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 6
너무 보채지 마
이 땅의 꽃들 필 때되면 다 펴
햇볕 바른 뒤뜰에
눈꼽같은 꽃씨 몇 개 묻어놓고
오며 가며 물 주면서
함성같은 꽃송이
닫힌 하늘 열어달라 꿈꾸는 너
너무 서둘지 마
이 땅의 꽃들 필 때되면 다 펴
어디 한두 송이 일찍 핀다고
한꺼번에 아름다워질 조국 아냐
물로 크고 피로 크고
눈물로 크고 통곡으로 자라며
때론 환희로도 자라며
돌에도 피고
네가 갇힌 창살에도 피고
산에도 피고 들에도 피면서
혹은 네가 걷는
도시의 아스팔트나 광장 한복판에도
피면서
이 땅의 꽃들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없이
척박한 땅에 실뿌리 박으며
필 때되면 다 펴
진달래
개나리 창포꽃 분꽃
민들레 복숭아 살구꽃 호박꽃
유채꽃 제비꽃 자주달개비꽃 개망초꽃
원추리 동백까지 이름없는
들꽃까지
수만 가지 이 땅의 꽃들 마침내 다 펴
서둘지 않아도
보채지 않아도
끝끝내 자유로울 조국의 이름으로
갇힌 청춘아 싸우는 청춘아
너도 끝내는 꽃으로 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