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길

1968년 5월 13일 소르본느.

'민중에게 봉사한다'는 구호의 포스터와 레닌, 마오의 초상화등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80만 노동자와 학생들이 연대하여 파리의 거리들을 행진한 끝에 소르본느를 점거하고 학생 소비에트를 선언한 학생 총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결의했다.

"파리대학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24시간 내내 개방된 자율적인 대중들의 대학임을 선포한다. 노동자와 학생들, 그리고 교사들로 구성된 '점거 관리위원회'가 지금 즉시 파리 대학을 운영할 것이다."

이 운동은 자본의 요구에 따라 대학을 기술관료적인 형태로 변화시키려는 푸셰개혁안에 대한 지성의 반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97년 서울.

서울 대학교가 타교생이나 졸업생들의 도서관 출입을 막기 위해 학생증 바코드를 만들었다는 1단 기사.

고시와 취업 때문에 느닷없이 대학가를 강타한 면학 열풍이 도서관을 만원으로 만들었고, 자리가 부족한 도서관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학생회와의 협의 끝에 취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서울대학교만큼 언론의 조명은 못 받았지만,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대학의 학생회도 외부인의 도서관 이용 금지조치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물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혹 통일운동이나 노동자-학생 연대의 구호만으로 사회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조금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