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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성'으로 현대사회 읽기 ◎여성학·인류학·심리학 등서 담론서 출간 활기 책상 아래 숨겨 보던 성관련 이야기들을 책상 위로 올려놓을 수있게 ‘그럴 듯한 이유’를 처음으로 찾아낸 사람은 １９세기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프로이트 이후 성관련 담론의 주요 흐름은 페미니즘 계열의 여성의 성문제를 본격 다루는 논의， 각 민족의 민속학을 중심으로 성문화 전통을 중심으로 한 문화인류학적 관점， 지배 문화의 금기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는 성정치학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도 서구의 주요한 성관련 이론서는 물론，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있는 성관련 문제를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털어놓고 문제화해보는 책들이 많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론서로는 페미니즘 관련서，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인간심리의 비밀을 캐들어 가는연구서， 사회심리학， 정치학등을 성이란 틀로 해석해본 이론서 등이 나와 있다． 또 그밖에 섹스 자체에 대한 실용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은 실용서적들도 다수 나와 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인간의 내면에 숨겨두고 있었던 성관련 논의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성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가 된 것이다． ○몇년새 공개적 논의 봇물 성관련 이야기가 본격 논의되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 함께 간다고 신경정신과 전문의 설현욱 박사는 이야기 하고 있다． “서구에서도 그랬지만 대체로 국민 소득이 １만달러를 넘어서면 성에 관한논의가 공개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세대별로， 또는 성별로 은밀하게 이야기 되던 성관련 문제들이 다수앞에 공개되고 해결방법을 적극적인 방법으로 모색하게 된 거지요” 프로이트 당시에도 그랬지만， 현대에 와서도 성에 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양면성을 띤다．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상업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음지에 있어야 했던 인간심리의 주요 개념을 공개적인 담론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 양면의뿌리다． 성관련 논의가 가지고 있는 이 독특한 양면성은 성담론의정치성， 사회성을 지탱하는 틀이 되고 있다． 현대에서도 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감춰지고 억압받는 인간심리를 공개적인 논의를 한다는 의미 외에도 지배문화에 대한 도전이라는 ‘금기 파괴’의 의미까지 지니는 것이다． 성관련 담론의 양면성은 인간 출현 이후부터 있어왔던 포르노그래피가 현대까지 인간 심리를 반영하는 문화 중 하나이면서도 내밀한 문화로 전전해왔던 상황과 같은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풍속사」 등 명저 많아 한국에서 성관련 담론이 본격 시작된 것은 ９０년대 초반에 나온 미쉘 푸코의 저서 ‘성의 역사’（나남）와， ‘또 하나의 문화’에서 ９１년 펴낸 무크지 ‘새로 쓰는 성이야기’부터라고 말해진다． ‘새로 쓰는…’은 성·사랑이란 문제를 여성의 주체적 입장에서 서술， 여성의 입으로 여성이 보고 느낀 한국에서의 ‘섹스이야기’를담론화해 충격을 던진 바 있다． 한국에서 성담론을 본격 시작한 것이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였다는 사실은 남성중심적이고 음성적인 한국 성문화의 특질을 보여주는 점이다． 푸코의 책 ‘성의 역사’는 서구 전통에서 성문화가 어떻게 왜곡되고 인간심리에 영향을 미쳤는 지를 본격 다루었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성심리， 성문화를 다룬 책으로 대표적인 것은 ‘세계풍속사’（파울 프리샤우어·까치）다．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까치）와 함께 이 책은 창세기부터 현대 섹스혁명까지의 서구 성관련 풍속이 어떻게 변천해왔으며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고 있다． 필립 아리에스 등의 원고를 모은 ‘성과 사랑의 역사’（황금가지）는 성과 사랑에 관련된 금기사항들이 서구에서 어떻게 비밀스럽게 진행되어 왔는 지를 항목별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동문선에서는 프랑스에서 논의되고 있는 성담론 이론서를 집중적으로 펴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성애의 사회사’（자크 솔레）， ‘창부’（알렝 꼬르벵）， ‘성의 역사’（쟝 루이 플랑드렝），‘침실의 문화사’（빠스칼 디비）， ‘포르노 그래피’（안드레아 드워킨）등이 있으며 그밖에 ‘성과 미디어’（윌슨 브라이언 키）， ‘카마수트라’（바짜나야）， 등의 성담론 이론서를 내놓고 있다． 성애의 철학적 의미를 다룬 주요 저작물로는 조르주 바따이유가 쓴‘에로티즘’（민음사）를 들 수 있다． ‘모든 에로티즘의 공통점은 스스로 웅크리게하는 태도를 거부하는 데 있다’라는 말이 상징하듯바따이유는 에로티즘을 ‘정상적인 상태의 상대， 즉 패쇄적인 구조를 파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의한다． 에로티즘을 포함한 성담론이 왜 지배문화에 대한 도전이며 금기를 파괴하고자하는 것인지를 하종원（선문대 신방과）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대성의 한 측면을 금기에의 도전， 지배문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한다면， 성담론을 공개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지배적인 가치관이 가진 문제를 드러내보자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의 성문제는 이율배반적인 양태가드러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공개적인 성논의가 위험한 태도라고 받아들여지는 한편， 음성적인 성문화는 번창하고 있지요． 그것이 음성적인 상태일 때는 괜찮은데 양지에 나오면 문제가 되고， 성문화는더욱 더 심하게 왜곡됩니다． 이제 우리의 성관련 인식도 가치관의 변화에 부응하는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국내저자가 쓴 서적으로는，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성관련 문제를 다룬 이론서와 한국의 매춘문제， 성희롱， 성억압을 다룬 현장취재물，최근 ‘자신있게 사는 여성’을 찬양하는 책들이 성문제를 같이 다루는 경우， 성（Ｓｅｘ） 자체의 실용적인 방법을 정리한 책 등으로 다수 나와 있다． 박종성（서원대 정외과）교수가 쓴 ‘권력과 매춘’（인간사랑）은 한국에서의 매춘문제가 권력과 어떻게 음성적으로 ‘공생’하고 있는지를 적고 있다． 박씨는 한국에서의 대표적인 음성적성문화라 할 매매춘과 권력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매매춘 시장에 대한 권력의 묵인은 성（Ｓｅｘ）에 관한 일체의 사회적담론이 음지로 잠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그대로 반영한다． 의도적인 외면과 의도적인 침묵， 그 속에서 권력과 매매춘의 공생구조는 확산·심화되었다’ 그밖에 민속학의 관점에서 한국의 성문화를 정리한 ‘성， 숭배와 금기의 문화’（이종철 외·대원사）가 있으며， ‘한국인과 에로스’（이명수·지성문화사）‘한국인의 에로스’（최신해·정음문화사） 등 다수의 책이 나와 있다． ‘섹슈얼리티：성의 정치’（제프리 윅스·현실문화연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애적인 것이 여전히 격렬한 도덕적 분노를 부르는 것은 성이 본성상 천하기 때문이 아니라 강렬한 감정들의 요체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성관련 담론을 담은서적들은 ‘강렬하기 때문에 그동안 감춰졌던’ 내밀한 이야기들을 다수의 공통적인 문제로 공론화하고 있다．＜배문성 기자＞[문화일보 97.04.30 ] *Click here for FREE screensavers/wallpap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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