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 9
꽃은 계속 피어야 아름답다
꽃은 피면 지기 마련
한번은 꽃이었다 시들어간 젊음이여
먼 기억의 저편으로 떠나간 꿈들이여
바람으로 흩어진 꽃들은 말고
흙으로 돌아간 꽃들은 말고
아직 이 강토에 서성대는 발길이여
너희 돌아와 꽃으로 필 그 날이여
꽃은 계속 피어야 아름답다
한때는 지천을 흔들며 피어난 너를
조국은 서슴없이 꽃으로 불렀나니
머나먼 과거의 추억으로는 말고
기억으로는 말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로도 말고
떨리는 피와 살로 다시 필 꽃들이여
꽃은 계속 피어야 아름답다
이제는 너무 쉽게 봄이라 하지 말고
너무 쉽게 주눅들지 말고
이제는 다시 돌아와 들꽃이 될
너희여
그리움만 남기고
목마른 창살의 기인 긴 기다림만 남기고
떠나간 젊음이여
어둠을 뚫던 백주대낮의 허위를 뚫던
꽃이여 다시 찾은 시대의 정신이여
꽃은 계속 피어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