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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외도-결혼 제도의 그림자인가 1. 외도의 개념 '외도'란 무엇인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화상담단체를 시작하면서 예상했던 것은 남편의 구타에 대한 상담이 대부분을 차지하리라는 것이었는데, 막상 상담전화를 받고 보니 남편의 외도에 대한 상담이 그에 버금가게 많았다. (인천 여성의 전화 6개월간의 통계를 보면 전체상담 중 구타상담이 20.37%, 외도 상담이 16.44%를 차지하며 구타와 외도로 인한 이혼상담이 20.60%를 차지한다.) 구타의 경우에 대한 판단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으나 외도에 대한 판단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외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얼마전 '한국판 카사노바'라고 불린 남자가 백 명도 넘는 여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는데, 그에 대해 많은 비난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독신남성이기에 '외도'라든가 '간통'이라는 개념은 등장하지 않았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외도는 결혼과의 관계에서만 성립되는 개념이다. 또한 외도는 결혼한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의 관계를 지칭하기는 하나, 정서적 친밀감 이상의 행동 즉 성교를 포함하는 관계를 가리킨다.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시간을 보내고 친하게 지냈지만--함께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볼지라도--성교는 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 사람이 배우자로부터 "어떤 사이냐"라는 추궁을 받게 될 때, 보통 하는 대답은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또는 "우리는 아무 관계도 아니다" 즉 "외도하지 않았다"이다. 일반적으로 주장되고 또 받아들여지는 그 대답이 전제하는 것은 남녀 사이에 대화가 오가고 친밀한 감정이 오가는 것은 이름을 붙일 만한 사건이 아니지만, 성적 욕망이 오가고 성기가 오가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라는 믿음일 것이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의 의식에는 성교는 남녀를 특별하게 묶어주는 행위라는 관념이 존재해온 것이다.외도가 일반적으로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의 관계를 가리킨다는 또 다른 근거는 배우자가 동성의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직은 "나의 배우자가 외도한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나의 배우자는 변태성욕자이다"라고 표현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정서적으로 친밀하고 성적인 만족도가 높다해도 법적으로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만들 수 없는 동성간의 관계는, 그러한 일이 가능한 이성관계와 동등한 차원에서 비교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라는 뿌리깊은 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2. 결혼의 기존적 의미
그렇다면 외도의 개념을 그렇게 규정하는 결혼 안의 남녀관계는 어떠한 것인지 살펴보자.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비록 그것이 무너져가고 있기는 해도 성교는 결혼과 함께 시작되어야 하며 결혼한 이후의 성교는 배우자와의 것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전통적 성도덕이다. 아직도 강간으로 순결을 잃었다는 자책감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순결'이르는 전통적 관념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간, 성인에게는 당사간에 합의된 그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을 할 자유가 있다는 자유주의의 입장도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입장에서 독신생활을 한 사람이라도, 결혼은 "남녀가 자유의사로 합의한 배우자간의 배타적인 성관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졌건 자유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졌건 결혼 내의 성교에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외의 성교는 한 단계가 낮은 '외도'가 되는 것이다.드물게 지만 결혼 후에도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교를 해도 괜찮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배우자 모르게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게"라는 단서를 붙이는 한은, 행동을 아무리 개방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결혼은 배타적 성교'라는 전통적 관념을 버린 급진주의자라고 분류할 수는 없다. 따라서 결혼의 핵심적 의미는 배타적 성교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이 '배타적 성교'를 뒷받침해온 이념은 무엇인가? 인류의 가족형태가 모계제에서 부계제로 넘어와 가부장제가 형성되면서 가족의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가부장의 정통적 후계자를 낳고 기르는 것이 되었다. 여성만이 자녀를 수태하고 분만할 수 있다는 생물학적 한계 안에서 가부장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확실한 방법은 가부장의 배우자되는 여성이 남편하고만 성교하도록 제한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남편과만 성교를 한 아내는 남편 이외의 남자의 자녀를 낳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타적 성교는 유전자 감식으로 부성을 확인할 수 없는 시대에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그 아이가 재산을 상속받을지도 모른다는 남성들의 최대의 두려움에 대한 최선의 방어였을 것이다. 가부장의 정통적 후계자를 낳는다는 실질적 목적 이외에도 '배타적 성교'를 요구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가부장의 권력행사라는 목적이다. 가부장제 가족의 개념이 가부장과 그 소유물--아내, 자녀, 노예, 가축--이었으니 '배타적 성교'는 아내에 대한 소유권을 한껏 표현한 것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러한 제한을 부자유로 느끼지 않기 쉽지만, 한 여자가 공동체 안의 여러 남자와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을 수 있던 모계제가 끝난지 얼마 안되었던 시기에는 그것이 견디기 어려운 속박이었을 것이다. 모계제에서 부계제로 바뀐 후 많은 시간이 지난 조선시대에 그 사회의 이념이었던 유교가 배타적 성교를 존속시킨 장치는 '정실부인' '조강지처' '현모양처'라는 명예들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었다. 처녀로 살지 않고 결혼을 하여 누구의 부인이 되고, 지아비하고만 성교를 하여 지아비의 소유물임을 증명하고, 지아비의 아이를 낳아 적자를 생산하고 그 적자들을 훌륭하게 양육하는 것이 여성의 미덕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3. 외도의 의미
적자생산을 목적으로 하여 '결혼=배타적 성교'라는 등식은 확고하게 자리잡았으나 가부장제 사회이었기에 '배타적 성교'는 여성에게만 비대칭적으로 강요되었다. 외도가 금지된 사람은 결혼한 여성들뿐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의 성충동은 통제되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되어, 동양의 군자나 서양의 신사나 모두 자기통제를 도덕적 덕목으로 높이 평가하고 자랑하는 집단이면서도 '성충동의 통제'를 단련하지는 않았다. 남성의 성충동의 통제가능성을 믿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그 충동의 대상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기에 자기통제라는 고결한 덕목을 닦을 필요를 안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혼 내의 성교에서 남성이 비난받는 유일한 경우는 외도가 아니라 성교를 회피하여 자녀생산을 할 수 없게 하는 경우일 것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오난은 형이 죽자 관습에 따라 형수와 성교를 하게 되는데 임신이 될까봐 질 밖에서 사정을 한다. 결혼 내의 성교의 특별한 지위 즉 적자를 생산하는 권리와 의무를 회피한 오난은 그 벌로 죽임을 당한다. 가부장의 특권을 존중하지 않은 죄는 죽어 마땅한 것이었다. 일단 적자를 배타적으로 생산시킨--결혼 이외에는 적자를 생산할 수 없으니까--남성은 결혼 내에서는 할 일을 다한 셈이었고, 성적 쾌락까지 배타적으로 결혼에서 얻을 이유는 없었다. 그들에게는 외도의 자유가 있었다. 남성들은 도덕적인 의무에 얽매이지 않는 매춘부나 기생과의 관계에서 성적 쾌락을 얻을 수 있었고, 조선시대의 양반이 그랬듯이 소실을 둘 수 있었다. 소실과의 성교는 체계적으로 서자만을 생산했으므로 아무리 소실을 여럿 둔다해도 적자생산이라는 결혼의 목적을 방해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적자생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부장적 일부일처제는 여성에게는 한 명의 남편과의 배타적 성교라는 제한을, 남성에게는 정실부인 한 명이라는 제한(회교국의 남성이나 아프리카의 남성에게는 하나 이상이지만)과 외도의 자유를 부여한 것이다.
4. 외도의 의미의 변화
우리 나라의 현대사를 돌이켜볼 때, 개화사상과 함께 외도의 개념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전통사회는 영웅호색이라는 말을 만들며 남성이 성적 쾌락을 결혼에 제한시키지 말 것을 권장해왔는데, 근대화와 함께 '축첩제도'가 폐지된 것이다. 즉 사회는 여전히 남성의 성충동을 억제하는 교육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여성도 인간이며 인격체라는 자각과 함께 형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일부일처제'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등장한 것이다. 새로운 요구가 의미하는 것은, '배우자만을 사랑하라'가 아니라 '배우자하고만 성교하라' 즉 '배우자 이외의 다른 여성과 성교하지 말라'였다. 그 요구는 법을 만드는 엘리트 집단에 의해 간통죄라는 형법상의 죄를 만드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한 처마에서 처와 함께 첩을 거느리는 것이 당당한 일이었던 사회에서, 처 이외의 여성과 성교를 했다는 것이 죄가 되는 사회로 법적으로나마 이행된 것이다. 이혼을 요구할 권리가 없던 여성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된 재판이혼제도가 채용된 것은 1921년이었다. 그런데 1928년에 축첩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한 여성에게 재판부는 ".....한국에서는 첩제도를 폐지한 지 얼마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남편의 가적에 있는 사람은 그대로 그 가적에 머무를 수 있도록 용납되고 있는 형편이고, 축첩의 폐풍은 아직도 일반사회에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비교적 이에 대하여 관대한 태도로 임하여 별로 커다란 비행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몇 년 후에 같은 이유로 이혼을 청구한 여성에게 이혼을 허용했는데, 축첩제도가 폐지된 후에 "첩을 맞아서 동서(한 것은)......원고에 대한 중요한 모욕"이며 "그러므로 피고는 성적본능에 빙자하여 그 책임을 모면할 수 없는 것이다"가 그 판결이유였고 때는 1933년이었다. (이영섭, '법적으로 본 한국 현대여성 사십년사', "한국여성문화논총" 1958, 86쪽) 이러한 법적 변화는 외도의 개념을 변화시켰다. 외도에는 그때까지의 함축되어 있던 남성의 특권이라는 의미와 함께 남의 눈--적어도 배우자의 눈--을 피해야 한다는 부자유가 동반되게 된 것이다. 외도는 동시에 결혼한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아니라 죄로 거부해도 되는 일이 되었다. 가부장제 초기에는 가부장 한 사람의 복지만이 가치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는데, 이제는 가부장 한 사람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의 복지가 사회적으로 가치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외도는 결혼한 여성의 복지를 위협하는 행동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가 식민지의 상태에 있을 때 일본에 의해 외도는 결혼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행동으로 규정되었고, 해방 후 1958년 신민법의 공포로 더욱 확고히 규정되었다. 외도에 대한 근대적 정의로도 의도를 근절시키지는 못했지만, 결혼과 외도가 갈등을 일으킬 때 법적인 외도관계에 대해 명백한 우월성을 가질 근거는 마련했다. 외도한 배우자와 배우자의 외도상대를 단죄할 수 있는 근거는 혼인법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외도의 개념을 살펴봐야 할 중요한 이유는, 외도와 관련하여 법보다 상위에 있는 기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혼인법이라는 법적 장치로 이성간의 관계를 규정짓는 것은 인위적인 일이다. 그러나 법과 관습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이성간의 자연적인 끌림이 아무리 강렬하더라고 그것이 인위적인 법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다면 사회적으로는 무가치한 것이 된다. 외도가 결혼한 여성의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외도의 새 개념이 그 힘을 발휘하려면, 사회가 정한 혼인법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사회가 만든 질서가 아니라 '내가 만든 질서'를 가장 존중하는 상태로 가고 있다. 나에게 가장 확실한 것은 욕망이며 감정이다. 다음 순간 완전히 바뀔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것이라고 인식되는 것은 바로 강한 검정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질서를 잡는 중심인물이라고 할 때 내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시 말해 나의 감정에 의해 사물이 판단된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외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십 년동안 외도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특히 결혼한 남자의 외도상대는 누구에게서나 손가락질을 받았고, 나아가 법적인 부인--조강지처라고 불리는--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이미지를 영화를 통해 남겼을 정도로 죄인 취급을 당했다. 그러나 90년대의 상담 사례에서 종종 보여지듯이 외도의 당사자들은 더 이상 모두가 죄인을 자처하지 않는다. (외도가 정의상 남성의 외도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주로 남서의 외도가 발생하기에 그런 예만을 들게 되는 점을 독자들이 주로 남성의 외도가 발생하기에 그런 예만을 들게 되는 점을 독자들이 이해해주기 바란다. 드물지만 외도하는 여성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외도상담의 대부분은 남편의 외도로 인한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외도를 정당화해준다고, 나아가 결혼관계를 해소시킬 권한을 가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혼한 남자는 남자대로 부인에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다"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법적인 부인과 맞닥뜨려진 외도상대여성은 "나는 그를 사랑한다" 또는 "그는 나를 사랑한다"는 감정적 사실을 근거로 대등하게 맞서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더 나이가 "부인을 사랑하지 않는 남편을 자유롭게 놓아주라"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당사자들이 각각 다른 관점에서 외도라는 현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남편과 외도상대여성은 혼인 법보다 사랑이 우선한다는 가치관을 공유하지만, 법적인 부인은 그것과는 상반되는 사랑보다는 혼인법이 우선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공동의 전제를 바탕으로 한 대화나 타협은 어려워지는 것이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 부인은 우선 남편에게 결혼한 자로서의 의무나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환기시키거나 결혼생활에 헌신해온 자신에 대한 책임(전업주부인 경우 이혼을 하면 직업을 갖기도 어렵고 재혼을 하기도 어려우니 외도를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의)을 지라고 요구한다. 그러한 설득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외도가 계속되거나 아예 남편이 협의이혼을 요구해오면(외도로 가정을 파탄시킨 남편에게는 이혼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 부인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것이 간통죄 고소이다. 간통죄가 인정되면 범법자로 10개월 정도의 실형을 살게 되므로, 혼인법이 사랑보다 우선한다는 자신의 가치관을 물리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위자료나 자녀양육권 등에 대한 타협을 한 후 취하하는 확률이 높은 간통죄 고소이지만, 간통죄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실형을 선고하기에 외도가 죄라는 관념을 지지해주는 마지막 버팀목인 셈이다. 친정식구도 참으라고 하고 시댁식구도 참으라고 할 때 외도한 남편을 벌주어도 된다고 말하는 존재가 법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간통죄 폐지가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오고 있다. 간통은 개인의 사생활의 문제이니 법이 끼여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끼여들더라도 처벌을 실형이 아닌 벌금형으로 바꾸자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인 듯하다. 그러나 혼인을 하면 개인이 아니라 두 사람이 모인 최소의 사회가 형성되니, 혼인생활을 개인의 사생활이라고만 정의하는 것은 잘못된 정의인 듯하다. 외도를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남편의 외도는 아내의 노력부족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 열린 보사부 주최의 윤락행위등방지법에 관한 공청회에서 남성들이 결혼하고도 창녀를 찾아가는 이유는 주부들이 성기교가 부족하기 때문이니 주부들에게 성기교를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이 남성에 의해 공공연히 주장되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유발시킨 책임을 지라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피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외도에 있어서 남성은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해자인가.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결혼한 부인이 외도를 하여 남편이 고통받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외도를 개인의 사생활로,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기 어려운 사회적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개인주의의 발달이 한 요인이다. 개인주의자는 기존의 가치관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가장 쉽게 내 것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이 감정이지만 감정교육을 받는 일이 드물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특히 남성들이 성충동의 통제에 관해서 교육을 받는 일, 성충동이 이성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는 교육을 받는 일이 드문 것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나 욕망이 그렇듯이 성충동도 대상광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발산된다. 그런데 "여자는 벗으면 다 마찬가지이다"라는 관념으로 모든 여성을--자신과 혈연관계에 있는 몇몇 여성을 빼고는--무차별적으로 성적 대상으로 보아온 남성들에게 여성을 인격체로 보게 하는 의식화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면 성충동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외도를 체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내면적이고 도덕적인 장치가 약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성의 상품화의 정도가 무척 심하다는 점이다. 일정한 구역에 창녀촌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주택가에까지 접대부가 있는 술집이 생기고 있으며 생활의 일부인 이발같은 것을 하는 곳에서도 매춘이 이루어지고 있다. 너무도 쉽게 외도의 대상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약간의 돈만 있으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 아닌 별미를 사먹을 수 있듯이, 약간의 돈만 있으며 배우자와의 성교가 아니라 새로운 외도상대화의 성교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직장에서의 접대문화나 남성들간의 교제문화를 고려해 볼 때 외도의 유혹은 사방에 있다고 볼 수 있고, 언제나 결혼의 순결을 지키겠다는 한 마음으로 그 모든 유혹을 거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로 우리 사회가 가난의 문제를 그런 대로 해결하고 난 직후여서 인지 자신을 위하여 살아오지 못한 한을 풀 듯 쾌락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의식주에서의 사치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쾌락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의식 중에서 가장 쉽게 그러나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누구나 원하든 원치 않든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성감을 자극하는 인쇄물을 볼 수밖에 없는 환경도 그런 추구를 촉진하는 요인을 것이다. 그런 인쇄물이 부부간의 성적 쾌락을 다루는 일은 거의 없고, 외도를 미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쾌락을 얻으려면 외도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역사가 깊은 환상을 되풀이하여 강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1605년 발표된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에도 외도를 미화시키는 대사가 나온다. "왜 사생이란 말이냐?......재미없고 김빠진 고단한 잠자리에서, 자는지 깨었는지 모르는 사이에 생기는 이 세상의 바보의 무리를 만드는 것 보다는, 남의 눈을 속여 가며 자연의 욕망을 못이겨서 생겨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은 생명의 요소와 더 기운찬 소질을 흡수했을 것이 아닌가?"라는 서자의 독백이 그것이다. 법적인 부부의 잠자리는 김빠진 것이고 외도의 잠자리는 생명이 넘치는 뜨거운 것이라는 관념은 어쩌면 가부장제가 확립됨과 동시에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일부일처의 가부장제가 자연을 거슬리는 인위적 제도라는 것을 모두가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에 그 부자연스러움을 완화시켜주는 환상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넷째로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배금주의적 경향으로 신성시되는 영역이 없어지고 있다. 결혼의 서약을 신성시까지는 아니더라도 특별한 약속이고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며 불가피하게 깨뜨릴 때는 미안해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외도를 하고도 미안해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따지고 들면 오히려 화를 내고 구타하는 겨우도 있다), 외도 후 이혼까지 요구하면서도 위자료만 주면 되지 않느냐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배신감이라든가 결혼의 실패라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상처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로 자녀관이 변화하고 있다. 가부장제 일부일처제가 적자를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듯이 가족에서 자녀는 대단히 중요한 존재였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도 자녀를 위하여 양보하거나 인내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는 부부사이의 자물쇠"라는 말까지 있었다. 자녀를 위하여 남편의 외도를 용서하는 경우는 많고 자녀를 위하여 아내의 외도를 용서하는 경우도 가끔 있어 왔다. 그런데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이제는 자녀의 필요와 욕망보다는 부부 각자의 필요와 욕망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녀를 위해 외도를 자제하는 일이 적어진 것이다. '자녀는 자녀 나는 나'라는 생각이 많아져 이혼할 때 부모가 자녀를 맡지 않으려고 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외도를 용이하게 하는 현대적 요인들이 이렇게 많은데, 배우자의 외도가 없으리라는 요행만 바랄 수는 없다. 또한 어떻게 해서든 쾌락이 넘치는 뜨거운 사랑을 하라고 부추키는 상업주의 문화의 자극들에 의해 발생한 외도의 사랑이라고 해도 그것을 무가치한 것이라고 무시할 수만도 없다. 결혼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랑의 배타성'--외도상대를 사랑하므로 배우자를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의 배타성은 성교의 배타성보다 우위에 있다!--을 내세우는 외도를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이다.
6. 결혼의 현대적 의미
이제 우리는 처음에 살펴본 외도의 개념 즉 배우자가 아닌 이성광의 성교라는 개념은 외도가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도 불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남성들이 자유롭게 외도를 할 수 있던 조선시대는 물론 아니려니와, 더 이상 법적인 배우자가 그 권위를 인정받으며 외도관계의 비합법성을 주장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자의 시대에는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의 성교가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었고, 후자의 시대에는 같은 행위가 잘못된 일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도의 비합법성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함께 소수이기는 하지만 사랑이라는 초법적인 기준을 제시하며 외도를 정당화하는 사람들도 등장한 것이다. 처음에 말했듯이 외도는 결혼관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사건이다. 아무도 결혼하지 않는다면, 다른 형태의 문제는 생기겠지만 외도의 문제는 안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도를 발생시키는 현대의 결혼생활의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와 같은 조혼은 안 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도 20대 초반부터 결혼을 한다. 초혼의 배우자와 해로를 한다고 가정하고 평균수명을 70이라고 볼 때, 50년 정도의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수가 평균 2명이어서 자녀를 위하여 돈을 벌고 뒷바라지하는 시간이 적다. 즉 개인의 자유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개방된 공간이 많아 배우자 이외의 이성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5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배우자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끼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또는 배우자 이외의 이성에게 성적 매력이나 욕망은 느끼더라도 성교는 배우자하고만 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매우 어려운 요구이다. 성을 극단적으로 상품화하는 서구자본주의 사회의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충족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구이다. 그러면 외도를 생활의 활력소로 허용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배우자의 외도가 드러날 때마다 배타성이 유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시 이혼하는 것이 좋을까? 이 문제는 우리가 결혼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필자는 결혼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선택하는 복지제도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결혼과 이혼이 개인의 선택사항이 된 시대에 결혼은 더 이상 운명도 아니며, 개인의 인격이 결혼과 함께 소멸되는 것이 아닌 이상 결혼을 배우자의 모든 것을 소유하는 소유관계로 이해해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각자는 배우자로 선택할 사람이 내가 아는 한 나의 행복과 나의 인생의 의미를 최대화시킬 사람이라는 판단으로 결혼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 때 판단의 근거로 사랑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닌데 사랑만이 기준이 되면, 외도의 이유가 더 뜨거운 사랑일 때 결혼은 상위의 관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필자의 요점은 외도의 가능성을 외면 할 수 없는 현실의 상황에서, 그리고 이혼의 자유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부계제의 결혼제도'라는 약점이 있기는 하나 현시점에서 결혼은 어떤 식으로든 남녀관계의 중심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아무하고나 성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모계제의 남녀관계가 인간의 본성에 더 적합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상태로 되돌아가기에는 한 개인이 속한 사회의 규모가 너무 커져 버렸다. 언어나 국적의 제한 같은 장애물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 개인이 지구상에서 접할 수 없는 사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계제의 성적 자유의 특징은 공동체가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를 하여 각 개인의 동등성을 보장해주었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남녀에게 성적인 자유를 주면 경제력의 차이를 비롯하여 거기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차이로 성적인 착취를 가져오게 될 뿐이다. 그런데 공산주의국가 내에서의 시도가 일단 실패한 현시점에서 지구촌의 규모에서 공동생산하고 공동분배를 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계제 하의 진전으로 자유로운 남녀관계는 영원한 꿈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가부장제의 속성이 조금씩 완화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호적은 존속하나 장남이 호주상속을 거부할 수 있게 되었고, 부인이 세대주가 될 수 있게 되었다.--우리는 여전히 아버지의 성을 이어받는 부계제 하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결혼제도를 통하여 가까운 그리고 혈연으로 연결된 새로운 집단을 창출해가고 있다. 그런데 그 결혼을 아버지의 성을 대대로 이어갈 아들을 낳는 목적을 가진 제도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성비를 무너뜨려, 자신이 그토록 귀하게 여기는 아들을 결혼하지 못할지도 모르는--그 아들은 아들을 낳기 위하여 반드시 결혼해야 할 것이다--위기에 처하게 하는 자기 패배적인 행동을 하게 할뿐이다. 그리고 결혼을 소유물을 얻는 장치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배우자나 자녀를 자신의 중요한 재산목록으로 보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사회에 드러내주는 존재들이기에 배우자나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한다. 배우자만큼은 내 뜻에 반하여 외도를 해서는 안된다는 고정관념으로 외도라는 현실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유욕이 크면 이혼을 하지도 못하면서 배우자가 외도를 끝내고 용서를 구해도 두고두고 자신과 배우자를 괴롭히건, 심하면 신경증의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외도를 자기실현으로 보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구태여 따져 본다면 외도는 자기욕망의 실현이기는 하나 문제는 자신이 결혼한 사람이라는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데에 있다--이러한 관점은 가족 구성원의 자기실현을 위축시킨다. 한 개인이 아무리 발달된 정신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타인의 잠재력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그것의 실현을 완전하게 촉진할 수는 없다. 한 개인이 자신이 가지고 태어나는 잠재능력을 최대한 실현시키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각과 함께 자기실현을 촉진하는 다양한 인간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인간관계도 소유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소유물은 소유자보다 커질 수 없는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 소유자의 한계 안으로 위축된다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소유물이 된 인간의 불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유자가 된 인간의 불행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혼에 대한 이 관점도 자기파괴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면 결혼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할까?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관련된 사람 모두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개인 선택의 복지제도'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개인주의의 발달로 가문에서 태어난다기보다는 개인으로 태어나 개인으로 죽는다는 의식이 일반화되어가고 있고, 동시에 개인으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기존의 제도인 결혼으로 얻으려 하고 있다. ㅎ신문의 여론 조사 결과 신세대의 60%의 인생목표 1위가 행복한 결혼이었다. 대표적인 개인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세대들도 행복하려면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그 관계가 반드시 결혼관계일 필요는 없지만, 함께 사는 것을 결혼이라고 할 때--동거는 사실혼이다--함께 사는 생활은 의식주의 공급, 가사노동의 부담을 나누게 하고 계속되는 정서적 친밀감, 성적 만족 그리고 자녀 등을 얻을 수 있게 하니 그런 것들을 원하는 개인들에게는 최선의 복지제도가 되어주는 것이다. 문제라면 개인이 선택하여 창출한 것이기에 개인이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결혼과 이혼이라기보다는 결혼이 선택되었을 경우 그 복지제도가 구성원의 복지를 원활하게 증진시켜 가는가의 과정일 것이다. 필자가 하는 강의 중에 "풍요로운 부부생활"이 있다. 필자는 우리말에 자식농사는 있지만 부부농사는 없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강의를 시작하고 농사에 비유하여 부부관계를 향상시키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결혼이라는 복지제도는 따로 전문적인 복지사가 고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인 부부가 복지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혼시 조정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보다는 결혼생활에 대한 강의를 수강했다는 수료증을 제시해야만 혼인신고를 받아주는 일이 사회전체의 복지를 위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7. 외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
필자가 외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오래 계속된 축첩제도가 폐지되고 외도로부터 아내를 보호하려는 새로운 볍개념에 의해 실질적인 일부일처제도가 자리를 잡기도 전데 사랑이라는 가치를 내세운 외도가 결혼보다 상위의 행동이 될 가능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빠른 시일 내에 외도를 근절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현실과(현실은 그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결혼이란 남녀가 자유롭게 선택한 전인격적인 약속이며 배우자의 복지를 책임지고 자녀를 양육할 의무가 있는 상호적 장치이므로 외도보다 하위의 행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당위 사이에서 결혼을 개인 선택적인 복지제도로 볼 것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결혼을 배우자의 소유 특히 성기의 소유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복지가 공평하게 고려되는 복지제도로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결혼이 개인이 선택한 복지제도라 볼 때 그 결혼과 관련하여 외도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가? 외도는 한 개인의 성적 감정이나 성적 욕망이 성기로 표현된 것이다. 결혼은 전인격적인 관계이어야 하는 만큼 배우자의 성기만이 아니라 배우자의 감정과 욕망 전체와 관계를 해야 한다. 외도로 표현되기 이전에 느끼는 성적 자극이나 유혹에 대해 죄책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외도로 표현된 경우에도 성기접촉이라는 국부적인 요소에 집착하지 말고 결혼 생활의 전체와의 관계에서 논의되어져야 한다. 어떤 공청회에서 주장된 대로 주부의 성기교 부족이 외도의 진정한 이유라면 부인 몰래 그 결핍을 메우려 하지 마라고 결혼 안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결혼을 지속하느냐 또는 해소하느냐 하는 결정에도 배신감이나 불결감같은 한 가지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이 포함된 전체적인 감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외도당사자의 감정--억제하고 싶지 않은 충동--이나 그의 배우자의 감정--배신감--만이 아니라, 부부와 자녀가 포함된 가족 전체의 복지를 책임지는 관점에서 외도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배타적 성교라는 관점에서 외도를 다루는 것과 결혼은 전 생애의 복지를 책임지는 복지제도라는 관점에서 외도를 다루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자의 관점에세 외도란 결혼에 정면도전하는 행위이지만 후자의 관점에서는 복지제도를 재 조종하게 하는 하나의 자극이 된다. 외도의 이유가 사랑이어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은 한 개인의 복지에 필요한 한 부분이지 전부가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이 외도를 결혼과 동등할 수 없는 하위의 행위로 분명하게 이해하려면 외도 자체가 아니라 결혼에 대한 확고한 관점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결혼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촉구하는 것이다. <김예숙/인천 여성의 전화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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