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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잃어버린 사랑의 감각／사이버 섹스로 해결될까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나 〈컬러 오브 나이트〉에 나오는 수중 정사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는 명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우주 공간에서의 성행위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궁금해진다． 현재 미국 하버드 대학의 노바코프스키 박사는 미항공우주국 (ＮＡＳＡ）과 공동으로 우주선 안에서의 인간의 신경섬유와 성행동에대해 연구하고 있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타가드 박사는 러시아 우주선 미르호에서 １００여일간 직접 탑승한 경험을 토대로 한발 더 나아가 우주선 안의 성생활에 대한 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사이버 스페이스와 우주공간에서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후진국에서는 여러 가지 질병과 기아로 약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돈 많은 선진국에서는 별 연구를 다하는구나 하는 씁쓸한 기분도 들지만， 어쨌건 자기들이 여력이 있어 첨단 우주기술을 성과학에 응용하겠다는 데야 우리로선 별 할 말이 없다． 사실 ２１세기에는 아마도 여성의 권한이 훨씬 더 커질 터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성감별 출산으로 여성의 절대 숫자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성들의 성충동을 해결할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삶의 질이 개선됨에 따라 자판기에 돈을 넣고 꺼내먹는 식의 섹스는 원하지 않을 것이니， 미아리 텍사스나 청량리 오팔팔 같은 구태의연한 매춘사업은 점진적으로 도태되고 새로운 형태의 섹스산업이 대안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미 여러번 국내외 잡지에서 소개된 바와 마찬가지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가상체험과，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이나 홀로그램과의 편리한 섹스도 유용할지 모른다． 또한 우주공간과 비슷한 환경， 즉 무중력상태와 소음을 제거한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의 스페이스 캡슐이 휴게텔처럼 등장하지는 않을까． 허리 디스크， 관절염， 비만환자들은 중력의 방해를 받지 않으므로 질병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생긴 성기능 장애를 극복하고 환상적인 성체험을 다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순결 유지를 위한 ‘정조대’와 자위행위 방지를 위한 ‘남근 잠금장치’ 등을 발명품으로 내놓았던 중세와 달리， 이제는 안 그런 척 점잔을 빼는 사람들마저도 어떻게 하면 성감을 발달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 은근히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감각적인 대중매체의 무차별 포격， 음성적 포르노 산업의 번창， 여자를 옆에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음주문화 등으로 ‘성적 흥분의 역치’가 오히려 너무 높아져 웬만한 자극에는 성감대가 끄덕도 않고 잠자기 때문이다． 손끝만 스쳐도， 눈 한번 서로 맞추어도 온몸이 달아오르고 얼굴이 화끈거리던 봉건시대에는 그저 몇 마디 넌지시 관능을 암시하는 말과 글만으로도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 있었지만， 현대의 자유로운 남녀들은 그런 축복받은 감각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스페이스 섹스나 사이버 섹스가 과연 얼마만큼 대안이 될 수 있을까．＜이나미 신경정신과 원장＞[한겨레신문 97/10/18 ] *Click here for FREE screensavers/wallpap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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