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인간은 전면적인 애정을 요구한다.

The best voice communication software on the web!(인터넷무료전화)

121. 인간은 전면적인 애정을 요구한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첫 울음을 터뜨린 순간부터 어머니와 밀접한 보디 터치에 의한 친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성장함에 따라 인간은 사회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가게 된다. 그러나 가끔은 어머니의 가슴에 깃들어 있는 보호와 안정감을 찾아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 후 어머니와 결정적으로 헤어져 성인만의 경쟁사회로 홀로 떨어져나가는 날이 온다. 그와 동시에 인간은 새로운 관계를 찾고, 이윽고 배우자가 되는 사랑하는 상대와 친밀성을 쌓아간다. 이리하여 다시 생존을 지탱하는 신뢰관계를 얻은 인간은 계속 인생을 개척해간다.

그런데 이 인생 항로의 어떤 단계에서 충분한 친밀관계에 의해 심신을 치유할 수 없을 때, 대부분의 인간은 세상의 거친 파도에 끼어서 생존경쟁을 계속해가는 것을 몹시 무거운 짐으로 느낀다. 그래서 대체적인 친밀성에 의한 해결이 요구되게 된다. 보디 터치를 얻지 못할 때는 어떤 사회적 활동에 열중한다. 인간의 대역으로서 애완동물을 귀여워한다. 나아가 어느 때는 비어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 생물이 아닌 다른 오브제를 앉히고, 또는 자기 육체의 일부를 타인의 그것처럼 간주하여 자기 몸을 애무하고 매달리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같은 진짜 친밀성의 대역을 하는 행위는 인간의 촉각적인 생활 속에서 기분 좋은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러한 많은 동작이 어쩔 수 없이 '치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슬픈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열렬하게 타인과의 보디 터치를 갈망하고 있을진대, 왜 그들은 더 경계심을 늦추고 타인과 친밀하게 교제할 수 있는 열린 태도를 취하지 않는가? 왜 그들은 "자신의 일은 모두 자신이 되도록 자신의 심정은 조심조심 숨겨라"와 같은 투의 생활방식을 바꾸려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 간단히 실행될 것 같은 해결법에는 유감스럽게도 여러 가지 성가신 장해가 숨겨져 있다. 가장 큰 장해는 이상스럽게 팽창한 인구과잉의 현대사회 그 자체다. 완전한 타인과 거의 일시적인 지인에 불과한 타인들이 밀치락 달치락거리고 있는 사회에 홀로 놓여진 현대인은, '인간 홍수'속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을 찾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비록 교제가 있다 해도 대개의 타인과는 문자그대로 스쳐지나가는 관계밖에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교제가 없는 타인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관계밖에 가지지 않도록 자기 규제를 하게 된다. 그러나 통근이나 그 밖에 혼잡한 군중의 일원이 될 기회가 많은 도시생활에서는 싫은 타인과 몸과 몸을 맞대고 부딪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쓸데없이 현대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피하기 위해 이상할 만큼 신경을 쓰게 된다. 도시생활에서의 적응력이 몸에 배임에 따라 모든 친밀성에 대해서 금지적인 태도가 가해진다. 이것이 더 깊어지면 사랑하는 가족에 대해서도 똑같은 태도밖에 취하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이러한 타인과의 친밀 혐오증, 반친밀성의 상황으로 인해, 현대인은 부모로서의 능력에 이상을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부모가 유아교육을 시작한 몇 년 동안 이 같은 태도를 아이에게까지 미치면, 아이는 회복할 수 없는 인격형성의 손상을 입고 만다. 그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 때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에 결함이 생기게 된다. 평소에 아이를 돌보지 않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이따금 학자나 그 계통의 식자의 말에서 '방미주의'에 찬성하는 의견을 발견하게 되면, 즉시 자신들의 부모로서의 양심은 그것으로 만족하게 되고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런 안이한 방임주의가 거리낌없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가족간의 건전한 인간관계의 성장이 저해되는 일도 있다.

그러면 이러한 방임주의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왓슨식 교육법-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왓슨이 이것을 제창한 데서 붙은 이름- 은 20세기 초엽에 상당히 널리 보급돼 있었다. 이 교육법의 골자를 알아보기 위해 왓슨의 저서 중에서 일부를 인용해보자.

무지한 어머니가 있다. 그녀들은 늘 아이에게 키스를 퍼붓고 껴안고 흔들고 쓰다듬고 간지럽힌다. 그러나 이처럼 맹목적으로 귀여워하는 것은 아이의 건전한 자아의 형성을 왜곡시킨다. 사회에 나가 타인과 서로 경쟁할 수 없는 인간을 만들고 있다. 더구나 그녀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

현명한 유아교육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 아이를 성인과 동등하게 취급할 것. ……절대로 아이를 껴안거나 키스하지 말 것. 무릎에 안고 어르지 말 것. 아무래도 키스하고 싶다면 아이가 "달래주세요."할 때 이마에 한 번만 할 것…. 귀여워하는 모든 행동을 그만두고, 친절한 말로 설명해주거나 따스한 미소로 애정을 전할 수 있도록 어머니는 자기 훈련을 해야 한다. 유모를 고용할 수 없다면 뒷마당에서 밖으로부터 위험한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울타리를 설치하고 아이를 놓아두는 것이 도리어 아이를 위하는 것이 된다. 가능한 한 빨리 이 같은 육아법을 시작하기 바란다…. 그러한 방임 육아법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어머니는 구멍이 뚫린 문을 사용하여 아이의 눈에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장치를 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스러운 말이나 달래는 말은 절대로 쓰지 말 것.

이 교육방침의 주안은 아이는 아무리 어려도 이미 성인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에 있다. 거기에는 왓슨 씨가 의미하는 성인이라면 절대로 마구 키스하거나 껴안아서는 안 된다는 선입관념이 있다. 성인들은 서로 구멍을 통해 접촉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이 사회생활에 자기를 적응시키는 조건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을 유아교육에까지 철저화시킨 아이디어는 굳이 말하자면 정말이지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다.

왓슨식의 접근은 행동주의 사상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왓슨 씨가 쓴 것을 또 한번 인용해보자. "인간에게는 원래 본능이라는 것이 없다. 유아기에 획득한 것이 전부 나이를 먹으면 표면에 드러난다. 인간의 본성 속에 잠들어 있다든가 숨겨진 능력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 따라서 단련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훈련의 개시가 늦을수록 거꾸로 '나쁜 습관'이 형성되고 만다. 그것은 일단 몸에 배이면 교정이 어지간히 곤란하다고 왓슨은 말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에는 인간의 행동 발달은 전부 유아기에 형성된다고 하는 생각이 최전선에 깔려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오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에도 이 잘못된 교육이 다소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시대착오적 폭론이라는 오명은 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잘못된 견해를 배척하기 위해 더 자세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왓슨식 육아법이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왜인가? 최대의 이유는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영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이 방식은 유아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유아가 본능적으로 요구하는 부모(특히 어머니)와의 보디 터치에 의한 친밀성이 끊임없이 저지 또는 금지된 결과, 우는소리로 표현되는 아이의 비애와 절망은 깊은 상처를 입고 만다. 그러나 인간은 훌륭한 적응 능력이 있고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니, 그렇게 하는 도리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렇게 아이는 훈련되고 성장해간다.

그러나 이렇게 자란 인간에게는 큰 결점이 남는다. 그의 성격의 일부에는 타인에 대한 불신감이 벗기기 어렵게 도사리고 있다. 즉,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에 대한 강한 충동이 이처럼 원초적인 단계에러 무참히 저지된 이래로 사랑의 메커니즘이 언제까지고 파괴된 채로 방치된 상태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와의 인간관계가 사무적인 서먹서먹한 규칙으로 규제되어버린 인간은 언제까지나 서먹서먹한 인간관계밖에 갖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인간이 쭉 자동인간처럼 인생을 보낼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타인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생물학적인 충동이 마음 밑바닥에서 싹을 틔우려고 바르작거리고, 더욱이 배출구를 찾아 헤매는 충동이 이 인간에게 고뇌를 안겨다주기 때문이다. 오래된 옛 상처가 욱신욱신 거리는 것처럼 그것은 그의 마음속을 쑤셔댄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도 한 남자(여자)로서 배우자를 얻고 자식을 얻는다. 그리고 이 같은 순환고리가 계속 이어지게 되면 피가 통하는 부모의 애정은 지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것은 원숭이 새끼에 대한 실험에서 증명된 바 있다. 어미의 정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 원숭이는 역시 새끼를 돌보지 않는 어미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왓슨식 교육법에 관심을 가진 많은 아버지와 어미니들도 때로는 그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간 요령을 가한, 좀더 편이 적인 가정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육의 고삐를 잔뜩 잡아당겼다가 풀어준다. 채벌을 가한 뒤에는 곧 달콤한 얼굴을 보인다. 아기 침대에서 울게 내버려두었으면서, 이런저런 장난감을 사다주고는 희희낙낙 놀아준다. 일찍부터 쉬를 가리는 교육을 엄하게 시키면서도, 무턱대고 키스하거나 찰싹 달라붙는다. 그 결과 어떻게 되는가? 아이는 혼란을 느끼고 까딱 잘못하면 이른바 한심한 아이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그 경우 아이를 망친 최대의 실패는 아이의 혼란에도, 너무 빠른 조기교육에도 있지 않다. '응석을 받아준'것이야말로 실패의 원인이다. 아무리 빠른 엄한 교육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늘상 엄하기만 하지 않도록 부모는 참을성 있게 느긋한 마음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잘 될 것이다. 아이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어느 때는 버릇 없이 굴고 심통을 부리게 된다. 그 때야말로 '좋은 아이가 되도록'설명해주고 타이르면서 엄한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나이 무렵의 아이들은 으레 불평하고 반항하게 마련이다.

사내아이(또는 계집아이)는 이따금 부모가 응석을 받아주었을 때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 순간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 세계의 입구만 엿본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다음 순간에는 입구의 문이 부당하게 닫혀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을 반복하는 동안 아이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 사랑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항심을 갖게 되고, 부모에게 반항해 보임으로써 부모를 몇 번이고 시험하려고 한다. 이 때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도-'좋은 아이'건 '나쁜 아이'건- 부모는 똑같이 사랑해 주리라는 확신을 찾아서 반항한다. 그러나 반항을 하면 부모가 꾸짖으므로, 아이는 "그럼 부모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더구나 아이는 응석을 부렸는데 부모가 의외로 꾸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을 확인한 마음이 들었을 때도, 전면적으로는 믿기지 않는 것을 느낀다. 그만큼 어린 마음에 이전에 박힌 인상은 강력하고 씻어버리기 어려운 것이다. 이따금 엄하게 꾸중들었던 기억이 아이 마음에 사랑에 대한 불신감을 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는 점점 거세게 필사적으로 반항하여 부모가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한다. 한편 이것에 대해 곤혹을 느낀 부모는 "여기서 풀어줘서는 안돼"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면서 더욱 엄한 벌을 가하여 아이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혹은 아이에게 너무 심하게 대했다는 죄의식에서 부모로서의 자신의 자격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끝없는 타협을 거듭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우리들 사이가 이렇게 잘 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네가 말한 것은 무엇이든 사태가 되자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아기를 어린 성인으로서가 아니라 아기로서 다루어야 한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어머니가 있는 모든 애정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주기를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사실 자신이 유아기에 왜곡된 육아 체험을 겪지 않은 보통 어머니라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 때문에 최대 최고의 애정을 자식에게 쏟고 싶은 충동에 몰릴 것이다. 바로 그러한 자연스러운 정이 있는 까닭에, 저 스파르타식 교육론자들은 정에 흘러서 '심금을 울리는 나약함'-이것은 왓슨이 좋아하는 용어다-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경고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이 폐해로서, 만일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자유분방한 사랑을 주고 싶지 않다면 이것은 좀더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좀더 시간과 노력이 걸릴 뿐이다. 인공적인 강압 교육만 하지 않는다면, 그들 역시 서서히 행복과 충분한 애정으로 결합된 이상적인 친자관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어머니의 애정을 충분히 누리면서 성장한 아이는 한심한 아이가 되기는커녕 독립심이 풍부한 개성을 갖게 된다. 타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주변 현실에 대한 생생한 관심과 탐구심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동시에 몸에 스며들기 때문에, 설혹 잘못 되더라도 '한심한 아이'가 될 염려는 없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자기에 대한 안정감과 보호감각을 충분히 보증받은 아이는 일정한 아이가 되면 생초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인생이 개척을 향해 마음껏 날개짓을 시작한다. 이것은 원숭이의 실험을 통해서도 검증된 사실이다. 어미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은 새끼 원숭이는 곧 외부 환경으로 뛰어나가 잘 어울려 논다. 그러나 어미 원숭이에게 냉랭하게 다루어진 새끼는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으로 된다.

이 사실은 왓슨의 예언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로부터 보디 터치를 포함한 애정을 듬뿍 받은 아이는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상상이 잘못돼 있다는 것은 아이가 세 살이 되면 확실해진다. 만 2년간 충분한 애정으로 양육된 아이는 3년째가 되면 확고한 걸음으로 외부의 세계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다소 위태위태한 걸음을 걷다가도 금방 기운차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한편 아기 때 애정이 적고 엄한 교육만 받은 아이는 이 시점에서 이미 적극성이 없고 주변현실에도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도 혼자서 행동하려고 하는 용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상의 내용을 바꾸어 말하면 다음과 같다. 전면적인 애정으로 결합된 관계가 일단 부모 자식 사이에 확립되면, 그 아이는 다음 성장 단계로 잘 나아갈 수가 있다. 현실 세계에 온몸으로 부딪치는 이단계에 왔을 때 해서는 안 되었던 것을 지금에야말로 아이는 필요로 하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과보호와 맹목적인 사랑을 금하는 왓슨식 교육법은 만 두 살 이상의 유아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습게도 아기 때 요란스러운 왓슨식 교육을 강제받았던 이이가 모처럼 올바른 교육을 개시해야 할 만 한 두 살 이후가 되고 나서 묘하게 반항적이 되고, 그 때문에 도리어 부모가 이 아이를 과보호로 다루는 처지가 되기 쉽다. 한편 아기 시절에 부모에게 충분한 애정을 받았던 아이라면 틀림없이 이상스럽게 반항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기 때 애정에 의해 몸과 마음 모두가 행복한 친자관계로 결합돼 있던 인간은 성인 단계에 이르러 이성과 정상적인 성적 관계를 맺는 면에서 완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능력에 의해, 그것을 기반으로, 현실의 사회생활을 적극과감하게 개척해가게 된다. 물론 성숙한 성인 관계를 맺는 능력을 익히기 위해서는 남자나 여자나 다양한 성적 경험을 해야 한다. 특히 성적 체험은 인생의 '좌절'로 되기 쉽다. 그럼에도 아기 시절부터 유년시대, 소년시대로 자연스럽게 인격 형성을 거쳐온 인간에게는, 곧 정당한 이성과 커플 관계를 맺고, 그 성체험의 도움을 빌어 두 사람 사이에 강력한 보디 터치에 의한 친밀성의 고리를 확립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리하여 인간은 애정으로 가득 찬 아기 시절의 육체적 친밀성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가족관계를 확립한 뙽봉絹涌“? 어떤 외부의 방해도 받지 않고 향유할 수 있는 친밀성은 심한 생존경쟁이 소용돌이치는 현실에서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무기'가 된다. 친밀한 인간관계의 고리는 사회적인 곤란함을 해결할 때에 우리에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주는가? 인간관계에 굶주린 인간일수록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곤란함을 잘 풀어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 같은 가정생활에는 가족의 각 성원이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을 만한 여우가 필요하다. 친밀한 접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프라이버시가 요망된다. 좁은 방안에서 매일 같은 얼굴만 마주대고 있어서는 개인적인 관계를 갖기가 어렵다. 도리어 싸움의 염려마저 있다. 서로의 몸을 지나치게 밀치고 당기는 것은 친밀성과는 거리가 멀다. 강제적인 친밀성은 타인에 대한 혐오를 낳을 뿐이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말하면 보디 콘택(신체접촉)을 더욱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서는 좀더 느슨한 공간이 필요하다. 기능성에만 치중한 설계는 가족의 초조감을 초래한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보디 터치의 친밀성은 어느 것이나 일시적이며, 도시의 혼잡함과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디 터치의 욕망은 돌발적,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이다. 따라서 생활공간을 좁히면 그만큼 친밀성이 왜소화하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의 건축가들이 이 점을 거의 계산에 넣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은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에서 서술한 내 말은, 친밀성으로 결합된 젊은이들의 이상형을 제사하려고 기를 쓴 나머지, 마이 홈과 넓은 사적 공간만 있으면 가족이 애정으로 충만해지고 가족간의 고리가 굳게 연결되는 등 만사가 잘되리라는 잘못된 이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유감스럽지만 일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엄청나게 많은 타인에게 빽빽이 둘러싸여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가족간의 친밀성마저 꽤 실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서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사회적 요소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는 이 같은 '관계'가 흔히 다른 인간으로부터 '어린애 같다'는 의미에서 멸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부부간의 보디 터치가 좀 지나치면 타인은 경망스럽다는 등 너무 찐득찐득하다는 등 유치하다는 등 비판하고 싶어한다. 사이 좋은 예비 부부에게도 이러한 비판은 무시할 수가 없다. 부부 사이가 너무 좋다고 하는 말은 뒤집어 보면 두 사람에게 '홀로 서고 홀로 걷기'의 정신이 결여돼 있다는 비난으로도 된다. 즉, '남자 중의 남자는 혼자서 설 수 있는 남자'라는 식의 속설이 예상 외로 세상에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엿한 성인이 유아기의 전형적인 보디 콘택을 이어받은 것이 왜 인간의 독립정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되는가? 더구나 상대가 자신의 배우자라면 그 어디서도 비판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거꾸로 다 큰 어린이 친밀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가까운 타인과 애정이 깃든 친밀성을 가지고 있어야, 인간은 자기의 정신을 넓고 온화한 성격으로서, 균형 잡힌 개성으로서, 표현할 수가 있다. 이러한 개성이 있어야 비로소 인간은 어떠한 타인과의 교제에서도, 비인간적인 비즈니스에서도, 정말로 자유롭게 자기를 잘 적응시킬 수가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친밀성은 인간을 조금도 나약한 성격으로 만들지 않는다. 반대로 강하게 만들어준다. 부모의 애정을 충분히 흡수하면서 자란 아이가, 처음 접하는 현실에 주눅 들지 않고 떳떳이 부딪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친밀성의 확립을 저해하는 두 번째 사회적 요인은 보디 터치에 성적인 흥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과거에 친밀성을 억압, 규제하게 했던 것은 대부분 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부모와 자식이 친밀성에는 성적인 의미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모성애(부성애)나 자식의 부모에 대한 애정은 성적인 애정과는 이질적인 것이다. 게다가 남성 대 남성, 여성 대 여성, 그리고 어떤 종류의 남녀사이 등 그 어느 관계도 특별히 섹스와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 애정은 어디까지나 애정-두 사람을 나누기 어렵게 결합시키는 정신적 고리-이고, 성에 대한 충동이 포함되어 있는가 아닌가는 이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인간관계의 결합에 대해 성적인 요소가 과대하게 평가되는 것은 현대의 폐단이다. 본래는 성적이지 않은 고리로 강하게 결합되고 성적인 감정은 단지 부수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 인간관계마저도, 나중의 성적인 요소만이 묘하게 비대, 왜곡, 과장되기 일쑤다. 그리고 그 악영향으로 인해 보디 터치를 사용하는 친밀성이 모두-거의가 섹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행위인데도-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모자 관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남매 관계'는 "근친상간!", '동성관계'는 "호모, 레즈비언!",'남녀관계'는 "간통!", 그리고 여러 사람과 친한 관계에 있는 자는 "프리섹스주의, 공동변소!"라는 식으로, 좌우간 모든 친밀성이 성행위를 연상시키게 된다.

이러한 결해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부러 그것을 강조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야말로 현대인이, 에로틱하고 몸이 노긋노긋해질 정도로 보디 터치에 의한 친밀성을 충분히 즐기고 있지 못한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부부간, 연인간의 성적 친밀성이 충분히 열렬하고 깊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들의 친밀한 관계를 목격하면 온갖 흉을 보고 그것을 망치고 실어진다. 그러나 우리들도 그런 기분이 되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긴장을 풀고 성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에 대해 그것을 금지하거나 저지하는 등의 태도를 취하는 한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런데 이 비성적인 보디 콘택에 대한 일반적인 금기 의식으로부터 몇 가지 이상한 살례가 생겨나고 있다. 한 예를 들면 최근 미국에서의 연구는 단지 남성의 팔에 안기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프리섹스에 빠진 여성으 사례를 전하고 있다. 이 보고에 따르면, 그녀는 어느 순간 단지 이성에게 포옹받고 싶은 욕망을 누르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몸을 던진 일도 있다고 한다. 이 극단적으로 격정적인 욕망의 표현은 성적인 친밀성과 성적이지 않은 친밀성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성행위의 필요에서 보디 터치를 찾은 것이 아니라, 보디 터치의 친밀성을 열망한 나머지 성행위로 치달린 것이다. 그리고 이들 두 가지 이상한 동기의 존재에 의해 두 종류의 친밀성의 존재 자체가 증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례는 현대에 사는 인간의 친밀성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인간 친밀행동의 분석을 더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서는 현대사회의 태도에 어떤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지 명백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유아 차원에서는 아동심리학자들의 열성적인 연구가 열매를 맺어, 최근의 유아교육법은 눈부시게 진보했다. 유아 시기의 친자관계에서는 친밀한 접촉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 나아가 아이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의 따스한 애정이 필수조건이라는 것등등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전보다 훨씬 진보한 것이다. 예전의 엄격하고 정이 없는 스파르타식 교육은 모조리 그림자를 감추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구 과밀의 도시생활에서 과보호에 의한 여러 가지 '병적 현상'이 중대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앞으로 현대인이 걸어가야 할 유아교육의 길은 아직도 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소년기의 단계가 되면 연령에 따른 교육이 기본이 된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사회적인 교육과 기술교육의 양쪽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히 강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술교육을 강조하는 방향이 차츰 대세를 점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것은 아이들을 인간화보다 물질화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어서 뙽봉絹湧?경우를 보면, 그들에 관한 한 현실사회에서 부딪치는 여러 사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모두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인관계의 까다로운 주고받음에 대해 과연 현대만큼 명확하고 직접적인 교제가 가능한 시대가 예전에 또 있었을까? 뙽봉絹湧?자유분방한 언동에 대해 연장자 세대로부터 가해지는 비난이라는 것은 대부분 이러한 자유 행동에 대한 강렬한 선망의 굴절된 표현이나 같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발견한 표현의 자유, 성에 대한 솔직한 태도, 구도덕과 고정관념에 속박되지 않는 친밀성 등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이윽고 그들이 부모의 입장이 되었을 때도 전과 똑같은 자유로운 감각을 유지할지 어떨지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른 것 같다. 왜냐하면 인간은 나이를 먹을 때마다 사회의 비인간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거의 질식해버린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인간의 초대 관심사는 가까스로 쌓아올린 안정된 생활을 끊임없이 팽창, 확대해가고 있는 도시생활에서 어떻게 방어하는가 하는 것이다. 사적인 생활에 대한 외부의 스트레스가 강해짐에 따라, 현대인은 인간조건의 본질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위기감을 예민하게 갖는다. 성인들의 대화에서는 툭하면 '소외'라는 말이 등장한다. 주간의 사무실이나 거리에서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끄스러기가 무거운 심리적 압박이 되어, 심야의 침대에 드러누울 때까지 따라 다니는 일도 결코 적지 않다.

<새로운 접촉 운동>
미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준엄하게 고발하는 목소리가 올라가고, 그 속에서 '인간성 회복'을 주창하는 새로운 심리요법의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현상을 보면 보디 콘택과 친밀성에 대한 희구가 현대사회의 내부에서 얼마나 격하고 강한 불길이 되어 타오르고 있는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엔카운터 그룹 세라피로 알려진 이 운동은 불과 10년정도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어 곧바로 미국 전역에서 캐나다까지 확대되었다. 미국식 속어로는 쇼 비즈니스를 빗대어 '보디 비즈니스'라고 불리우는 이 활동은 전문적으로는 '트랜스퍼스널 사이콜로지', '멀티풀 사이코세라피','소셜 다이내믹스'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이들 각지의 운동에 공통되는 기본 원칙은 일정인의 참가자에게 일정 기간-짧게는 하루 주야, 길게는 1주간-함께 생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패턴에 의한 개인 및 집단내의 상호작용을 경험케 한다. 이 상호작용에는 대화에 의한 것도 포함되지만, 더 비중이 높은 것은 비대화적인 것이다. 서로의 보디 콘택, 의례적인 터칭, 상호 마사지, 게임 등을 하게 한다. 그 목적은 '문명병'에 걸린 현대인의 심리적인 갑옷을 깨부수고, 그들에게 "인간은 육체를 소유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육체 그 자체다."라는 것을 재인식시키는데 있다.

다 큰 어른이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날개짓을 할 기회를 갖는다. 이것이 이 활동의 중요한 핵심이다. 그리고 이 '아방가르드(전위파)과학'과도 같은 분위기 덕분에 참가자들은 세상에 대한 배려, 당혹, 경멸을 받을 염려 따위와는 일절 관계없이, 어린애 같은 행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참가자들은 서로 상대의 몸을 쓰다듬고 만지고 가볍게 튕긴다. 양팔로 타인을 통째로 부등켜안고 나르는 장난을 하는가 하면, 보디 오일을 서로의 몸에 발라주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들 장난의 경험을 통해 성인들은 서로가 '벗은 자기'를 내보인다. 이 때 실제로 자신의 '알몸'을 사람들 앞에 보이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서로의 행동을 통해 비유적으로 '벗는'경우가 많다.

이러한 작위적인 '아이들 시절'로의 회귀는 다음의 선전문구에 집약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덧붙여 말하면 이 4일간의 코스의 타이틀은 "당신 자신의 '원점'으로 돌아가자."라고 되어 있다.

체제순응형의 미국인은 '이상적인 사회인'의 환영을 좇는 나머지, 참된 인간다움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불명예와 조소를 두려워한 나머지, 순수한 '동심'을 콘크리트 벽 속에 파묻고 있습니다. '동심'이 되살아날 때 남성인 당신은 진정한 남자다움을 회복하고, 여성인 당신은 진정한 여자다움을 생각할 것입니다. 예전에 어머니의 애정 속에서 보냈던 나날들의 기억을 추체험할 때 당신은 '사랑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사랑의 행위'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사랑의 추구'를 실행하는 능력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가치 있는 역설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 시절의 무력감에 빠진 당신은 그 때문에 다시 삶에 대한 의욕이 몸 안에 휘몰아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동심의 눈물을 흘리는 당신은 약동하는 환희의 샘물로 인도될 것입니다….

또한 엔카운터 그룹에 대한 참가를 호소하는 것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놀이를 통해서 더 적극적으로 되자!","잠자는 감각을 일깨워 다시 태어난 인간으로!"어느 것이나 유년시대의 친밀성으로 돌아가자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목표를 최고 실현시키기 위해 '자궁 풀장'까지 설치한 센터도 등장했다. 풀장내의 온수가 자궁내의 온도와 같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러한 참가 코스를 운영하는 조직자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정상적인 인간을 위한 심리요법'이라고 한다. 참가자는 어떤 의미에서도 '그룹 멤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참가의 목적은 인간들의 진정한 친밀성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문명병'에 괴로워하는 현대의 성인들이 서로 보디 터치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럴 듯한 대사회용 구실이 필요한 '현실'은 서글픈 일이지만, 자신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뭔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참가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한 번 이 생활을 경험한 상당수가 두 번 세 번 참가를 신청하고 있다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합숙중에 행한 보지 터치가 충분한 효과가 있어서 그들의 정신적 응어리를 풀어주고 느긋한 마음이 들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참가자들은 대개 그 후의 가정생활에서도 전에 없는 해방감과 안정감을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활동은 진짜로 의미 있는 사회활동인가? 아니면 한때의 변덕스러운 유행에 지나지 않는가? 혹은 새로 출현한, 마취를 쓰지않는 위험한 놀이인가? 매월 수십 개의 센터가 새로 창설되는 현상을 앞에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가지각색이다. 한편에서는 엔카운터 그룹이 아주 잘하고 있다는 적극지질파의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가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단호한 반대파도 있다. 그 중 어떤 의견을 소개해보자. 그것에 따르면 참가자는 "본질적으로는 조금도 좋아지지는 않는다. 친밀성을 얻었다는 '환각제'를 얻은 데 불과하다." 이 의견대로라면 이 집단에 참가하는 것은 댄스장에 들어가거나 바람에 쓰러져 간호받는 것과 동열에 놓이는 친밀성이 되는 샘인데,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상의 공인을 받은 보디 터치 행동의 패턴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좀더 엄한 반대론도 있다. "진정한 친밀성을 키우려는 기술이라고 하지만, 거꾸로 그것을 파괴하는 작용을 하기 쉽다."는 의견 등이 그 전형이다. 어떤 신학자는 더 가열찬 생존 경쟁의 형식이 탄생했다면서, 사람들의 엔카운터 그룹에서 습득하는 것은 모두 "비인간적 생활을 위한 새로운 방편이자 새로운 권모술수이며, 속으로는 타인에 대한 적의를 숨기고 겉으로는 우호적으로 행동하는 새로운 연기"에 불과하다는 극언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운동의 추진자들이 일반 대중에게 그들의 방법론과 원리를 주장하는 말투를 들어보면, 거기에는 확실히 독선적인 말투, 지나치게 절대 진리를 주장하는 듯한 태도가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우주의 신비를 우리 손으로 해명하고 그 발견을 타인에게 누리게 하여 인간을 구제한다는 말에서 받는 독선적인 인상은 지우기가 어렵다. 이 결점을 찌르는 반론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반대자의 공격이나 조소에 대한 방어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전에 정신분석학자가 화려하게 등장했을 때도 똑같은 전법이 사용되었다. 엔카운터 그룹 운동의 베테랑 경험자와 마찬가지로, 경험자는 미경험자에 대해 좀 과장된 태도를 취하기가 쉽다. 그러나 그것도 극히 짧은 시간 안에 극복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엔카운터 그룹도 앞으로는 반드시 그 태도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단계가 되면 그들의 활동은 단순한 유행의 단계를 끝내고 정착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더 격렬한 비판론도 있다. 아직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 그룹은 참가자들에게 실제 피해를 초래하여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참가자가 일정기간 동안 인위적인 '일시적 친밀성'을 체험한 뒤, 그 체험에 의해 진정한 '인간관계'에 반쯤 눈뜬 상태에서, 혹은 완전히 눈뜬 상태에서 이전의 생활환경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성가신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참가자는 변화하고 있는데 다른 가족은 이전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양자 사이의 이 미묘한 균열은 무시되기 쉽기 때문에 가정의 위기가 발생한다….

그들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이러한 문제는 왜 일어나는가? 그 근본적인 원인은 타인과의 경쟁관계에 있다. 어떤 사람이 엄격한 사회생활에서 빠져나와 엔카운터 그룹에 참가한다. 거기서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타인들과 서로의 몸을 마사지하고 접촉하고 다양한 보디 터치를 시도하고, 또한 허물없는 아이들 장난에 열중한다. 그들은 자신의 가정 환경 속에서 실제의 '친밀한 가족'과 접할 때에 비해, 엔카운터 그룹의 '일시적인 동료'와 함께 행동할 때 훨씬 '친한 것처럼'행동할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성가신 문제는 애초에 일어날 턱이 없다.) 더욱이 자연스러운 귀결로서 본래의 환경으로 돌아가면, 그 사람은 이 체험에서 누렸던 해방감과 환희에 찬 나날들을 또렷이 기억해낼 것이다. 그래서 격렬한 선망의 마음이 일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온통 떨어진 엔카운터 센터에서 왜 인간은 저렇게도 자유분방한 인간관계를 즐길 수 있었을까? 물론 과학에 의해 승인되고 세상의 공인을 받은 엔카운터 센터라는 특별한 환경 속에 있었다는 것이 첫 번째 해답으로 튀어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 답은 참가자 자신의 '현실 생활'에서의 친밀성에는 아무런 도움도, 아무런 안정도 주지 않는다. 부부가 함께 엔카운터 그룹에 참가했다고 하자. 조건은 더 좋을지 몰라도 가정생활에 돌아간 경우에는 역시 상당히 신중한 교제 방식이 요구될 게 틀림없다.

또한 이러한 논의도 있다. 엔카운터 그룹의 가장 나쁜 점은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무의식적인 부분을 모두 자의적으로 조직화된, 그리고 전문화된 목적으로 바꾸어버린다는 것이다. 즉, 본래 인간이 자기의 사회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직관적으로 행해야 할 행동, 생존수단의 하나라고도 해야 할 친밀성이 거기서는 그 자체로 자기 목적화되고 있다는 점이 대단히 위험하다.

이상과 같은 비판은 확실히 이해가 가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기발난 새로운 방법을 머리로만 경멸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간성의 본질과 관련된 점에서, 엔카운터 그룹의 지도자들은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에 비인간적인 색채가 짙어져가고 있다는 위기적 상황을 일찍이 간파하고, 이 상황을 개혁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늬가 새로운 사건이 시작될 때 '추의 흔들림'으로 상징되는 반동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운동이 자신들의 사상실현에 열중한 나머지 '추'의 흔들림을 다소 잘못된 방향으로 밀고 나간 면이 있다 해도, 그것은 눈을 감아줄 만한 오버런닝에 지나지 않는다. 이 운동이 사회의 상식화된 지점까지 보급되었다면, 그것에 대해 별로 찬성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이 운동의 방식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이다. 즉, 현대인은 자신의 육체를 자기의 생존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 아닌가?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육체를 잘 활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지만.) 어쨌거나 그점에 관한 반성의 기회를 얻으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 인식을 얻은 것만으로도 이 운동을 가치가 있고, 목적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정신분석이 이룬 공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정신분석 운동에직접 관련된 사람들의 수는 극히 적었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아이디어-인간의 가장 심층의,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며, 만인이 함께 자기의 내부에 품고 있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오늘날의 사회에서 거의 상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 면으로는 현대의 젊은이들에게서 보여지는 명확하고 직접적인 사람 교제의 방식과 상통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엔카운터 그룹 운동에 의해, 현대인이 보디 터치에 의한 친밀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금기 의식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된다면, 이 운동은 위해하고 가치 있는 사회적 공헌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따라서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을 부여받고, 또한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소집단을 이루어 수렵, 농경을 영위한 원시생활자였던 그들은, 진화의 결과 현대에 이르러서는 거대한 공동사회 속에서 비참하게 찌부러진 존재로서의 자기밖에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는 현대인은 오로지 자기 내무에 틀어박혀 외부에 대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기의 감정을 눌러 죽이는 것이 습성이 된 현대인은 자신과 가장 친한 인간, 애정으로 결합된 인간에 대해서도 껍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는 엄청나게 많은 타인의 무리 속에서 단 혼자 고립돼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타인의 감정적인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인간은 점점 긴장과 스트레스를 높여가고, 종국에는 폭력사태마저 일으킬지 모른다.

그러나 정신적인 위안의 필요로부터 그들은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대체물을 찾는다. 이들 대체물은 그에게 위해를 가져다주지 않는 대신에, 그들의 요구에 잘 반응하는 수단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란 두 사람의 타인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신적 협동작업이므로, 어떠한 대상물도 결국은 불완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친밀성으로 결합된 대상을 전혀 갖지 못한 인간이 있다면 -단 한 사람의 사랑하는 인간도 없다면 -, 그는 절망적인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타인의 공격과 배신에 대해 자기 몸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필사적인 인간에게는 타인에게 터치하는 행위는 타인에 대한 적의의 표현이 되며, 타인으로부터 터치당하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는 식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현대인 일반의 중대한 정신적 질환이다. 현대사회가 초래한 이 사회적 병은 빨리 뭔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위험한 병을 치료하지 않은 채 놔두면 유해식품 속에 포함된 유독화합물과 마찬가지로 악성 요소가 세대에서 세대를 거쳐 차츰 인간의 체내에 축적되고, 그리고 마침내 이것이 인간성을 내부에서부터 야금야금 갉아먹어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줄 날이 올 것이다.

인류를 사회적 파멸의 길로 몰아놓고 있는 최대의 원인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천부적인 순응성에서 발견된다. 인간은 아무리 반자연적인 사회 조건하에서도, 오늘날 이처럼 생활을 유지하고 생존을 성립시킬 만한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좀더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인간은 적응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저 과밀의 도시생활 속에서 싸움에 몰두하고, 애정으로 연결된 인간과 인간의 친밀성에서 날마다 멀어져, 이제 종말적 파멸이 올 날에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빪으로써 친밀성을 향한 환상에 한순간이나마 잠기고, 인류의 장래에 대한 낙관론 철학을 외쳐대는 절망적인 시도에 매달리게 된다. 바보처럼 돈을 써가며 과학센터에 참가하고 아이들 장난에 열중하고 만지는 장난에 즐거워하는 광경을 보고 우리는 경멸의 미소를 보내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어디가 이상하다는 말인가? 이런 태도와는 반대로, 부드러운 사랑은 약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또한 아이들이나 젊은 연인들만의 것도 아니라는 점을 우리가 인식하고, 감정을 해방하고, 때로 저 불가사의한 친밀성에 의지한다면 사태는 훨씬 잘 되어나갈 것이다. [모리스 데스몬드]

*Click here for FREE screensavers/wallpaper *
*Cool Sites To See. It's Free. Click Here. . *

Compare prices from all major Internet bookstores!
Search by:	Search for:
Power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