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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편 위기일발 방송국 (Budget Cuts)
- 1월 27일 수요일 방송분 (2화) -
♠ 번 역 : 이 명 연
♠ 연 출 : 김 박
무엄하도다, 감히
설익은 햄버거를 가져오다니
썩 물리거라
연극부에서
햄릿을 공연한대
너도 햄릿 역으로
오디션 보지 않았었니?
봤지, 그런데 미천한
세익스피어 연극쟁이들이
내 재능과 기지와 위엄을
몰라보잖아
이런 상태에선 도저히
연습을 계속할 수가 없도다!
지금 나가면 제명이야
이 극장, 아니...
식당에서 추방이라구!
고것 참 깨소금이다
아무리 빌어봐라, 내가
너희 떨거지들하고 공연하나
-토니...
-내가 대신 할게!
공연 일주일 전이니까
대본부터 빨리 외워
내가 햄릿 역을 맡았어!
-잘해라, 토니
-토니라니?
왕자 전하라고 불러 줘
요! 빠빠! 요! 빠빠!
붐붐붐!
요즘은 족제비도 랩하나?
학교 방송국의 새 PD에게
그 정도 인사 밖에 못하냐?
먼저번 PD한테
뇌물이라도 먹였니?
그럴 리가!
난 뇌물의 "뇌"자도 몰라
그냥 물러나라고
50달러 쥐어줬지, 헤헤
학생들의 대변자인
학교 방송국을 손에 넣다니
네 "헤헤"의
진짜 속셈이 뭐야?
별 거 아냐
광고를 유치해서
약간의 가욋돈을
벌어보자는 거지
바보야, 광고는 없어
학교 방송국은
학교 예산으로 운영된다구
-돈을 못 번다구?
-포기해라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
DJ가 돼보자
돈을 못 벌어?
내 프로에서는 정말로
얘기다운 얘기를 다루겠어
-가십 같은 건 배제하고...
-돈을 못 벌어?
진정해
그래도 넌 PD니까
인사권을 쥐게 되잖아
권력이라, 그거 좋지!
-나도 생각해놓은 게 있어
-네가?
매니큐어 색깔 고르는 것 말고
다른 재주도 있단 말야?
제법인데, 무늬만 터프가이씨
내 프로에서는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거야
바로...
패션 정보!
잘하면 나중에
뉴스 진행하겠네
기상 캐스터로
주목해주세요
잘 가거라,
퍼시픽 코스트 고교 방송국
"슬라이 방송국"이 왔도다
이곳을 이끌어갈
전파의 황제를 소개해드리죠
바로 저, 슬라이입니다
사랑해요, 슬라이!
우리 앵무새에게
이 말을 가르쳐줘야겠어
-이거 자주 틀어야 돼
-걱정 마
윙클 가문의 모범생이자
여러분의 비평가 마크입니다
오늘부터 모든 교내 행사를
날카로운 지성으로 평해드리죠
1번 타자로 샤프톤 선생님의
정원 가꾸기 실습을 평하자면...
다음은
수학 중간 시험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펄딩 코치님의
새 가발은...
다음주에는 햄릿 공연에 대한
평가가 있겠습니다
샘의 상담소입니다
일단 털어놓고 보라구!
도와줘
남자친구가 내 친구랑
바람을 피는 것 같아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미세스 다웃파이어" 생각나니?
여장한 주인공이 청소하면서
용서받지 못할 춤을 추잖아
그게 내 문제하고
무슨 상관이지?
재미있는 영화니까
실연 당하면 보고 기운내
안녕하세요?
로레나의 "지금 뜨는 것과
한물간 것" 시간입니다
맨 먼저
워커는 뜨고 있지만
워머 양말과 같이 신는 건
한물갔답니다
야구모자는 떴지만
뒤로 돌려쓰는 건?
한물갔죠
애인의 책을 들어주는 건
다시 뜨고 있지만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건?
한물이 가도 팍 갔죠
DJ계의 반항아 제이크의
"잠자코 들어!" 시간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군요
그러니 잠자코 들어!
오늘 아침에도
교장선생님이 제 오토바이를
당신 차에 너무 가까이 댔다며
저보고 오토바이를
치우라고 하시지 뭐예요
사나이 체면이 있으니까
싫으면
직접 치우시라고 했더니
직접 치우시더군요
견인해 가셨어요
나이 어린 녀석이라고 계속
이렇게 당하고 살아야됩니까?
다들 외칩시다
우리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내 프로가
정말 자랑스러워
학생들 마음에
불이 붙는 게 느껴진다구
학생들이 성냥이니?
불이 붙게
시시껄렁한 유행은 뜨고
진짜 세상사는 한물갔냐?
그렇다면 너는
댄스파티 의상 같은 거엔
전혀 관심 없단 말야?
물론이지
그럼 만약에
내가 댄스파티에...
아주 화끈하고 빨간 원피스를
입고와도 관심 없겠네?
그 원피스는 말하지
"안아줘
뼈가 으스러지도록"
관심이 꿈틀대는데
진짜 그런 옷이 있어?
관심 꺼
오늘밤에
토니 연극 보러갈 사람 없니?
로레나,
넌 빨간 옷 입고 와라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저 짓이 언제 끝나나
그것이 문제로다
이런, 안 끝나면 어쩌겠소?
울겠소? 싸우겠소?
단식하겠소?
닥치시오!
이제야 네 프로 청취자들의
심정을 알겠니?
내 프로가 토니의 연극처럼
지루하단 말야?
누가 감히 지루하다 하느냐?
청취율 조사 결과가 나왔어
티파니, 마크, 샘, 잘했어!
반응이 좋아
하지만 가장 사랑받고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프로는
로레나의 프로야
잠깐만, 내 프로는?
웬지 모르지만 싫다는데
이유가 뭘까?
"잠자코 들어!"
방향을 좀 바꿔 봐
어떻게 바꾸란 말야?
이건 어때?
"조용히 주목해주세요"
그것보다
"너 죽고 싶냐?"는 어때?
제이크
자존심을 좀 버리고
살짝만 바꿔
나도 친구로서 도울게
-싫어
-그럼 넌 해고야
내 연기 어땠어?
A, 고무적이다
B, 놀랍다
C, 덴젤 워싱턴의
형보다 나은 아우다
정답은 D야, 꽥!
샘의 말은 그러니까...
연극이 너무 빨리 끝나서
죽고싶대
내가 보기에 네 연기는...
그저그런 그럭저럭!
너희들 아마추어의 의견을
들을 시간이 없구나
2시 30분!
전문가의 평을
들어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어제의 연극을
평가해본다면
무대 세트와 의상은
기발한 편이었어요
특히 햄릿역의 토니는
근래 보기 드문 연기를 보여줬죠
들었지?
보기 드문 연기였대
덕분에 1막부터 근래 보기 드물게
편안한 잠을 잤답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평가는...
이 녀석을 죽이느냐 살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내일은
미니스커트와 타이즈가
타협할 수 없는 이유를
말씀드리죠
슬라이, 나 좀 보자
벼르고 왔으니까
잔머리 굴려서 날 속일 생각 마
-제가 어떻게 선생님을 속여요?
-늘 속이잖아
너무 잘 속는 걸 어떡해?
나쁜 소식이야
이사회에서 예산 삭감 대상으로
방송국을 거론했어
-방송국을 폐쇄시켜야 돼
-네?
저희가 이사회에
얘기해볼게요
이사회에선 재정 문제에 관한 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아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실래요?
-학생들 의견을 안 듣는다구
놀라워
이건 하늘이 내린 목소리야
DJ 경험 있으세요?
사실 대학교 때 내 별명이
"울부짖는 늑대"였지
이런, 또 말려들었군
하지만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학교 방송국은 폐쇄야!
이제야 학교를 위해
뭔가 하게 됐다 했는데
이사회에서 예산 문제로
폐쇄를 시키다니
그렇게 돈 밖에 모르는 사람들
정말 역겨워
좋은 생각이 났어
전교생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거야
멍청한 네 비평만큼이나
멍청한 생각이다
그럼 항의 집회는 어때?
눈길을 끌 수 있잖아
그건 더 심하게 멍청해
-그러면...
-멍청해, 무조건 멍청해
"비평가로써"
혹평 좀 했다고 해서
평생 그렇게 트집잡을 거야?
"비평가로써"가 아니라
"비평가로서"야
정말 못 말리겠군
난 갈래
저 걷는 폼 좀 봐
그 우스꽝스런 신발은
엄마가 사주신 거냐?
마크가 말한 서명운동도
꽤 괜찮은 생각 같아
나도 찬성이야
왜 웃어?
용량 달리는 머리로
꽤나 애쓴다 싶어서
인기 없어서 잘린 게
아직도 자존심 상하니?
네 의견은 필요 없으니까
딴 데 가서 웃어, 반항아 나리
내 의견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텐데?
바로 이런 게
반항아의 전문 분야라구
피끓는 열정과 땀으로
더러움도 마다 않고
원하는 걸 쟁취하는 게
바로 반항아거든
뭘 원하는데?
물론 방송국이지
이사회가 항복할 때까지
문을 잠그고 방송을 하겠어
-그러다 정학 맞아
-더 심할 수도 있지
하지만 신념을 위해서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잖아?
얘들아, 이것 좀 들어봐
네, 맞아요, 학교 방송국이
부활했습니다
방송국은 뜨고
이사회는 한물갔죠
로레나가
정말로 농성을 하다니!
왜 그래?
로레나라고 예쁜 얼굴로
신용카드만 긁으란 법 있어?
이사회가 물러서는
그 순간까지
방송은 계속될 것입니다
무슨 소리지?
방송실엔 아무도 없어요
잘했다
잠깐만
라디오에 소리!
라디오 소리였어!
틀렸어, 슬라이
누군가가 방송실 안에 있어
로레나도 반항의 대가를
치르게 되겠군
이제 만족하니?
-나 말야?
-네가 가르쳐준 거잖아
어떻게 좀 해봐
너희들 말이 맞아
로레나에게 반항의 묘미를
가르쳐준 건 나니까
구출하는 것도 내 책임이지
오랜만에 몸 좀 풀겠군!
우리의 방송국은
우리가 지켜야합니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어둠이 가면 새벽이 오고
그리고...
내 집이 최고잖아요!
이 문 열어!
죄송하지만
이사회가 우리 얘기를
들어주기 전엔 못 열어요
네 심정은 이해한다만
이런 식으론 해결이 안 돼
당장 나오지 않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문은 잠그고
창문은 열어두다니
대단한 농성이야
교장선생님은 너와 달리
신사이시고
신사는 문으로만 다닌다구
-칭찬해줘서 고맙구나
-뭘요
-누구세요?
-나 교장인데 들어가도 되니?
안돼요
두고 보자
알았으니까 나가자
이 정도면 나도 감격했다
누가 너 감격시키려고
이런대?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거만떨지 마
학교 방송국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이라구
"내 집이 최고"라는 게
학생들의 목소리냐?
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내 얘기도 존중받아야 돼!
넌 제 정신이 아냐
내 말 좀 들어!
적도에 눈이 와봐라
내가 네 말을 듣나
이미 내 말대로 방송국을
점거한 사람이 누구더라?
그 덕에 내가 이 꼴이 됐어!
-너 때문에 내가 미쳐!
-난 더 미쳐!
-정말 역겨워!
-난 토할 것 같아!
-성질 좀 돋구지 마!
-널 좋아해
내가 더 좋아해
와!
진짜 와!
너와 난 사사건건 다투지만
방송국에 대한
네 열정은 맘에 든다
무슨 방송국?
뭐야?
정말 잘했어! 전교생이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구
전교생이 지켜보고 있대
물론 그래야지!
방송국은 우리의 대변자야
애들을 대표해서 너희들의
열정에 심심한 답례를 보낸다
방송 중
오늘은 학교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야
맞아, 전교생이 뜻을 모으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뜻은 뭔 놈의 뜻?
난 제이크와 로레나의
생방송 입술 접선을 말한 거야
서로 죽이기 전에 잘돼서
정말 다행이야
둘이 너무 화끈해서
화재경보기 울리는 거 아냐?
방송국에
소방차라도 불러야...
토니, 더 이상은 못 참아!
그걸 어쩌나?
난 이제 시작인데
난 비평가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좋게 못 봐줘서
정말 미안하다
비평과 모욕은 달라
넌 날 모욕했어
방송에서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구
친구를 상처입히고
뉘우치지도 않다니
-그래서 미안하다고...
-농담 아냐
우리의 우정은 끝났어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아
네 옆에 있다간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다구! 끝이야!
토니!
이래도 내 연기가 형편없냐?
남우주연상 감이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교장선생님이 더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러 오셨습니다
어서 해보세요
끝까지 가보자구요
괜히 열내지 말게
이러니까 자네 프로가
인기가 없었지
이사회에 얘기했더니
자네들 의견을 들어보겠대
오늘 저녁에 특별 이사회를
열자더군
-장소는 중립적인 곳에서
-샤키 아저씨네가 어때요?
좋아
우리가 이겼어!
-화장실 가야지
-이사회에서 잘해봐
넌 안 갈 거야?
프로도 잘린 마당에
나더러 이사회에 가서
싸우라고?
흥미진진한 농성도 끝났으니
이제 유유히 도망치시겠다?
그게 아냐
넌 이기적이야
학교 방송국을 구하는 것보다
네 자존심이 더 중요하지
난 자존심 따위에
구애받지 않아
그럼 왜 여태껏 버티다
오늘에야 키스했니?
키스를 한 건 너야
그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키스한 것도 인정 못하지?
그러는 너는 왜 인정 안해?
나도 자존심이 있으니까
이사회에 같이 갈게
고마워
나도 하고는 싶지만
좀 급해서
회의를 시작하죠
학생측, 발언 준비됐나요?
제이크는 어디 있어?
올 거야
시간을 끌어야 되는데
나한테 맡겨
온 세상은 나의 무대요
모든 남녀노소는...
앉아요, 학생
-훌륭한 연기였어
-고맙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하지 않는다면 회의를 이만...
정숙하세요!
늦어서 귀중한 시간을 빼앗은 점
사과드립니다
예산안을 연구한 결과
적자를 메울 방법을 찾았습니다
방송국 폐쇄 대신, 몇몇 기획안의
예산을 삭감하면 됩니다
우리도 그건 알지만
방송국이 다른 기획안에 비해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필요없다고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잠깐만요
방송국이 필요한 이유를
말씀드리죠
슬라이, 일어나
돈 밖에 모르는 이 학생이
이익도 없는 방송국 일에
자기 시간을 투자했어요
평생 처음으로요, 맞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그 옆의 마크란 학생은
방송을 통해 친구 토니와의
소중한 우정을 깨달았어요
다 제 연기력 덕이죠
그리고 로레나는
최고 인기프로의
DJ였지만
그 일이 생전 처음 맡은
특별활동이었어요
혹시 알아요?
장래 이 길로 나가게 될 지
로레나는 이제서야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구요
좋아하는 사람도요
그리고 저 또한
방송국을 통해서
자존심을 버리기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때론 남의 말을 잠자코
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이런 교육이야말로
필요한 것 아닙니까?
잠시 기다려요
본 이사회는
방송실 점거 사건에 대해
염려를 금치 못하며
해당 학생에 대한 징계를
교장선생님께 요청합니다
물론 벌을 받아야죠
제발 조퇴증만
주지마세요
그렇다면 바로 그걸
줘야겠구나
그러면 본 이사회는
타부서의 예산안을 검토한 뒤
삭감을 단행하여
학교 방송국을 유지할 길을
찾겠습니다
잠깐만, 조퇴증이라고?
슬라이, 거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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