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편지
짧게 깎은 머리에
여름 햇살이 뜨겁고
맨발로 디뎌보는 흙이
달군 철판처럼 살갗을
괴롭혀도
아직은 견딜 만합니다
온몸이 땀에 젖도록
운동장을 달리고
마룻바닥을 뛰어
오늘도 그대 곁에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부산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청주로
다시 서울로 서울에서
남도의 끝 목포로
감옥에서 감옥으로만
이어지던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내 청춘의 끝자리에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폭염의 팔월
풀 한포기 없는 목포
뜨거운 황토를 달려
달리는 걸음만큼
그대 곁에 돌아갈 수 있습니다
멀리 호남선 열차
지나는 소리 들릴 때마다
벌떡벌떡 일어나
설레는 가슴의 박동만큼
두 발 굴려 역사 속으로
달려갈 수 있습니다
지하의 황토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