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 400년만에 공개된
무덤속 순애보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애틋한 사랑으로 섬기던 남편이 요절하자 가시는 길에 읽어보라며
남편의 관 속에 소중히 넣어둔 조선중기 한 여인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가 공개돼 걸핏하면 이혼을 해대는 요즘 신세대 부부들에게
심금을 울리고 있다.
안동대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고성 이씨 이응태의 묘에서 나온
가로 60㎝, 세로 33㎝ 크기의 한지에 언문으로 빽빽하게 쓰여 있는
이씨 부인의 남편을 애타게 그리는 순애보 편지가 412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이 편지의 주인공은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에 묻힌 이응태의
부인으로 후손들이 지난 4월 묘지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관 속에서
발견됐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로
시작되는 편지는“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로 요절한 남편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
부인은 또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내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수 있을까요” 라며 남편을 향한
그리움에 몸부림 친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써서 넣어 드립니다,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건가요,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한지에 세로로 써 내려간 글이 다 채워지자 종이를 옆으로 돌려
여백에다 다시 썼다.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마음
같겠습니까, 한도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라며 남편을 애타게 그리워했다.
부인은 편지와 함께 병으로 죽게 된 남편을 낫게 해 달라고
천지신명께 기도하며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줄기를 엮어서 만든
짚신과 남편이 소중히 여기던 태어날 아기의 저고리도 함께
관속에 넣어 먼저 떠나야만 하는 남편을 위로했다.
부인의 남편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도 이제는 묻혀 졌지만
후손들에 의해 412년만에 확인된 이들 부부의 지극한 사랑은
바쁘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부간의 사랑을
다시한번 생각케 하고 있다. 인터넷 한겨레[1998/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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