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부탁
-벗에게
벌써 일 주일째
식음을 전폐하고
울먹이고 있다는 소식
오늘 면회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들었네
부모님들 찾아가 말려도
어떡하냐고
굳이 항의가 못 된다 하여도
견딜 수 없다고
막무가내 고집부린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네
고맙다는 생각 들지
않았네
가슴이 막혀 왔을 뿐
목에 메어 왔을 뿐
잘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네
어쩌란 말인가
정작 죽음을 앞둔 나는
삶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하루 세 끼 주는 밥
꼬박꼬박 챙겨먹고
한루 한 번 운동시간 뜀박질도
열심인데
어쩌란 말인가
벗들의 눈물로도 돌이킬 수
없는 길
지켜볼 수 없는 길 따라올 수
없는 길
혼자 가는 그 먼길을
내일 아침 끌려간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어쩌란 말인가
울지 않기로 하세
다만 부탁은 마지막 부탁은
진실로 부탁은
울지 않기로 하세
이제는 정이 들어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던 벗들
이제는 나의 짧은 청춘이
되어버린 벗들
그러나 울지 않기로 하세
돌이켜 죽음조차
삶이 되는 그 날까진
돌이켜 목메임조차
기쁨되어 돌아올 그 날까진
밧줄에 묶여 검게 변한
나의 얼굴의 분노조차
환한 웃음되어 돌아올 그 날까진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나의
자식인 벗들
이제는 내 두고 가는 삶인 벗들
싸움은 너의 것
끝끝내 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