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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 이상적인 夫婦像 : 평등부부 '전문직 맞일부부의 바람직한 가사분담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7일 제1회 부산시 평등부부상 가운데 가사분담 부문을 수상한 부산대 해양과학과 이유대교수(61)와 간호학과 신재신교수(59) 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는 이런 물음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듯하다. 이들에겐 가사분담이라는 단어자체가 거추장스럽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아침마다 직접 커피를 끓여 아내를 대접(?)하는 남편과 "사랑한다"는 말을 아직도 자주 하는 아내. 누구라고 가릴 것 없이 먼저 퇴근하면 아흔살이 된 노부모 밥상을 먼저 차리는 이들 부부는 그래서인지 부드러운 얼굴에 서글서글한 눈매마저 닮아보인다. 33년을 같이 살아서 그럴까. 이제는 서로 눈빛만 보아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알고있다. "남편은 결혼할 당시부터 다른 경상도 남자보다는 자상한 편이었지요. 지난 71년 부산의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남편이 있던 부산으로 왔습니다. 당시 동래구 칠산동에 살았는데 그때는 연탄불을 땠지요. 남편은 언제나 연탄불을 갈아줬습니다." 신교수는 수돗물도 없이 살던 그때 남의 눈을 피해가며 물을 길어다 주던 남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뿐이 아니었다. "저보다 1년 먼저 부산대교수에 임용된 남편은 제가 자료를 찾거나 강의를 준비하는데 있어 함께 밤을 새워가며 하나 하나 상세히 가르쳐주곤 했지요. 그런 남편의 사랑이 없었더라면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기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신교수의 남편 자랑이다.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아내 사랑하기가 쉬우며 평등해지기가 쉽습니까. 70년대 초만 하더라도 남들이 보는데 아내를 위해 한 두가지 자그만 일을 하기도 눈치가 보였던게 사실이죠. 그래서 밤이 돼서야 우물물을 길러가곤 했지요." 사실 이교수가 아내를 위해 자신의 표현대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마다않고 한것은 무엇보다도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외국유학 시절 두딸을 홀로 키우며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해 공부를 중단하고 귀국하려 했을 때도 어떤 일이 있어도 공부를 계속하라고 충고하던 30년 전이나 환갑이 다된 나이에도 아흔의 시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지금이나 아내는 한결 같습니다." 이교수는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이들 부부의 가사분담 실천은 어찌보면 어렵거나 특이한 것은 아니다. 새벽 조깅에 나서는 이교수는 집안에 있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가 치운다. 아내가 먼저 출근을 하면 미처 치우지 못한 부모님의 아침상을 치우고 간단한 설거지까지 하고난 후 집을 나선다. 먼저 퇴근하면 당연히 부모님의 밥상을 차린다. "사실 요즘의 신세대 부부들은 '이건 내일, 저건 당신일'하며 서로의 일을 정해놓지요. 그러나 가사노동 분담이란 획일적인 일 나누기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면 해야할 일이 어떤지 금방 알게되지요." 이들 부부는 그래서 가사일을 분담해두지 않는다. 해야할 일을 너무나 서로 잘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이교수 부부에게 매주 토요일 오후는 함께 쇼핑하는 날로 정해져 있다. 6척의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이교수에 비해 아내 신교수는 아담한 작은 키다. "사실 쇼핑은 생각보다 힘이드는 일입니다. 수박한덩이를 샀다면 연약한 여자가 그걸 들고 오기가 쉽겠습니까. 차라리 키가 크고 힘이 센 제가 들고 오는게 속이 편하지요. 부부는 그렇게 상대방의 불편을 먼저 생각해주는 것이지요." 이런 남편을 신교수 역시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기자와 만나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신교수는 "당신 나 참 사랑하는것 같아요"라는 말을 수차례나 했다. "결혼을 연애시절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신세대들이 많이 있습니다. 잘못된 것이죠. 결혼이란 헝클어진 실타래를 푸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교수의 결혼관은 제자들의 주례를 서며 그대로 전수되고 있다. 결혼생활 33년 동안을 한결같이 인내하며 사랑으로 살아온 두사람은 모든 일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된다. 각각 장로와 권사로 봉사하고 있는 남부산교회 새벽기도에도 두사람은 언제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다. 차를 타고 내릴 때도 이교수는 아내를 위해 차문을 열고 닫아준다. 이런 이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던 같은 교회 집사가 동사무소와 구청에 평등상 부부로 추천한 것이 수상계기가 됐다. "처음 평등상 추천과정이나 수상자로 결정되고 나서도 수차례 거절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수상을 받아들인 것은 사랑하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의표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신교수. 30년 이상을 같이 살아왔으면서도 아직까지 서로에게 꼭꼭 존대어를 사용하는 부부의 밝은 얼굴이 푸근하면서도 넉넉해 보인다. 대학강사인 큰딸 경희씨(31)나 의사인 둘째딸 시내씨(30)는 부모를 닮아 다정한 부부로 살고 있고 박사과정을 위해 유학중인 아들 태훈씨(27)도 집안일을 돕는데 앞장서 장래 아내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라며 흐뭇해 하는 부부. "하나님이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든 것은 곁에두고 서로 내몸처럼 사랑하라는 의미였다"는 이들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정말로 행복한사람들이다. <박명도, 기자 > [국제 97-07-14] 평등부부십계명
평등부부의 날 선포식에서 발표된 평등부부선언문 (평등부부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 결혼은 부부 공동체를 이루는 것임을 명심하고 자유와 평등의 이념에 기초하며 공동체의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루도록 한다. △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어느 한쪽의 독단으로 이뤄지지 않고 이견이 발생할때는 민주적인 접근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 재산형성 과정에서 부부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합심해서 노력하며 양측이 같은 비중으로 재산을 소유하도록 서로 배려한다. △ 가사노동을 각자의 적성과 직업에 따라 나누어서 하도록 한다. △ 자녀교육에 함께 참여하여 평등한 시민으로 키우도록 노력한다. △ 부부가 각자의 자아를 존중해 주고 배우자의 자아실천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도록 한다. △ 독립적인 의식을 가지고 자기의 삶을 영위해 나가되 부부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서로의 취미활동을 공유한다. △ 가정의 행복과 안녕만이 아니라 평등하고 민주적인 복지사회를 위하여 관심을 가지고 봉사하도록 한다. △ 부부간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소할수 있는 적절한 의사소통의 경로와 방법을 가져서 해결의 길을 찾도록 노력한다. △ 양가의 부모와 친인척에 대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각자 배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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