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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성과 사랑의 관계 함께 얘기하며 의논해야 남녀의 성인식차이 극복이 우선 몇 달전 일요신문의 한 면을 차지하며 '스물 아홉 송이의 장미'라고 이름 붙여진 사건의 전모가 실린 적이 있었다. 1년전 이미 충격을 주었던 우리학교 모과 여학생의 자살, 그 자살사건을 둘러싸고 벌인 가족과 애인의 고소, 맞고소 공판이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낙태를 세 번이나 할 정도의 관계로 과 커풀로서 인정 받아오던 그들은 남자 쪽이 집안의 압력에 굴복, 딴 여자와의 결혼을 선고함으로써 파국에 이른다. 거기다 그 사이 새 애인까지 만드는 남자의 위선적인 모습에 여자는 동반자살을 결심하게 되나 결국 남자는 이를 방관만 하고 동참하지 않는다. 근래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게 보수성을 띠어왔던 성에 대한 인식은 60년대 중반 이후 노골적으로 개방화되어 가는 추세다. 우리 사회에서도 더 이상 쉬쉬할 문제로 남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현상에 대한 기준이나 가치관 없이 시대의 무분별한 흐름에 편승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경험으로 깨달아질 때까지 성은 실험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녀가 성에 대해 인식하는 정도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여성은 성, 사랑, 결혼을 하나로 생각하며 성관계에서 친밀함의 증진이 성적쾌감보다 우선 순위이다. 이에 비해 남성은 '남자라면 적당히 바람 피울 줄도 알아야'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함께 즐겼는데 책임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라고 한다. 앞서 들었던 '스물 아홉 송이의 장미'의 경우에도 남녀가 성과 사랑의 관계를 달리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과 결혼할 거라는 믿음 하나로 임한 여자와 부채의식을 거부하는 남자. 이러한 남녀 감정의 비대칭성에 상처 입기 쉬운 건 여성 쪽이다. 배신당했다는 분노의 감정에 자신의 판단 오류에서 오는 질책감이 합쳐져 농락 당했다는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저나 제 친구들은 이른바 몸버린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지 않아요. 성관계는 사랑하는 사이면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자연대 김아무개(92학번)양의 말이다. 그러나 같은 학번인 인문대 이아무개 양은 "성급한 육체관계는 죄의식을 자극하여 자신을 부정하며 살아가게 한다. 책임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닐 때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말한다. 전자의 경우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요즘의 성문화를 어디까지나 미경험자의 처지에서 인정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반면 후자의 경우 여성에게 성은 사랑과 결부되며 일반적으로 여성이 취하는 '장래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종래의 순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더 위해 준다고 생각하면 손해본다는 느낌 때문에 순정파가 될 수 없다"고 토로한 가정대 한 여학생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실리를 먼저 생각하는 가장 신세대적인 발상으로 들린다. 그러나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인 성접촉의 관계를 화제가 되는 성추행사건이나 좋지 못하게 끝난 연애 사례들에 집착해 거부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무조건 지저분하게 생각할 게 아니더라구요. 사람의 생각과 몸이 분리될 수 없듯이 정신적 사랑은 육체적 사랑과 어울려야 완전해질 수 있죠. '자기를 상대방에게 주고 상대방을 받아들인다'는 한 목사님의 해석은 아주 소중하게 성을 생각하게 한다"며 자라못된 성의 관점을 벗어나야겠다고 사회대 이 아무개군은 말한다. 입학하고 난 후 약 1년간 사귀어 온 인문대 한 여학생은 남녀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다. 손을 잡는다거나 하는 행동을 거리낌없이 하려는 반면 자기는 주위를 너무 많이 의식하게 되고 꺼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느끼고 '돌려 보는 일기장'이라는 성 교양서를 함께 보며 성에 대한 생각들을 교환하려 한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인격적 관계속에서 육체적·정신적 쾌락을 동시에 추구하기에 두사람과의 관계라도 주위사람과 의논해가는 자세는 두사람의 합의와 의논이라는 점과 아울러 이루어짐이 바람직하다. <최성희, 기자> [부대신문 93-0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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