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지향이나 운동의 논리에서 볼 때, 68년의 파리와 97년 한국의 학생운동간에 질적 차이는 찾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그들은 적어도 노동자-학생 연대라는 구호를 공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양자 사이의 메울 수 없는 문화적 거리를 직감한다. 각 행위 주체의 의식 심층에 깊게 뿌리 박고 있는 이 문화적 차이는 정치적 구호를 공유한다고 해서 지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차이는 궁극적으로 대학과 사회의 관계를 설정하는 방식의 차이로 드러난다.

24시간 내내 소르본느를 노동자들에게 개방한다고 선언했다.

투쟁은 엘리트 양성과 권위주의 구조, 학생들에 대한 가부장주의와 학교-학부-학과 사이에 존재하는 철통같은 위계질서, 학생들의 특권적 지위, 전문지식의 신비화 등에 대한 비판에서 촉발되었다.

그것은 대학을 기술 관료의 요구에 따라 산업 생산의 기지로 바꾸려는 정치 권력과 자본의 기도에 대한 학생들의 투쟁이었다. 노동자-학생 연대라는 구호는 이제 대학을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한다는 '장벽없는 대학'이라는 목표로 이어졌다.

68년의 밑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은 정치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일상을 지배하는 규율권력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남성국수주의, 소수민족에 대한 지배민족의 억압, 소비주의에 대한 문화적 순응, 정치권력을 강화해주는 맹목적 애국심, 가부장주의의 온상인 가족제도 등 그야말로 일상생활을 지배해 온 자연스러운 전제들이 의문시되고 부정되었다.

대학은 이로써 '반문화'(counterculture)의 핵심 거점이 되었고, 사회에 대한 비판적 기능이라는 고유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