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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성공적인 사랑을 위하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누구를 사랑하는 것이며, 둘째 당신을 사랑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고, 셋째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네 번째로 중요한 것을 든다면, 서로가(상대방) 진실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면 우리가 사랑을 나타내기 위하여 하는 일이나 말하는 것의 대부분이 허사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결혼상담전문가인 칼프레드 브로데릭(Carlfred Broderick)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결혼 초기에 한번은 그기 감기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는데, 그의 신부가 잘 보살펴 주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브로데릭은 그가 어렸을 때 아프면 언제나 어머니가 해주셨던 것처럼 그의 신부도 큰 유리잔에 오렌지 주스를 듬뿍 따라 갖다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브로데릭의 아내는 온갖 정성을 다해 그를 간호해 주면서도 오렌지 주스만은 갖다 주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브로데릭은 자기딴엔 재치를 다해 말한다면서 "여보, 나는 우리집에 오랜지 주스가 없는 줄을 몰랐구료."라고 말했다. 눈치를 챈 그의 아내는 조그만 잔에 주스를 따라 한 잔 갖다 주었다. 그것을 다 마시고 난 후 여러 시간이 지나도 신부가 더 갖다주지 않자, 브로데릭은 한 번 더 달라고 청했다. 이번에도 즈그만 잔에 한 잔 갖다 주는 것이었다. 똑같은 일이 이틀 동안이나 더 반복되지 참다 못한 그의 아내가 짜증 섞인 어투로 말했다. "도대체 당신하고 오렌지 주스는 무슨 관계가 있나요? 내가 아무리 갖다 드려도 당신은 만족할 줄 모르니!" 어디가 아프든, 마시는 오렌지 주스의 양과 병이 낫는 것과 정비례한다고 믿으면서 자라온 브로데릭으로서는, 그의 회복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은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하도 기분이 상해서 기운이 없지만 않았더라면 집을 나가 버렸을 것이다."라고 그는 나중에 회고했다. 훗날, 그가 이 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을 때, 그는 끝없이 주어지는 오렌지 주스와 사람받는 것과를 동일시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아내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주스는 주스고 사랑이란 환자로 하여금 의사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게 보살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기가 과거에 사랑받았던 방식대로 자기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각자가 사랑받았던 방식이 때로는 다소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사랑이라고 느끼는 행동(혹은 방식)이 무엇인지를 미처 알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것을 알려 달라고 하면, 상대방은 "엎드려 절받기"라고 말하며 혼자 알아서 하기를 바란다. 그것을 잘못 알아내거나 하면,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엉뚱한 해석(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중략]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특징점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가 많지는 않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들은 한 가지 요소를 강조한다. 즉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뒤에 있는 정서적 동기를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지성의 목소리는 작아도 사람들은 그것을 경청한다."고 프로이드(Freud)는 말했다. 사랑이란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감성적 혹은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이지적 인식이다. 이 점이 아마 열정과 사랑의 차이일는지도 모른다. "나의 상대와 나는 사랑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여, 사랑의 기본 요소는 감정이입적(感情移入的, empathetic)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이입은 공감(共感, sympathy)과 그 수준에서 다르다. 우리가 공감한다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느끼고 있는 정서를 비교적 정확하게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감정이입한다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느끼고 있는 정서와 동시에 그와 같은 정서적 반응을 하게 된 이유까지를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공감은 감정과 동일하지만, 감정이입은 감정의 인지적 인식이다. 감정이입은 정서적통합(emotional integration)과 같은 차원인 것이다. [중략] 사람에 따라 그가 선호하는 사랑의 양식이 있는데, 그 차이를 알지 못할 때 감정이입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비록 당신은 그와 같은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고 다른 사람이 선호하는 사랑의 양식을 이해하는 것, 당신은 사랑을 전혀 다르게 표현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나타내는 사랑의 행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이런 것들이 성공적인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재주이다. 그러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인 사람, 타인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감정이입적 차원의 성숙된 사랑을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정서적 성숙이란 자신의 감정을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상에는 이렇게 성숙된 사람들만 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숙된 사람들이 하는 방법이 사랑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이제부터 그런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각자가 선호하는 사랑의 양식을 서로 알아야 보다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가능한 정확하게 자신이 선호하는 사랑의 양식과 상대방이 선호하는 사랑의 양식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중략] 사랑이란 매우 주관적인 체험이기 때문에, 그 종류를 분류하는 이름만으로는 서로의 사랑이 갖고 있는 특징점을 충분히 알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소금을 염화나트륨이라고 규정한다 해서 그 맛을 우리가 자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의미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어떤 말, 어떤 행위, 혹은 어떤 태도가 각자로 하여금 진실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지를 서로 솔직하게 알리고 확인 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를 분명하게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란 더욱 어렵다. 사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들은 남자나 여자나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인지를 말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잘 못한다. 사람들은 다만 그런 것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신이 진저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당연히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랑하게 되었다 해서, 그 사람이 자동적으로 유능한 독심가(讀心家)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속을 짐작으로 알아맞히는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각자는 자기가 바도 싶은 종류의 반응을 상대편에 보여 주게 된다. 이것들은 결국 표적을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되는 것이다. [중략]
자기가 상대방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려주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그 이유조차 우리는 충분히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 한 가지 이유로는 많은 사람들이 남자든 여자든 주제를 가지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너무 쑥스럽다. 그것이 쑥스러운 까닭은 우선 자기의 감정에 관하여 말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기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 같고,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흉보거나 비난하더라도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대방 앞에서 자기의 마음을 알몸으로 내보이는 것과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자기의 감정이라는 것도 그 감정의 모습을 알몸으로 내놓고 보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유치하게 보인다. 사랑할 때 받고 싶은 말이나 행동은, 앞에서 본 감기 환자의 오렌지 주스처럼, 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가 해주던 말이나 행동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것이 본인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발견할 수 없는 때가 많다. 그같은 유아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우리는 자신의 약점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반대이다. 자기의 상대와 그렇게 솔직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약점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반대이다. 자기의 상대와 그렇게 솔직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약점이 아니라 상호신뢰의 징표인 것이다. 사라아을 하면 아무리 우람한 남자도, 아무리 콧대 높은 여자도 한때는 어린애처럼 행동하고, 그렇게 사랑받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사랑받고 싶은지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두 사람이 사랑이 깊고 관계가 튼튼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자기가 어떻게 사랑받고 싶은지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또 한 가지로, 우리는 많은 경우에 자기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규정짓는 행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때가 많다. 그것을 확실하게 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물음을 자신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사랑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고, 그 기대들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알고 있는가? 우리들은 누구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랑을 할 때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등에 관한 일련의 당위성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생각들은 우리가 읽은 책, 우리가 본 영화, 여렸을 때 우리가 자란 양육방식, 우리의 부모들이 서로간에 주고 받았던 행동, 우리가 가졌던 낭만적인 꿈,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 우리의 가치관 등, 각자가 겪은 여러 경혐들에 의하여 생겨진 산물이다. 이같은 생각들을 무비판적으로 내것으로 받아들였을 때, 그것들은 사랑하는 사이의 행동에 대하여 자기도 모르게 어떤 고정관념 같은, 그러나 때로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하여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원하는 아무리 작은 소원이라도 다 들어 주어야 한다."거나, "아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원하는 때면 언제든지 성관계를 가져 주어야 한다."거나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면 어디든지 나를 혼자 가게 해서는 안된다." 등의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궁합이 아무리 잘 맞는다 해도, 어느 한 쪽이 이와 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비현실적이고, 너무 경직되고, 혹은 너무 자기 중심적이거나 과대망상적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간의 기대를 절제할 줄 아는 것이 사랑을 키우는 중요한 한 방법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나의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상대편이 무슨 말을 하거나 무슨 일을 하여도 도저히 나로 하여금 진정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못갖게 하는 것은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한 가지 기대가 만족되면 또 한 가지를 가짐으로써 언제나 정서적 만족감이나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대편이 보여 주는 사랑의 표현에 대하여 언제나 불만스럽다. 오랫동안 바라던 선물을 받았으나 카드에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대편이 행동해 주었으나 그 시기가 적절치 못했으며, 자신이 요구하는 기대가 분명치 않거나 항상 그것을 올려 잡는다. "아내를 위해 아무리 하느라고 해도 언제나 부족하다. 나는 마치 이길 수 없는 높이 뛰기에 출전한 선수 같다. 내가 한 단계 뛰어 넘어 거기에 대한 어떤 인정이라도 기대할까 하면, 아내는 가로대를 또 한 단계 높여 놓는다."라고 어느 지친 남편이 하소연했다. 나는 사랑에 대한 나의 기대가 만족되고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나 자신이 그것들을 충분히(혹은 분명히) 알고 있는가? 자신의 사랑에 대한 기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자신으로 하여금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게 하는가,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어떤 때인가를 아는 것이다. 그것을 통하여 자신이 기대했으나 받지 못한 사랑의 징표가 무엇이었는지, 혹은 자신이 예측하지 못했거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반응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정확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일찍이 에릭슨(Erik Erikson)이 말한 바와 같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에릭슨은 이것을 '부정적 자아정체(negative identity)'라고 이름 붙였는데, 즉 자기의 지금까지 하던 역학을 거부함으로써, 혹은 부모와의 동일시를 거부함으로써 얻어지는 자아정체를 의미한다. 단지 반항을 위한 반항으로 가문의 전통을 거역하는 십대 청소년이라든가, '자기를 발견하기 위하여' 학교를 그만두는 대학생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부정적 자아정체의 대표적인 실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거역행위들은, 비록 아직 그것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인생에서 자신의 독특한 모습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가 누구이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나는 누구나 아니며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임을 밝힘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에릭슨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아는 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는 하나의 필요한 발달단계인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기들끼리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기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혹은 확인하는 것이라 하겠다. 사랑이란 두 사람의 감정을 함께 나누는 일이다. 감정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의사소통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자기의 마음을 상대편에게 열어 보여 주어야 한다. 열어 보이지도 않고 상대방에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맞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일이다. 따라서 상호간의 자기개방은 보다 중요성을 모르고 있든가, 아니면 그것이 가져올는지도 모르는 정서적 상처를 너무 두려워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간에 의사소통의 파장이 동일하다면 더없이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서로가 상대편을 이해하려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는 표현법 중에서 가장 부정확하고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이중표현(二重表現, double-bind message)'이라는 것이 있다. 남편이 아내더러 성생활에서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아내는 적극적으로 앞서가면 남편은 여자가 점잖치 못하다고 화를 낸다. 아내는 화가 나서 그럴 바엔 아무 노력도 안 하기로 작정하고 포기한다. 결국 부부 모두가 불만스럽고 불행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각자가 서로의 사랑양식을 존중해야 보다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혹은 상반되는 사랑의 양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어느 한쪽만이 전직으로 옳거나 진실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우리는 앞에서 상대편이 선호하는 사랑의 양식을 가급적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그리고 자기의 양식을 상대방에게 잘 알리는 것이 우선 행복한 사랑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선남선녀들이 '올바른' 사랑에 관하여 독선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랑의 종류에서 논리적인 사랑을 선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유희적 사랑은 결코 사랑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쉽다. 그러나 사랑에는 오직 한 가지만의 정도(正道)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양식만이 유일한 올바른 사랑이라고 생가가하게 되면, 다른 양식의 사랑들은 결코 참된 사랑이 아니라는 결론에 쉽게 빠지게 된다. 이것은 매우 자기패배적인 태도이다. 부부 상담을 하는 심리학자들은 사랑의 정의에 대하여 각자의 다양한 이론을 수 없이 목격하게 된다. [중략]
내가 먼저 변화해야 보다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네 번째 방법은 지금까지 자기가 해오고 있던 사랑의 표현방법을 상대편의 사랑양식과 어울리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변화시키려는 의지이다. "남편이 조금만 더 다정했으면" 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하는 아내가 한숨짓는가 하면, "때로 내가 혼자 있고 싶어지는 것이 아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님을 아내가 이해하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 소유적 사랑을 하는 아내를 둔, 가장 좋은 친구 같은 사랑을 하는 남편의 하소연이다. 사실 사람이 달라질 수 있는 능력은 대단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상대방의 소원이나 기중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직장의 상사나, 학교의 선생이나, 좋아하는 친구와 그렇게 하고 있으며, 때로는 환경에 맞추어 자신을 크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변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또한 대단히 강하게 잠재하고 있어서, 특히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 그것이 드러날 때가 많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변화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가며 변화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렇게 변화를 싫어하는 태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나는 이렇게 생겨 먹은 사람이니까 이대로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그만두라."고 고집부리는 경우도 있고, "당신이 진정으로 나를 좋아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것이라."며, 상대방의 죄의식을 건드리기도 한다. "나는 구제불능이야, 나는 도저히 달라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방어적인 태세로 자포자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사람들의 말이 진실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자기가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것보다는 더 쉽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조금만 변화를 보이면 상대편이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을 더 잘 느끼게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안 하려고 그렇게 고집 부리는가? 그 이유에는 대개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있다. 첫째로 두 사람간의 관계에서 자기가 지배적인 역할을 하려고 할 경우, 만일 상대편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킨다 함은 힘이나 지배성의 상실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중에는 서로 만족스러운 애정관계를 원하는 마음보다 상대방을 우세한 위치에서 압도하려는 욕구가 더 강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서로 화해한다 함은 자기의 양식과는 다른 상대편의 사랑행동도 타당하고 적절함을 인정하는 것이 되므로, 그런 의미에서 화해는 자기가 지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서로 조화롭게 사는 것보다 이기고 지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둘째로 변화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다소 귀찮은 일이어서, 어떤 사람들은 너무 게으른 나머지 그것을 해낼 수가 없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인 만큼,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새로운 행동을 생각해 보고, 자신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하는데, 거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에너지와 의지력이 필요하다. 옛날 방식이 더 좋은 것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옛날처럼 하는 것이 지금은 더 쉽다. 그것을 우리는 타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셋째로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변화를 보였을 때 나타나게 될 결과가 너무 두려워서, 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새로운, 종전과는 다른 시도를 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매우 위험한, 적어도 정서적으로는 너무 불안한, 하나의 도전일 수 있다. 변화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불안을 스릴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왜 괜히 잠자는 사자의 콧수염을 건드리는 행위를 하려고 하는가? 라는 것이 이 사람들의 생각이다. 넷째로 어떤 사람들은 너무 자기중심적이어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상대편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변화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즉 변화한다는 것은 자기가 여태까지 하여온 방식이 잘못되었고, 비효율적이며, 과오가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흔히 이같은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거부는 수동적인 성질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대편더러 어떻게 변화하라고 딱 부러지게 요청하지도 않고, 자기도 변화의 필요성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만일 상대편이 불만을 느낀다면 그것은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그 사람이 스스로 알아서 고쳐야 한다는 것이 이 사람들의 태도이다. 자신의 행동을 필요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그 사람의 정서적 성숙도와 정비례한다. 그 성격적 유연성 자체가 성숙도의 한 구성요소인 것이다. 사랑하는 행동양식에서의 변화란 자기의 사랑하는 반식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택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같은 행동은 설사 우리가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변화란 앞에서 언급한 유연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상대편에서는 사랑의 표시하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반응함으로써, 상대방을 즐겁게 하거나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노력은 두 사람간의 신뢰와 존경에 어느 정도 근거한다고 볼 수 있고,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증진시키려는 순수한 의지가 있을 때 그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의사전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서부터 이루어진 사랑을 잘 키워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라 해도 잘못된 말은 아니다. 물론 마음이 중요하다. 하지만 마음은 있어도 그것이 상대방에 충분히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행복한 사랑을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의사소통의 방법이 서툴러 사랑하는 마음을 성공적으로 전하지 못하거나 마음에도 없는 오해를 상대방에게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특히 상대방에 행동의 변화를 원할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 방법이 더욱 중요하다. 상대방의 변화를 요청하는 구체적인 의사표현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고 싶은 말은 가능한 간략하게 표현할 것 오직 요점만을 말하는데, 가능하면 잘 선택된 다나어들을 구사하여 두 개의 문장으로 압축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말을 절약함으로써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이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상할 수 있는 말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적할 것 "당신은 너무 정돈할 줄 모른다."고 말하는 대신에, "당신이 벗어 놓은 양말을 세탁기에 넣고, 읽고 난 신문은 신문철에 꽂아 놓았으면 좋겠군요."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에 모욕을 주거나, 비난하거나, 화를 터뜨리지 말 것.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해결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의 태도가 필요하다. 원인을 밝히되 해결 방안을 찾는 맥락에서 밝혀야 하며, 책임을 추궁하고 상대편을 비난하거나 힐책하는 일에 역점을 두어서는 안된다.
*'게으름뱅이'라거나, '이기주의자'라거나, '경솔한 사람'과 같은 표현을 쓰지 말 것 이와 같은 표현들은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로서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함으로써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것은 말하는 사람의 화풀이 효과밖에 없고, 상대로부터 반격을 유도할 뿐이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거나 '언제난 그렇다'와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쓰지 말 것 이와 같은 표현들은 대개의 경우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로부터 반격을 당할 수 있다. '한번도' 주어진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문제되는 일을 '언제나'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심리분석을 함부로 하지 말 것 상대방의 동기(혹은 이유)에 대한 추측은 대개의 경우 틀리기 쉬우며, 오히려 상대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상대방이 확가 나있는 것 같으면, "당신이 나한테 화가 나 있는 것 같은 기분이드네요."라고 말하는 것이 좋으며, 나를 골탕먹이려 한다거나 보복하려 한다는 등의 비난을 퍼붓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괜해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심리분석을 함부로 상대방에게 적용하여, 마치 상대편의 속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만 크고, 사실과 추측을 혼동하게 될 뿐이다.
*자기말만 하려 하지 말고 상대편의 말을 경청할 줄도 알 것 그리하여 상대편의 주장과 일치하는 점이나 서로 이해가 가능한 점을 찾아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대편이 불평하는 요점이 분명치 않으면 물어서 확인하는 것이 좋으며, 오해가 있으면 이해시키고,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면 주저없이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옳다. <김중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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