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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편 오토바이는 위험해 (Sleazy Rider)
- 99년 1월 12일 화요일 방송 -
♠ 번 역 : 이 명 연
♠ 연 출 : 김 박
LA 지역 오토바이 대회
주문 안 해?
난 저기 가죽 옷 입은 여자애로 갖다 줘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서 도와주면 모를까, 넌 안돼
너희들은 앉아서 소원이나 빌어라
난 직접 부딪칠 거야
부릉부릉
펑크가 났나?
피식피식
간호 보조사님, 안 다쳤나 확인해봐
-슬라이, 여기 돈 떨어졌다
-내 돈이야, 내 돈!
말짱하네
너희들 제이크 오토바이 봤니?
싹 뜯어고쳤어. 얘기해, 제이크
-이번에...
-오토바이 경주에 나간대
틀림없이 우승할 거야
어서 얘기해
-오토바이는...
-완벽하게 수리해놨어
뭐 해, 제이크
어서 얘기해
-누구누구가 계속 말을 끊잖아
-누가?
14살 때부터 공들여 온 오토바이야
이제 오른쪽 후미등만 구하면 되는데
오토바이는 71년생인데 73년식 등밖에 못 구했어
그 정도 차이야 누가 눈치채겠어?
엉뚱한 후미등을 달았더군
누굴 속이려고?
무키 아냐?
드디어 구구단을 뗐다며?
다음은 맞춤법이냐?
적어도 네 별명은 맞게 쓸 줄 알아
이 "페베자"야!
패배자도 못 쓰는 오랑우탄이 어떻게 저런 여자를 낚았지?
안됐다
나한테는 너무 낚여서 탈인데
꿈 깨라
정말 심하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정신을 못 차리다니
안녕? 이름이 뭐니?
-뭐?
-멋진 이름이다
네 오토바이 좀 태워줄래?
너도 할리 데이비슨을 타니?
좋은 소식이야
내 사촌이 71년식 등을 구해서 샌디에고로 받으러 가야되는데
-그동안 오토바이 좀 맡아줄래?
-그래
-이게 뭐야?
-이 놈이랑 동고동락해야지
-오토바이 옆에서 자라구?
-왜, 안돼?
코는 골지 마라, 친구야
멋지다
내 자전거도 갖고 와서 다 같이 자자
넌 얼씬도 마, 만지지도 말고 오토바이에 대고 숨쉬지도 마
꿈도 꾸지 말란 말야
-걱정 마, 내가 잘 돌볼게
-부탁한다
내가 무서워서라도 잘하겠지
"얼씬도 마"
"숨쉬지도 마"
안 돼!
-"만지지도 마"
-슬라이!
만졌다, 만졌어, 어쩔래?
20세기 반항아의 허리를 꼭 잡고 거리를 질주하는 내 모습!
오토바이족들에겐 여자를 녹이는 매력이 있어
내가 녹여주지, 언니
제이크의 오토바이를 타고 샤키 아저씨네를 가면 완전히 나의 세상이겠군
-슬라이, 어서 내려
-앉는 것도 죄냐?
농담 아냐, 내려
그만 징징대라
시동만 걸어볼게
슬라이가 사고치기 전에 난 안전한 곳으로 피할래
-마지막 경고야!
-진정해, 마당 안에서만 탈게
세상에, 토니가 치였어
-뭐라고 쓸까?
-뭘 쓰고 싶은데?
"토니, 넌 정말 좋은 애고 빨리 낫길 바라고"
"병원에서 고생이 많구나
음식도 나쁘고, 체온도 재고..."
-끔찍하다
-알았어, 그냥 서명만 할게
제이크가 돌아왔을 때를 생각하니 정말 끔찍해
내가 퇴원할 때는 "끔끔찍"할 걸
이건 뭐냐?
침대 조절 장치하고 간호사 호출기야
간호사? 예쁘냐?
안 누르길 바랬건만
나 불렀어, 귀염둥이?
친구가 잘못해서 눌렀어요
호출기에서 더러운 손가락 치워!
-간호사 교환기는 없냐?
-다 들었어!
아래층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불러
저 누나한테 들켰으면 이 초콜릿이 남아나질 않았겠다
-먹어도 돼?
-응
-네가 사온 거 아냐?
-아냐
-그럼 너구나, 샘
-아냐
-나도 아니지만 좀 먹을게
-넌 안 돼
-재주껏 빼앗아보시지
-이리 줘
-빼앗아 봐
-장난 아냐
-빼앗아 봐
-내놔
-슬라이, 그거 이리 내 놔
-빼앗아 봐
얌전히 굴어
너 때문에 다쳤잖아
어쩌다 실수한 거 갖고 계속 구박하기야?
뭐가 우습냐?
제이크가 돌아온 뒤에 네 코가 부러져서 피가 줄줄 날 걸 상상하니 깨소금 맛이다
-흥, 나도 막가는 인생이야
-막가려다 영원히 가지
나 갈래
도망쳐, 겁쟁이!
뛰어봐야 벼룩이지만!
-편안해?
-응
-뭐 갖다줄까?
-됐어
넌 마키 마크에 비하면 진짜 순한 환자야
가수 마키 마크?
배꼽을 하도 내놔서 배탈이라도 났대?
난 마키 마크 팬이야
병실에만 데려다주면 더 이상 귀찮게 안할게
-좋아
-너 카메라 있니?
사인 받을 종이는?
맷!
요즘 티파니가 나한테 지나치게 친절한 것 같지 않니?
-꽃하고 초콜릿도 주고...
-그래서?
나이팅게일 증후군이라고 못 들어 봤어?
그건 환자가 간호사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잖아
지금 우리 상황은 역(逆) 나이팅게일 증후군이야
-티파니가 날 좋아하나봐
-말도 안돼
하지만 사실이라면 분명하게 거절해
너같은 애한테는 거절당해도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한테 거절당하면 자살하려고 할 걸
너 사고로 머리가 이상해졌구나
토니가 요즘 이상해진 것 같지 않니?
내가 다가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거든
간호사한테 반하는 남자들이 많대
그래?
토니는 내 친구야 분명하게 말해야겠어
그건 몽유병 환자를 깨우는 거나 마찬가지야
애써 자기 사랑을 숨기고 있는데 네가 갑자기 뻥 터뜨리면 토니는 다시는 사랑을 못 할 거야
그건 간호 보조사 선서에도 위배되네
-안녕?
-왔니?
-오토바이는 고쳤니?
-수리공을 구했는데 막 튕겨
돈을 안 주니까 그렇지
이런 일에 내 생돈이 날아가다니
제이크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지?
토니가 자꾸 내 전화기에다 메시지를 남기잖아
"도망가, 겁쟁이"
병원에 가봐야겠어 신입 간호 보조사 선서식이거든
환자 여러분의 식사와 베개를 책임질 것을 선서합니다
농담이야
샘, 도와줘
쿵푸를 가르쳐줘
-왜 하필 나한테?
-넌 중국애잖아
아, 그렇구나
그럼 내 말대로 따라해
우선 자세를 잡고 발은 어깨 넓이로, 균형이 중요해
균형! 알았어
이제 오른팔을 뻗어
집어넣어
뻗어
팔을 흔들어
-신나게 흔들면서 한 바퀴 돌아
-알았어
-날 바보로 만들다니
-원래 바보면서 왜 그럴까?
그래도 제이크는 내일 오니까 그전에 해결할 수 있어
-뭘 해결해?
-제이크!
-제이크가 왔어
-나도 온 줄 알아
자고 올 줄 알았는데?
등을 받자마자 빨리 달고 싶어서 한 방에 달려왔지
"한 방"이라... 좋은 말이야
맷이 네 오토바이랑 "한 방"에서 잤단 뜻이야
-난 사고 얘기를 한 거야
-무슨 사고?
그, 그게....
-슬라이!
-토니!
토니가 사고로 넘어져서 충양 돌기를 제거했어
넘어져서 충양 돌기를 제거해?
넘어지면서 충수염에 감염됐대
오, 저런!
-그럼 문병을 가야지
-안 돼!
지금은 면회 금지야
그럼 오토바이나 보러 가자
다시 생각해보니 토니가 널 보고 싶어할 것 같아
무크!
이 후미등이 너한테 할 말이 있다는데?
잘 들어봐
넌 끝장이야!
오, 그래? 그러셔?
역시 풍부한 어휘력이야
그러지 마,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니라 과정이잖아
그래,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해 50달러 걸지
안돼
-왜? 내가 질 것 같아?
-당연하지
내기는 불법이잖아 네가 걱정돼서 그래
고맙다, 넌 좋은 친구야
-내가 무사하도록 기도해줘
-좋아
-무슨 뜻이야?
-도망쳐, 겁쟁이!
-뭐해?
-베개 가다듬어
-딴 뜻은 없고 내 임무야
-안해줘도 돼
해준다고 선서했단 말야
괜찮아, 이리 줘
이봐!
-정말 반갑다
-난 정말정말!
-나한테 화난 줄 알았는데?
-물론 화났지
나도!
너 때문에 토니가 다쳤잖아
물론 다른 애들이 다쳤어도 화를 냈겠지만 개나 바퀴벌레가 다쳤어도
난 가야겠어
-제이크가 이리로 오고 있어
-잘됐네
-"충양 돌기"냐, "충앙 돌기"냐?
-충양, 왜?
네가 충양 돌기를 수술했다고 그랬거든
나 좀 봐줘
안 그러면 난 제이크한테 죽어
가까이 오면 내가 대신 죽여주지
곧 도착한단 말야!
벌써 도착했네!
토니
볼만한 걸 가져왔어
수영복 패션?
아픈 게 다 나은 것 같아
내가 아플 때 이거 보고 벌떡 일어났거든
슬라이 말이 너 넘어졌다며?
넘어져? 사실은...
-원래 침대가 이러냐?
-조절 장치에 벌레가 끼었나봐
어쨌든
난 넘어진 게 아니라...
침대부터 고쳐라
넌 기계를 많이 아니까 좀 들여다봐줘
슬라이! 기어나와!
-기어나와? 내가 개냐?
-앉아
-무슨 일이야?
-침대를 고치는 중이었어
시간 끌지 말고 어서 말해
째깍째깍
날 안 죽인다고 약속하면 말할게
내 오토바이 건드렸지?
건드려도 아주 심하게 건드렸지
-차고로 가자
-분부대로 합죠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그럼요
이런, 수술 시간에 늦었잖아
충양 돌기 수술이 잡혀있네
슬라이!
불 끄고 보는 게 훨씬 좋을 텐데
또 한 번 끄면 네 목숨부터 꺼주지
3년간의 노력이...
그래도 난 안 다쳤어
네 말이 맞아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내 노력과 땀은 네 건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사람 살려!
-제이크, 놔줘
다음 차례는 너야! 난 널 믿고 맡겼는데
맞아, 전부 맷의 잘못이야
슬라이, 앞으로 다시는 너하고 말하고 싶지 않아
-구해줘서 고마워, 맷
-내 잘못이라고?
넌 이해하지?
내가 그 처절한 절규를 못 들었다면 토니는 수술실에 끌려갔을 거야
넌 나쁜 애야
이건 내 본능이야
곰돌이 푸에게 꿀단지를 맡기면 그냥 지나칠 수 있겠니?
맞아, 넌 중국애지?
고질라한테 도쿄를 맡기면 무사하겠니?
그건 일본 거야
이 비행기 보이지?
5달 동안 만든 거야
3년보다는 짧지만 손이 풀범벅이 되도록 고생했어
내 말은
나에겐 네 오토바이만큼 소중하다는 뜻이야
네가 이걸 부숴 그리고 서로 비긴 셈치자
이제 비긴 거다?
어차피 내 동생 거였어
제발 부탁이야
미안해, 정말이야
사포로 문지르고, 두드려 펴고, 새로 칠했어
-잘했는데
-감사합니다
-그동안 심하게 군 거 미안해
-나는?
제발 말 좀 해
날 무시하는 건 우리 엄마로 충분하다구
다 됐다
행운을 빈다
좀 더 힘을 줘 봐
슬라이에게 너무 심한 거 아닐까?
토니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내 오토바이를 부숴서 경기에 못 나가게 하고
그걸 전부 네 탓으로 돌렸어
더 심하게 해야돼
-토니님이 돌아왔다
-여기 앉아
-조심해
-그냥 네 의자 갖고 와라
티파니, 나하고 얘기 좀 하자
그래
입원해 있는 동안 우리 사이가 좀 묘해진 것 같아
난 잘 생긴 환자고 넌 간호 보조사니 만큼...
나도 알지만 어떻게 해야될 지 몰라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떨까?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사랑하지 않아?
다행이야
난 네가 날 사랑하는 줄 알았어
-전혀 아냐
-나도
넌 좋은 애긴 하지만 아닌 건 아니잖아
그럼 꽃하고 초콜릿은 왜 보낸 거야?
-난 아냐
-그럼 누구야?
저 사람 같은데
안 돼!
제이크, 이거 받아!
발동기 아냐? 어디서 났어?
-내 오토바이를 어쩐 거야?
-설명할 시간이 없어
슬라이, 너 죽었어!
잠깐, 벌이다!
-안녕?
-안녕? 좀 괜찮아?
안 괜찮으니까 입원했지
-티파니, 베개 좀 다듬어 줘
-미안하지만 쉬는 날이야
무크가 이랬니?
대여섯 명이 나 하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
무크 말로는 네가 도망가다가 혼자 전신주에 부딪혔다던데?
그 다음에 붙잡혀서 맞았단 말이야
제이크!
경기는?
트로피 어딨어?
훔친 부속으로 출전할 순 없었어
내년에 이겨줄게
그럼 내가 뭣 때문에 이 난리를 핀 거지?
난 죽을 뻔했다구
내 오토바이와 토니도 죽었다 살아났어
아, 그랬지. 이제 비긴 거다?
내가 내기에서 잃은 돈 50달러가 아직 남았어
아, 그랬지
여전히 껄끄러운 녀석이지만 용서해주지
너도 꽤 괜찮은 놈이야
-고마워
-천만에
-이제 다들 용서해주는 거지?
-그래
난 좀 이따가 용서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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