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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편 무늬만 왕자님? (Dream Man)
- 99년 1월 18일 월요일 방송 -
♠ 번 역 : 이 명 연
♠ 연 출 : 김 박
좋아!
환상적이야! 완벽해!
엉망이야!
변화무쌍한 가락인데!
가사를 붙여보지 그래?
대단한 걸 알려줘서
정말 고맙다
노래엔 가사가 있어야지
안 그래?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미안하다
작곡이 잘 안돼서 그래
안하무인 돌머리 바보들이나
창작을 방해하는 법이지
-난 이해해
-맷!
밴드를 정상에 올려놓을
방법이 생각났어
불쇼를 하는 거야!
-슬라이...
-들어봐!
어둠이 깔린 공연장에
혜성 같이 등장한 밴드!
바로 그때 멤버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
앞줄 관객들의 눈썹이
새까맣게 그을릴 거야
-화끈하지?
-잘났어, 정말
사업 얘긴 너희들끼리 해라
난 기쁨을 추구하러 갈게
제니가 있는 곳에 기쁨이 있나니
앞장서게나
안녕, 재스민?
넌 와인처럼 달콤하구나
내게 컵이 있다면
네 아름다움에 건배할텐데
데이트 못해서 안달난
뻔지르르한 입 다물고
저리 꺼져
이 형님이 하는 거 잘 봐라
슬라이, 난 사람하고만
데이트해
-안녕?
-안녕?
웃고 있는 걸 보니
-또 슬라이를 면박줬나 보지?
-내 인생의 작은 즐거움이지
아빠가 오늘 출장가시는데
나 너희 집에서 자면 안될까?
물론 괜찮지
재스민, 너도 와
그리고 페니도 부르자
우리 여자들끼리
밤새 수다나 떨자
여자들끼리?
오랜만에 눈운동 좀 해야겠군
이 초콜릿 과자 너무 맛있다
그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22시간은 뛰어야 될 걸?
-마지막 하나 먹을 사람?
-건드리면 죽어!
제니
우리 취향이 너무 비슷하다
나도 가게에서 이 옷을 봤다면
꼭 샀을 거야
그건 네가 사서
나한테 빌려준 옷이야
이건 내가 네 12번째 생일에
선물한 일기장이잖아!
일기는 애들이나 쓰는 거지
숙녀는 일지를 쓴단다
오늘의 일기
오늘은 12번째 생일이다
이렇게 오래 살 줄이야
이 일기장은 지나치게 행복한
내 친구 티파니의 선물이다
그 애에 비하면 산타클로스도
우울한 뚱보 노인에 불과할 거다
그 땐 내가 좀 실실거렸지?
안녕, 맷?
-나 때문에 집중이 깨졌니?
-괜찮아, 왜 왔니?
친구 집에 오는데
이유가 필요하냐?
-재스민 보러왔지?
-잘 아네!
안녕, 얘들아
슬라이, 여긴 웬일이야?
제니 방 엿보는 거 안해?
잘 보고 있는데
커튼을 치잖아
그런 건 창문으로
엿보는 게 아냐
염탐 구멍으로 봐야지
어딨냐?
그런 거 없어
여동생 방을 엿보다니!
내가 변태냐?
좋아, 못 본다고
소리까지 못 들을 순 없지
의사 선생님, 작곡 좀 하게
조용히 해주실래요?
어쩌지?
좋은 생각이 있어
-데니스!
-알았어, 내가 나가주지!
너희들 맘대로 놀아라
데니스, 내 친구, 나의 별!
난 이 집에서
네가 제일 좋더라
아무리 그래도
누나를 엿보는 건 못 도와줘
25센트 줄게
-5달러! 에누린 없어
-좋아
제니 너 지난주에 로버트하고
차 안에 같이 있을 때
유리창이 뿌옇게 됐다던데
도대체 뭘 한 거야?
그건 대답 못해
대신 벌칙을 받을게
좋아
벌칙은 내일 키스하기
슬라이하고!
-차라리 대답할게
-이제와서? 안돼!
누나, 아까 이 방에서
필을 잃어버렸는데 못 봤어?
-필이 누군데?
-내가 기르는 독거미야
제니
다른 데서 꺅꺅거리면 안돼?
난 지금 작곡 중이라구
벌써 며칠째
씨름하는 거야?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뭔데?
내가 도와줄게
내륙지방에서 바닷가로
이사온 남자애 얘기인데
수영도 못하고
파도타기도 못하고
-비치발리볼은 한대?
-뭐?
비치발리볼을 하면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거든
그것도 괜찮겠다
너 작사해볼래?
정말? 해보고 싶어
맷, 이것 좀 봐
얘들아! 여긴 웬일이니?
재스민까지!
정말 뜻밖이다!
-여기서 뭐하니?
-맷을 도와주고 있었지
내 가사 좀 들어볼래?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
내 가슴은 활활 타오르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 감정
당신만 보면
내 몸은 뜨거워지네
맷의 노래는 바닷가에 관한
내용이라던데?
-바닷가란 뜨거운 곳이잖아
-하지만 바닷물은 차갑지
풍덩 빠져서
머리나 식히고 오지 그래?
슬라이가 안 보이니 이상해
항상 내 발 밑에 붙어다녔는데
토니가 널 정말 좋아하나 봐
그렇게 쫓아다니는 건 처음 봤어
나도 토니가 좋지만
진지하지 못한 게 맘에 걸려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뜰 거야
무슨 소리 안 났니?
아니
잘못 들었나 보다
누가 나한테 시를 바친다면
난 당장에 따라갈 텐데
내 왕자님은
아이들과 스웨터를 좋아하고
낚시를 즐기고 전차를 타는...
세상에, 로저 선생님이네!
내 왕자님은
바로 이런 사람이야
잘 생기고 정직하며
프랑스 음식을 좋아하고
미술과 외국 영화를
좋아하며
첫 만남엔 이탈리아제 양복에
실크 넥타이를 매고 오는
아주아주 낭만적인 사람!
낭만이라면 내 전문이지
벌써 노랫말을 다 썼다고?
대단한데!
노래 제목은
"토미는 수영을 못해"야
한 번 해보자
아이오와 산골 마을의
토미가
LA의 바닷가로 이사를 왔다네
농사짓고 소 칠 줄은 알지만
수영이라면 오리발도 못 끼지
수영도 못해
파도타기도 못해
원반던지기도 못하네
선탠도 못해
조개줍기도 못해
모래 벼룩 알레르기까지
있다네
아직 토미가 비치발리볼을 해서
스타가 되는 부분이 남았는데?
너무... 감동적이라서!
-그럼 오늘 이 곡으로 연습할까?
-안 돼!
당분간 노래를
음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그래, 네 맘에 든다니 기뻐
재스민은 어디가 아픈 게
분명해
내 데이트 신청을
두 번이나 거절하다니
네가 이제서야
안목있는 여자를 만난 거겠지
슬라이, 너 맞니?
난 새로 태어난,
정직하고 민감한 슬라이야
영겁의 세월 동안
널 찾아헤맸지
다시는 놓치지 않겠어
이건 또 무슨 장난이래?
장난이 아냐
난 이제 소년의 탈을 벗고
남성의 날개를 폈어
못들어주겠군!
꽃을 전해줬으니
그만 가볼게
어머니 교회 친구분들을
미술관에 태워다드려야 돼
가는 길에 정신병원에
꼭 들러라!
너 왜 이렇게 조용하니?
내가 좀 이상해졌나봐
슬라이가
자꾸만 남자로 생각돼
-넌 슬라이를 싫어했잖아
-좋아질지도 모르겠어
지금 말하는 게
내가 아는 슬라이 맞니?
나도 믿기지가 않아
내가 그 구질구질한 애를...
멋지다고 생각하다니
어쩌다 이렇게 됐지?
안녕?
같이 앉아도 될까?
그래
난 가려던 참이었어
옷 색깔이 네 눈동자와
잘 어울리는구나
고마워
너도 멋있어
내가 왜 이러지?
제니
오늘밤에 바쁘지 않다면
프랑스 식당에서
저녁을 즐긴 후
외국 영화를
보러가지 않을래?
정말 근사하겠다
잠깐만!
돈은 누가 내지?
-물론 내가 내지
-말도 안돼
프랑스 식당에
자막이 나오는 외국 영화까지...
너도 문맹은 아니구나
난 네 유머 감각이 좋아
미안해
내가 그동안 널 오해했어
지난 12년 동안 널
비겁한 거짓말쟁이로 생각했어
때로는 상대방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데 12년이 걸리지
잘 자, 제니
오늘 정말 즐거웠어
제니, 웬 콧노래야?
행복해서 그런가 봐
왜?
사람이 행복해지는데
꼭 이유가 필요해?
그 사람이 너라면 필요하지
믿기 어렵겠지만
슬라이가 내 왕자님인 것 같아
정말 희한하지?
슬라이는 내 속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구
가서 좀 쉬어라
누나, 슬라이형 어딨어?
나한테 5달러 빚졌단 말야
데니스
슬라이처럼 괜찮은 애가
너 같은 꼬마에게 빚을 졌다구?
그 5달러가 무슨 돈인지 알면
괜찮다는 생각이 싹 가실 걸?
그래?
그 5달러가 무슨 돈이지?
잊어버려
알면 후회할 거야
그래도 알아야겠어
말해!
미안하지만
사업상의 비밀이야
-10달러 줄게
-좋아!
독거미 얘기 기억나?
내가 누나들을 유인해내면
슬라이형이 침대 밑에 숨는댔어
내 침대 밑에?
슬라이, 넌 죽었어!
티파니에게
작사를 맡기지 말 걸...
이제 와서
맘에 안 든다고 하면
상심한 나머지
수녀가 될지도 몰라
이런, 내가 제니처럼
말을 하네!
-하나만 물어보자
-뭐든지
-나 괜찮지 않냐?
-뭐?
-너 내 말 안 들었니?
-안 들었어
난 지금 내 코가 석자다
내 말솜씨와
외모에도 불구하고
재스민은 날
투명인간처럼 취급한다구
네가 싫은가 보지
세상에 한 여자쯤이야
너한테 안 반한들 뭐 어떠냐?
-그런가?
-그럼, 그럴 수도 있지
고맙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어
재스민
-넌 포기할 줄도 모르니?
-바로 그 말하러 왔어
이제 난 더 이상
네게 매력을 느끼지 않아
-그동안 귀찮게 해서 미안해
-기다려
이건 무슨 뜻이야?
처음으로 나에게
진실하게 대해줬으니
답례를 해야지
금방 돌아올게
넌 틀렸어!
-바닷가로 가서 계속할까?
-좋아
-좋은데!
-연습 중지!
우리 그이가 왔어
-나 보고싶었어?
-물론이지
오늘밤 우리 집에서
둘만의 저녁 식사 어때?
-그거 좋지
-그럼 그 때 봐
뭘 봐?
연습이나 하자
그래, 우리 새 노래를
해보는 게 어때, 맷?
새 노래라니?
그게 뭘까?
솔직히 말하자면 네 노래가
전적으로 맘에 들진 않아
맘에 들긴 들지?
맘에 든다기 보다는
-그러니까...
-안 든다구?
그래
-알았어
-미안해
네가 우리의 우정을 믿었다면
처음부터 진실을 말했어야지
-그래, 미안해
-좋아, 용서해줄게
그냥 용서해준다구?
그럼 어떻게 해?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려
맷은 비겁한 겁쟁이에다가
자기 의견을 밝히지도 못하는
쓸개빠진 놈이니까
음악계의
아인슈타인이라도 되는 양
내 가사를 평가하지 말라고
말하란 말야?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미안해, 난 못하겠어
요리사에게 키스를
-안녕, 제니?
-슬라이!
오늘밤이 꿈만 같아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그 기다림도 이걸로 끝이겠지?
키스해 줘
아직은 때가 아냐
그 "때"가 금방 오는 거지?
먼저 앉아서 뭐 좀 마시자
미안해
손이 미끄러졌어
괜찮아, 아버지 옷이야
옷장에 살짝 갖다두면
눈치 못 채실 거야
-스프를 가져올게
-그래
냄새 좋다
고맙다
식사를 가져올게
-메뉴가 뭐지?
-꼬치 요리야
안돼! 식사는 관두고
-얘기나 하자
-좋아
안돼!
아직도 때가 안 됐어
난 됐는데
아직은 완벽한 때가 아냐
그 영광스런 순간을
일기장에다 자세히 적어놨는데
참, 네게 줄 선물을 깜박했네
금방 갔다올게, 왕자님
여기 있다
오늘의 일기, 슬라이를
낭만적인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키스를 하는 순간 슬라이는
알게될 것이다
헤비급 주먹의 매운 맛을!
생쥐 같은 녀석!
비열하게
남의 침대 밑에 숨어?
-내 말 좀 들어 봐
-내 속마음을 이용하다니!
그동안 재미있었잖아
잘 안돼서 유감이지만
넌 내 마음을 이용했고
날 상처입혔어
미안해
상처줄 생각은 없었어
-네 맘 이해해
-웃기지 마
정말이야
중학교 때 난
스테이시란 애를 좋아했는데
그 애는 내 존재도 몰랐지
그래서 그 애에게
연애편지를 썼어
내 마음과 영혼을 실은
편지를
그 애가 편지를 뜯을 땐
숨도 쉴 수 없었어
그런데 편지를 읽은 그 애는
큰 소리로 웃더니
친구들에게 읽어줘서
날 웃음거리로 만들고
학급 전체에 읽어줘서
선생님까지 웃게 만들었어
미안해
그런 줄은 몰랐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너무 심했어
나라도 좋다면 위로해줄게
정말 고맙다
기왕 위로해줄 거면
입으로 해줘라
영원히 위로받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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