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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 여자가 당당하게 사는 법 <살아보고 결혼합시다> 저자 이정숙 20년간 KBS 아나운서로 재직하다 42살에 미국유학길에 오른 이정숙씨. 최근 유학생활 3년 동안 지켜본 미국 여성들의 삶을 담은 <살아보고 결혼합시다>라는 책을 냈다. 급증하는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살아보고 결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가 제시하는 여성이 당당하게 사는 법. 75년부터 20년 동안 KBS아나운서로 재직하다 94년 42살이라는 나이에 ‘여자는 40대에 날개옷을 입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최근 유학시절 3년 동안 지켜본 미국여성들의 사랑과 결혼을 통해 현대 여성의 새로운 가치관을 얘기한 에세이집 <살아보고 결혼합시다>를 펴낸 이정숙씨(45).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가 맨 처음 받는 질문은 한결같이 “어떻게 마흔이 넘어 유학갈 생각을 했느냐?” 하는 것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종가 맏며느리인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러자 일년에 12번 지내는 제사를 비롯해 아버지와 세 동생 뒷바라지 등 모든 집안일이 맏딸이던 제 차지가 됐구, 덕분에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가 없었죠. 다행히 졸업반 때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친척분께 살림을 맡기고 방송국에 입사는 했지만 늘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어요. 대학교수가 된 여동생과 사법고시에 합 격한 두 남동생도 저에게 늘 미안해하며 늦지 않았으니 공부하고 싶 으면 하라고 권하더군요. 그러니까 언젠가는 공부를 더 하리라고 마음먹고 있었던 셈이죠.” 그는 무엇을 시작하는데 있어 마음이 중요하지 시간적인 나이란 별 의미가 없는 것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28세에 KBS 엔지니어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 낳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씨는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 입사후 2, 3년만 지나면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던 것이 하나의 관례이던 당시 아이를 둘이나 낳고도 계속 다니는 바람에 회사의 눈총을 샀다고 한다. 덕분에 강원도 원주 영월 등 타지 발령으로 그만 나가달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과 떨어져 연년생인 두 아들을 기르면서 꿋꿋하게 버텼다. “시골에서는 겨울에 수도가 얼어 냇가에 나가 기저귀를 빨아 놓고 출근할 때도 많았어요. 당시는 종이 기저귀가 없었거든요. 그러면서도 끝까지 버틴 것은 제가 여권운동가라거나 오기있는 여자여서라기보다는 단지 집안에서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종가에 시집와 평생 집안일만 하던 엄마를 보면서 저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엄마 역시 저희들을 독립적이고 일하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노력하셨어요.” 마흔이 되면서 그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남자 후배들이 상사로 올라와 관계가 불편해진 것과 국제화시대에 낙오되기 싫다는 마음이 공부에 대한 열망을 상기시켰다. 결국 그는 주위의 걱정과 만류를 뿌리치고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주립대 국제전문인 초청과정에서 첫 여성멤버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씨는 또한 그곳에서 국제학 대중스피치 미국사회문제와 연관된 학부 강의도 들었는데, 미국사회문제를 공부하며 80% 이상이 여성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리포트 작성을 위해 미국여성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본격적인 관심이 생겨 직업별 나이별로 다른 여성들을 만나 사랑과 결혼, 생활전반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며 그것을 기록해 나갔다. 미시간주는 주로 백인 중상류층이 사는 보수적인 곳으로 타지 사람에게는 마음을 잘 안 열기 때문에 이정숙씨는 우선 아이들 학부모를 중심으로 만남을 가졌고, 그것을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관련있는 신문잡지 기사 등 자료를 모으면서 나름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것을 에세이화한 것이 이번에 펴낸 <살아 보고 결혼합시다>란 책이다. “직장여성의 육아부담, 가사분담 문제 등 현재 한국여성의 삶이 20년전 그들의 삶과 똑같더군요. 그 런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입지 를 굳힌 그들이기에 우리가 본받을 점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문제가 만만치 않아 무조건 본받자고만 할 수도 없더군요. 예를들면 이혼 미혼모 동 성애 성범죄 같은 것들인데, 우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들이죠. 그래서 미국여성들의 삶과 문제점, 대안책 등을 살펴보는 일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무엇을 배우고 피해야 하는지는 알게 될테니까요.” 현재 미국은 극단적인 여성운동에서 보수회귀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보수란 여자가 복종하며 살던 옛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이혼보다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혼방지책으로 생긴 한가지가 ‘살아보고 결혼하자’는 것이고,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철저히 성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미시간주 오키모스고교에 재학중인 아들과 함께 미국유학 체험기 <보너스점수와 댄스파티>를 펴내기도 했던 이정숙씨는 두 아들만 미국에 남겨둔 채 8월말 귀국, 현재 서강대 언론대학원에 재학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미국여성 사례를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사회교육을 하고 싶고 언젠가는 언어교육원을 설립, 올바른 언어와 대화법 등을 가르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정숙씨가 제안하는 여자가 당당하게 사는 법
●귀여운 여자보다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자가 되자 우리나라 부모들은 지금도 딸은 여자답게 길러야 하며 인형처럼 귀여운 여자가 좋은 남자 만나 팔자좋게 산다고 믿는 것같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딸은 남편에게도 의존하고, 자립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이씨는 주체적이지 못한 삶은 불행해지기 쉽다며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키울 것을 주장한다. 이씨 아들이 어려서 수영을 배울 때 어머니들 사이에 이씨는 계로 불렸다고 한다. 모두 아이들 옷을 갈아입혀 주는데, 이씨만 옷을 스스로 입으라고 하고는 밖에서 기다렸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아들에게도 집안일을 시켰던 이씨는 미국에서도 모든 일을 분담했다고 한다. 여자가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력이 강해야 한다. 딸이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방안에 있는 딸을 남자 아이들과 똑같이 밖에 내다놓고 기를 것을 권한다.
●결혼적령기는 스스로 정한다 전세계 모든 어머니들은 딸들에게 너희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어머니들이 공부를 많이 해 일을 갖고 자립해 살라고 하는 반면, 한국 어머니들은 공부 많이 해 좋은 곳에 시집가 편히 살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소위 말하는 결혼적령기가 되면 주위 성화에 못이겨 선을 보 고 적당하다 싶으면 결혼을 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주위의 성화 때문에 하는 결혼이야말로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한 결혼이 행복할 리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잘 사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행복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자신이 원하는때 한 결혼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슈퍼우먼이 되려고 하지 말자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든 여성들은 남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 슈퍼우먼이 되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무리를 하다 불행해질 수도 있다. 미국 여권 운동가들은 사회가 에너지 넘치는 슈퍼우먼을 여성역할 모델로 내세우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모든 일은 자신의 건강상태와 수행능력 한도 내에서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우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정부의 여성정책에 적극 관여하자 여권이 신장되려면 우선 여성정책이 바로 돼야 하고 그러려면 진정한 여성정책을 펴는 정치인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선거철만 되면 남편이 아내에게 누구를 찍으라고 강요하거나 아내 역시 남편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야말로 우리 여성정책이 제자리 걸음하는 원인이다. 미국여성들은 그들의 힘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라는 국무장관을 배출시켰고 현재 그는 매우 능력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아무리 탁월한 정치적 역량을 가졌다 하더라도 여성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보수적인 미국정계가 그를 받아들였을 리 없다. 이렇듯 미국 여성들의 파워는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도 앉아서 불평만 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올바른 안목을 기르고 그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모아지면 결국 정책에 반영이 될 것이다. 옳은 의견이 있으면 독자투고란이라도 이용해 밝히는 습관을 갖고, 성폭행을 당한 경우라도 숨기기 보다는 사회운동으로 맞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대통령선거가 얼마 안남은 요즘 만약 후보가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퍼스트레이디감을 보고 투표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나이 서른만 돼도‘이 나이에 무슨’하며 시작을 두려워하는데, 이것 역시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한 단면이다. 나이와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고 우선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적당한 것을 찾아 적극적으로 시작해볼 것을 권한다. 이정숙씨는 미국유학을 가서 처음에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무척 고생을 하면서도 일부러 물건을 사러다니고 미국 사람들을 접하면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또 타지사람을 꺼리는 그들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한국음식을 차려놓고 집으로 초대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그 결과 한학기 만에 정규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삶을 담은 책도 낼 수 있게 됐다. 미국 여성 중에는 나이에 관계없이 법대나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 법대생의 45%, 전체 법률가의 25%가 여성이라고 한다. 남성과 동등한 자격으로 일하고 싶다거나 적어도 뒤처지는 여성이 되고 싶지 않다면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개발로 능력을 기르자.
●자기만의 통장을 갖는다 경제적인 독립없이는 정신적으로도 독립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금실좋은 부부라도 아내가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하면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된다. 또한 경제권을 모두 남편에게 넘겨주면 남편이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해도 어쩔 도리가 없으며,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쓸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예전의 미국여성도 마찬가지여서 어머니 세대들은 딸들에게 일을 해서 경제적인 자립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이때 강조한 말이 ‘반드시 너만의 통장을 가져라’다. 미국에서는 부부가 보통 세개의 통장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통장과 공동통장 그러니까 일정금액을 반씩 부담해 공동통장에 넣어두고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각자 관리하는 것이다. 수입 차가 많이 나는 경우는 일정비율을 생활비로 내기도 한다.
●살아보고 결혼한다 여권운동 과정 중 가장 큰 부작용은 이혼과 그로 인한 자녀문제다. 부모의 이혼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본 미국 젊은이들은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해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을 택한다. 즉 약혼 후 3년 정도 동거를 해보고 같이 살아갈 확신이 서면 그때 결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기간에는 아기를 가져선 안된다. 이정숙씨 아들도 “일단 좀 살아보고 결혼해야죠. 전 그렇게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약혼 후 동거는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당연한 통과의례다. 이씨는 한국에 와서 “살아보고 결혼해야 한다”는 말을 했더니 상당히 진보적인 여성들도‘혁명적’이라며 일부의 얘기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데, 미시간주는 미국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곳으로 그곳에서 행해지는 것이면 이미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유희와 편리를 위한 동거까지도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로 실제 대부분의 커플은 결혼을 하고 있다. 혼전동거는 성공적인 결혼을 위한 방법이지 그 자체가 결혼제도의 대안은 아니다. 그리고 결혼은 안하고 동거만 하면서 아이를 낳고 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혼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로 생긴 혼전동거가 우리나라에서 정당화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순결문제다. 이씨는 어느 공석에선가 꽤 유명한 남자인사가 다른 남자에게‘다른 남자와 살아본 여자와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고교생만 돼도 처녀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물론 그게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공평하다. 이제 우리도 순결문제에 있어 남녀가 평등해야 하지 않을까.
●이혼을 하더라도 10년은 살아보고 결정한다 초혼이든 재혼이든 일단 결혼을 하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즉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싫은 소리는 되도록 부드럽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피치못할 이유로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인 이상 최소한 10년은 살아보고 결정할 것을 권한다. 그런가하면 불만이 있을 때 마음에 담 아두지 말고 다 얘기하며 거절할 것은 철저히 거절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만 참으면 편할텐데’ 하는 생각이 결국은 화를 자초하고 이혼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편에게 집안일을 시키고는 서툴게 하면‘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하는데, 그러지 말고 어떻게 하든 그 사람 몫으로 남겨두라고 한다. 더불어 결혼은 환상이 아니라 생활이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라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혼을 하려면 미리 대책을 세워놓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성운동의 혼란기로 여권신장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부작용이 더 먼저 들어온 것같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혼율 증가다. 자아찾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제로 자아찾기도 하고 있지만 그 후의 대책은 전무한 형편이다. 즉 부당한 결혼생활에 맞서 과감하게 이혼을 선택하 지만 생활방편이나 아이문제 등 실제적인 대책이 안서 있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감정적으로 처리하기 전에 모든 것을 차근차근 따져보고 계획을 세운 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물론 갑자기 대책이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결혼 초부터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하려는 자립심을 놓지 않는게 중요하다.
●아이 낳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다 미국의 젊은 여성들은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집안일은 남편들이 도와줄 수 있지만 육아는 엄마가 해야 할 몫이 분명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생의 80% 이상이 융자를 받아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졸업후 그 빚을 갚는 게 큰 부담이고, 또 입양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고 있 어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미국 여성들은 공부를 하거나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젊은 시절에는 피임을 하고, 그러다 자신이 건강하게 임신을 할 수 없게 되면 입양을 해 키우겠다고 생각한다.
●남이 쓰던 립스틱도 사다가 쓴다 현찰보다는 크레디트카드나 개인용수표를 주로 쓰는 미국 여성들은 어디에서건 지출내역을 습관적으로 기록하며, 우리 할머니들처럼 웬만한 물건은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쓰곤 한다. 평생직장개념이 희박하고, 또 이혼으로 여자 혼자 가계를 꾸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일반적으로 우리 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검소하다. 예를 들어 50달러 정도만 해도 한번에 사는 법이 없고, 1백달러 이상 하는 물건은 수십번 검토하고 가게마다 돌며 가격을 비교한 후 구입한다. 드라이클리닝을 하기 위해 세탁소에 가서도 가격부터 따져보고 다른 곳보다 비싸면 그냥 들고 나간다. 또한 비싼 옷보다는 얼마나 싸게 사서 오래 입는가를 자랑하고, 대물림한 낡은 물건을 가장 아낀다. 결혼한다고 새 물건을 장만하는 법도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대청소때나 이사갈 때 안쓰는 물건을 내다놓고 파는 정원세일이 동네마다 열리는데, 미국여성들은 이런 세일에서 낡은 커피분쇄기나 라디오, 이 빠진 컵, 크레용 조각 그리고 간신히 입술에 바를 수 있는 쓰다만 립스틱까지도 사다가 쓴다.
●나이에 관계없이 대학에 간다 제때 등록금을 내고 공부만 따라갈 수 있으면 미국에서는 언제든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그래서 제때 공부할 수 없었던 여성들은 아이들이 어느정도 자란 후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고 대학은 이들의 욕구를 충분히 받아들인다. 이정숙씨가 다닌 미시간주립대학만 해도 60, 70세가 넘는 할머니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미국의 할머니들은 자원봉사로 노후를 보낸다 지금은 많이 변했다지만 우리 부모들은 자식 특히 며느리와 오해를 쌓으면서까지도 한집에서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미국의 노인들은 자립을 매우 중요시해 직업이 없으면 기꺼이 자원 봉사에 나선다. 물론 여기에는 자녀들이 너무 일찍 독립해 서로의 삶을 간섭할 수 없다는 게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들은 자원봉사로 노후를 보내는 것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통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다고 한다. 또 늘 젊고 활기있게 살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미국은 많은 사회봉사 단체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있는데, 할머니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운영이 안될 만큼 참여하는 노인들이 많다.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미를 선호한다 미국에도 역시 남자를 통한 신분상승을 목적으로 지나치게 외모 가꾸기에 열중하는 젊은 여자도 있고, 60세가 넘어 성형수술을 하거나 핫팬츠에 등이 완전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할머니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분수에 맞지 않는 멋은 내려고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꾸민 티를 내 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짙은 화장이나 멋내기보다는 운동으로 건강하고 탄력있는 몸매를 가꾸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틈만 나면 운동을 한다. 그런가하면 아직도 깡마른 여성들이 독차지하는 우리의 매스컴과는 달리 나이에 어울리는 체중의 자연스러운 미인들이 텔레비전이나 광고에 많이 등장한다. 미국의 여성들은 능력과 외모를 모두 가꾸고 싶어하지만 더이상 건강을 해칠 정도의 말라깽이를 미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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