것은 대학내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소수집단의 권리를 옹호하고자 하는 뜻에서다.
서울대 '마음 001'은 5월 29일 정식으로 출범했다. 이 모임은 동성애 자들의 피난처 형식으로 출발하고 있다. 이정우 씨(23. 미술대4년)가 대표간사로 있으며 현재20여 명이 회원으로 있다. 001은 100을 기준으로 한 우리 나라의 동성애자 인권수치로 001이란 오늘의 수치가 100이 될 때까지 노력한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그러나 '마음 001'은 '컴투게더'가 학보사에 공고를 했던 것과 달리 박절하게 거절을 당하며 출발했다. 이 모임은 알림 광고를 학보에 내려고 수차례 시도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취소 당했다. 학보사 취재 부장과 주간 교수의 면담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에 그들은 대자보를 통해 모임 발족 사실을 공개했다. 그들은 소식지를 발간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토론모임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동성애 영화제도 개최할 계획이다. '컴투게더'와 '마음 001'은 앞으로 손을 잡고 공동소식지를 발간하고 토론 모임도 함께할 예정이다. 우선 대내적인 역량 강화에 주력할 계획으로 언론의 인터뷰 요청 등 대외적인 관심에 대해 일정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 두 그룹은 지난 6월 26일 사회인 게이 그룹인 '친구사이'와 레즈비언모임인 '끼리끼리'와 손잡고 '한국 동성애자 인권 운동 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그들은 그날 발족 선언문에서 '동성애자의 삶의 권리를 옹호하고 동성애에 가해진 온갖 유형 무형의 조롱과 박해를 물리치기 위해' 연대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동성애 인권운동에 대한 사회적이고 공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동성애에 대한 관용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에게 관용적이지 않다. 대학이 아무리 개방적인 풍토를 가졌다 하더라도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가 않다. 동성애자들은 주위의 시신이 호의적이지 않은 데서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아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안팎'의 도전과 시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정현수 씨(여. 음대 재학) 경우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히며 생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동성애자도 많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숨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남들 미팅이다 뭐다 정신없을 때 느끼는 소외감도 크다고 한다. 특히 부모와 형제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 경우의 충격을 걱정해 말을 하지 못하는 동성애 자들이 대부분이다. 정현수 씨도 부모님에게는 감추고 있다고 한다. 복학생 동성애자의 경우 집안에서 결혼얘기가 나올 때 몹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외아들인 한 서울대 동성애자는 새로산 TV를 가르키며 "장가가면 네가 가져가라"는 말을 듣고 괴로웠다고 한다. 어서 빨리 아들이 장가 가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바람과 자신의 처지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마음 001'의 대표 간사인 이정우 씨는 부모들도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부모와 주변 친구들이 동성애를 인정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며 본인들 역시 내놓고 동성애자임을 주장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한 동성애자의 한탄이다. 서동진씨는 알림 광고를 게재한 후 자신에게 연락을 해주고 또 이야기를 나눴던 많은 남녀 동성애자들이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이 끝내 모임에 참여하기를 주저했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정체성이 드러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직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이리라.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로 '커밍아웃'(coming out)이라는 게 있다. 사회에 잔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알리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들이 커밍아웃할 경우 대학 내에서 받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억압과 교묘하고 구체적인 탄압을 견디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 동성애자는 고충을 토로했다. 가령 학점이나 논문심사에서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학업과 관련된 '불이익'이 드러난 사례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걱정이 된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그들은 친목 도모와 경비 마련을 위해 지난 8월 중순 서울 근교에서 여름인권학교를 개설, 2박 3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가졌으며 9월에 바자회와 일일호프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학내 반응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정우 씨는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그 실례로 최근 연세대와 서울대 총학생회에서는 동성애 인권 보호 차원에서 긍정적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연세대 총학생에서는 산하 정치국에서 여성문제와 함께 동성애자인권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고 한다. 서구의 동성애 관련 서적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 판매되는 현상도 그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해외 동성애 단체화의 연대도 꾀하고 있다. 세계 동성애 협회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 신청을 해놓고 있으며, 일본 도쿄, 오사카에 있는 같은 단체와 자료교환을 하고 있다. 대학내 동성애 모임은 아직까지 연대와 서울대에 국한되어 있다. 최근 고려대에서 동성애 모임 결성이 추진되고 있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이장우 씨는 밝혔다. 지방의 모국립 대학에서도 동성애 클럽 결성 움직임이 있으며 모 여대 화장실에서도 동성애 모임을 알리는 쪽지가 붙었다 곧장 떼어진 적이 있다는 소식이 있다. 하지만 아직 연대, 서울대외의 공개적인 모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96년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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