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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부모는 사랑의 본보기다 옛날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아들이 보는 앞에서 할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깊은 산 속에 갖다 버리고 돌아와 지게를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걸 보고 있던 아들이 하는 말이, 지게를 버리지 말아야 이 다음에 자기가 그 지게로 아버지를 갖다 버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때야 비로소 아버지는 크게 뉘우치고 산에 버린 할아버지를 다시 모셔다가 잘 공양하였다 고 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모방학습(modeling) 혹은 간접학습 이라 한다. 이것은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밴두라(Albert Bandura)가 제창한 유명한 사회학습 이론이다. 대표적인 예로, 텔레비젼에서 폭력장면을 보여 주는 것이 시청자들의 폭력행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가끔 텔레비젼이나 영화의 장면을 흉내낸 범죄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매스컴에서 어떤 범죄행위를 아주 자세히 보도하는 것도 모방범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의 부모가 보여 주는 본보기이다. 그들이 우리를 사랑했던 방식대로 우리도 다 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며, 우리가 사랑을 받은 대로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에, 내가 봉직하는 대학에 교수로 계시다가 작고하신 분이 미국 유학시절에 한국에 있는 부인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을 읽어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 편지 속에서 그 교수는 부인을 나의 아가 라고 부르며, 마치 엄마가 아가에게 하듯이 자상하고 사랑스 런 말들을 아름답게 엮었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사랑할 때 바로 이렇게 되는 것이다. 서로 애무하고 키스하고 때로는 어린애 같은 응석어린 말투로 자기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꼭 부모가 어린 자녀하고 사랑 을 주고받을 때와도 같다. 어렸을 때 경험했던 다정한 말들과 사랑스런 접촉들은 우리가 어 른이 되어 사랑을 주고받을 때 우리의 감정표현의 방법이 된다. 어렸을 때 이와 같은 경험 을 해보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은 커서 사랑을 하게 되었을 때 사랑을 표현하는 행동을 주고 받는 것이 매우 어색하거나, 때로는 아주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손을 잡는 것도, 잡히는 것 도 힘들 뿐만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거나, 껴안고 키스 같은 것을 한다는 것이 맑은 정신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여 알코올의 힘을 빌리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잠깐 미국에서의 상담사례 하나를 들어 보기로 하자. 무슨일이건 반항행동을 보이는 십대 아들의 문제로 가족들이 상담실을 찾아왔다. 상담자는 냉담해진 아들과 아버지 사 이에 어떤 의사소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수주일간 노력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 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아들과 한참 언쟁을 벌이던 아버지가 벌떡 일어서더니 충동적으 로 아들을 껴안았다. 아들도 아버지를 똑같이 껴안으면서 둘이 함께 울리 시작했다. 내 기 억으로는 아빠가 나를 이렇게 껴안아 주는 것이 처음이에요 라고 아들이 말했다. 나는 언 제나 그러고 싶었어. 정말이야. 나는 널 껴안아 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두려웠던거야. 나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비교적 애정표현을 풍부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한다는 미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으니, 감정표현의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동방예 의지국인 우리의 경우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가정에서 애정학습의 표본이 되는 또 하나의 경우는 부모간의 애정표현방식이다. 평소 아 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가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애정관계 의 기본모형이 된다. 특히 아동기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여 학습하는 성향이 가장 활 발한 시기이므로, 아이들은 부모들이 하는 애정행동을 본받아 자기들도 그렇게 따라 하게 되는 것이다. 모방학습은 표본이 되는 사람을 좋아할 때 가장 잘 일어나게 되지만, 때로는 싫어할 때도 모방학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부부간에 혹은 부모와 자녀간에 껴안는다거나 키스한다거나 하는 애정표현을 자유롭게 그 리고 풍부하게 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커서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많고 그 같은 행동에 익숙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은 아무리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 해도 쉽게 잘 되지 않는다. 만일 자유롭게 애정을 표현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이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애정 표현방법의 차이로 인한 애정유무의 시 비가 있을 수 있고, 서로 상대방의 애정 표현에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사랑은 서로 확인이 필요하다. 동양에서 말하는 이심전심 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우리는 부 부간이든 친구간이든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를 가끔은 확인하고 싶어진다. 뿐만 아니라 또한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보여 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은 있는데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또는 그와 같은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서 하고 싶어도 표현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익숙함과 표현방법을 체험하고 배우는 곳이 일 차적으로는 가정이며, 다음으로는 사회적 환경이나 정보매개체 등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애 정 깊은 부모의 역할은 여기서도 또 한번 강조된다. [김중술] *Click here for FREE screensavers/wallpap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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