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의 감옥보다 두려운 것이
마음의 감옥인 줄 알겠네
가을 오자 겨울 오는
감옥
손발이 얼기 전 마음이 얼고
양말이 닳도록
마룻장을 울리던 뜀박질도
멎고
절망이 흰벽보다 창백한 얼굴로
가슴을 짓누를 때
기다림을 지우며 희망을
지울 때
체념이 손바닥 위에 놓인
흰 머리카락일 때
이름이 아닌 수번으로 일어설 때
스스로 전사가 아닌
죄인일 때
세월에 묶인 죄인일 때
봄이 오자 여름 오는
감옥
그늘을 찾아 담벼락 밑을 걸을 때
습기 없는 가슴에
그림자도 없이 꽃이
질 때
창살의 감옥보다 두려운 것이
마음이 감옥인 줄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