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쯤일까
만신창이 몸이 되어
검은 차에 실려온
여기는
머리 위에 걸린
환한 전등 불빛 아래
낮과 밤을 알 수 없는 시간은
또한 얼마나 흐른 것일까
먼저 끌려간 벗들도
혹시 이곳 어느 방에선가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구둣발에
마구 밟히며 거친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오, 단지 멀리서
얼굴만이라도 한번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을
그리운 벗들이여
귀를 막아도
두터운 벽을 뚫고 들려오는
저 누군가의 낯익은 비명소리를 어찌
할 것인가
죽을 수조차 없는
이 깊고 깊은 나락에서
다시 살아서 나가 햇빛을 본다 한들
우리는 전과 같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오오, 지금 어디선가
옷을 벗기운 채 몸부림치고 있을
벗들이여
벗들이여
우리는 진정 전과 같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 걸레처럼 찢긴 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